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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이 깡패다 이범진의 덤벙덤벙한 야그(14) ‘거룩’이 깡패다 얼마전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옹호했던 저의 군 복무 시절 이야기였습니다. 매일아침 성경을 읽는 부시의 판단이 “항상 옳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후세인으로부터 고통 받는 민중들을 구하기 위해 세계경찰인 미국이 나서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당시 여러 게시판에 이런 저의 비장한 입장을 적어 도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참 뒤에야 쪽팔림을 알고 다 지우러 다녔는데요. 어딘가 남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북한미녀로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던 조명애 씨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조명애의 아름다움 뒤 숨은 음모’라는 따위 제목으로 여기저기 게시판을 도배하였죠. 군 생활을 할 때였으니 정.. 2015. 5. 16.
다말, 모권(母權) 싸움에서 이기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18) 다말, 모권(母權) 싸움에서 이기다(1) 1. 다말이라는 한 여인. 성경기자는 다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특별히 한 장을 할애한다. 다말 이야기를 하는 창세기 38장은 37장에서 시작한 요셉 이야기를 느닷없이 끊고 들어오는데, 이렇게 끊긴 요셉 이야기는 39장부터 다시 시작해서 50장까지 이어진다. 그러니까 창세기 37-50장이 요셉 이야기인데, 38장은 그 흐름을 깨뜨리는 침입자라는 것이다. 37장에 다말 이야기를 하고 38-50장을 요셉 이야기로 하는 것이 깔끔해 보이는데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배치했다면, 요셉 이야기를 끊고 다말 이야기가 들어오는 그 돌발성이 약화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까지 하면서 성경기자가 다말 이야기를 하려했을까?.. 2015. 5. 15.
로시니와 채현국의 이중창 지강유철의 음악정담(20) 로시니와 채현국의 이중창 지오아키노 로시니(1792-1868)는 이태리 페사로 출신의 작곡가입니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 중 한 사람이었던 그가 1816년에 작곡한 오페라 는 1825년에 미국에서 최초로 공연된 이태리 오페라라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1842년에 초연된 십자가 앞에서 통곡하는 마리아의 노래 는, 그 해에 유럽의 29개 도시에서 공연이 될 정도로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볼로냐 초연 때 이 곡을 지휘했던 도니체티는 초연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그 열광은 말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다. 마지막 리허설이 끝나자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귀가하는 로시니를 집까지 따라가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첫 공연 뒤 청중은 모두 그의 집으로 몰려가 창문 아래 둘러서서.. 2015. 5. 15.
삼층천(三層天)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8) 삼층천(三層天) -백 년 동안의 착각- 1. 흔히 ‘66권의 성경’이라는 표현을 쓴다. 물론 방대한 분량이긴 하다. 그러나 선입견 탓인지 낱낱권의 중량감을 한 권의 책이라 쳐주기엔 모자란다는 느낌도 있다. 그냥 ‘66건의 문서로 이루어진 히브리 성서’라든가, ‘유대인에게 전승된 하나님의 나라에 관한 예순 여섯 개의 기록물’이라고 했으면 어떨까? 불경한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정확하지 않고 과장된 표현이 오히려 저작의 진정한 의미를 지나쳐 버림을 경계하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신약성서 27권’이라 칭할 때는 과장의 느낌이 좀 더 강해져 민망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실 신약에는 현대적 관점에서 한 권의 책이라 칭할 만한 분량을 가진 문건이 없다. 내용의 중대함은 둘.. 2015. 5. 14.
시대의 교사가 그리운…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4) 시대의 교사가 그리운…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와 같이 물으면 낡은 세대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대신 누가 인기가 있지? 하는 쪽이 더 분명한 대답이 나오는 현실입니다. 대중의 인기가 성공의 척도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기가 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만큼 대중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나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인기란 대중의 취향이 변하는 것만큼 그 수명이 짧습니다. 인기에 연연하다가 정작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대중의 입맛에 맞춰 성형 수술해버린 결과입니다. 인기를 한 몸에 모으다가 그 인기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순간.. 2015. 5. 14.
글자 탓 한희철의 두런두런(9) 글자 탓 요 며칠은 예배당 주위의 풀 뽑는 일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예배당 마당 구석구석에 풀들이 제법 자라 올랐다. 잡초는 밤에도 잠을 안 잔다더니, 잠깐 잊고 있으면 어느새 욱 자라 있고는 한다. 저녁나절 괭이로 풀을 긁고 있는데 예배당 옆집에 사는 승혜가 책 하나를 끼고서 마당으로 들어섰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예쁜 여자 아이다. 옆구리에 끼고 온 책을 보니 이다. 다음날 배울 내용을 이해할 때까지 읽어가는 것이 선생님이 내준 숙제라고 했다. 지난번 받아쓰기 때 좋은 성적이 아니었던 승혜에겐 바른 생활 과목이 썩 내키는 과목은 아닌 듯싶었다. 승혜가 한 자 한 자 손으로 짚어가며 책을 읽는다. 그러나 곳곳에서 막힌다. 어둘 녘까지 승혜는 내가 풀을 뽑는 곳을 따라다니.. 2015. 5. 14.
교회 대형화와 브랜드화의 병리현상들 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14) 교회 대형화와 브랜드화의 병리현상들 한국교회 신학적/윤리적 타락의 그야말로 막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교회 성장주의 다시 말해 "대형화"에 따른 현상으로 이해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인식의 확산에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여러 사건사고들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목회자 가족을 둘러싼 재정비리, 한국교회 연합 기관 대표회장 선거에서 불거진 금권선거 논란, 담임목사직 세습, 목회자에 의한 성범죄, 박사학위 논문 표절 문제, 정치적 이념적 편향의 극단적 표출 등 끊이지 않고 터지는 문제의 중심에 대형교회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교회만 성장시키면 교리적 타락이든, 윤리적 부패든 모두 용서되고 용납되는 세속화가 횡횡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의 신학적 .. 2015. 5. 14.
무진기행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3) 무진기행 스물 세 살의 청년이 쓴 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김승옥의 《무진기행(霧津紀行)》은 지난 세월,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에게 하나의 교과서처럼 되었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세려된 문체는 60년대 문학의 우울함을 뚫고 자신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기도 했습니다. 무진은 이름 그대로 “안개 나루터”입니다. 김승옥의 글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훗날, 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되기도 한 이 작품은 김승옥이라는 작가가 통과하고 있던 정신적 방황과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 2015. 5. 13.
쉼, 평화의 시작 김기석의 톺아보기(2) 쉼, 평화의 시작 활동보다는 존재가 먼저 “편안해 보이시네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니까 잘 적응이 안 되는데요. 늘 뭔가에 쫓기듯 살아왔는데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손에서 할 일을 내려놓으니까 불안하지요?” “불안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낯설어요. 마룻바닥에 엎드려 책도 보고, 멍하니 천장도 올려다보고, 졸리면 낮잠도 자고….” “수양회를 준비하는 분들이 ‘주제를 뭘로 할까요?’하고 묻길래, ‘쉼, 평화의 시작’이라고 말하니까 좀 당황스러워하더군요. 수양회를 잘 하려면 뭔가 이벤트를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데, 담임목사라는 이가 이번 수양회는 교인들을 좀 심심하게 내버려두라고 하니까 고개를 갸웃거려요. 하지만 사람은 심심함에 처할 줄도.. 2015.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