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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설교비평 모음14

탁류가 넘치는 강을 뚫고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 「겨자씨처럼」이라는 설교는  오늘날, 힘없이 현실의 위력에 무너지고 있는 이들에게 무한한 용기와 격려가 된다. 그는 “백향목 세상의 전복”이라는 개념을 통해, “겨자씨의 미래”를 꿈 꾼다. “백향목 세상은 몇몇 특권적인 사람에게만 천국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지옥인 세상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그런 세상에 눈뜨기 원하셨습니다.… 지배와 피지배가 아니라 모두가 저마다의 삶의 몫을 살아내는 세상을 꿈꾸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척박한 땅에서도 억센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겨자씨의 예를 들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시는 하나님 나라는 잘난 사람들만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은 잡초와 같은 사람들이 열어가는 현재 시제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앞에.. 2025. 3. 11.
예수 없는 예수교회 김기석 목사는  「절대 신뢰」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인간의 비열한 욕망을 감싸주는 망토 역할을 하는 아모스의 예언을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나는 너희가 벌이는 절기 행사들이 싫다. 역겹다. 너희가 성회로 모여도 도무지 기쁘지 않다. 너희가 나에게 번제물이나 곡식제물을 바친다고 해도 내가 그 제물을 받지 않겠다. 너희가 화목제로 바치는 살진 짐승도 거들떠보지 않겠다. 시끄러운 너의 노랫소리를 나의 앞에서 집어치워라! 너의 거문고 소리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 그리하여 그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이렇게 비판한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음성이 되기보다는 기득권자.. 2025. 3. 8.
울타리 밖의 새로운 하나님 나라 「마음의 눈」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김기석 목사는 예수로부터 눈 고침을 받은 이가 회당에서 축출 당한 이후 예수와 다시 만난 장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참 어려운 진실과 만나게 됩니다. 그가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신 자리는 기득권자들에게 쫓겨난 자리였습니다.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는 풀무불 속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다니엘은 사자굴 속에서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한 평생 교회에 출입하면서도 주님을 깊이 체험하지 못하는 까닭은 안주의 울타리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삶의 관성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도 유대교와 로마 제국에 의해 울타리 밖으로 쫓겨나셨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래서 예수께서 자기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려고 성문 밖에서 고.. 2025. 2. 25.
맑고 경건한 울림으로 세상을 일깨우는 소리 김기석 목사에게 설교자의 길은 한마디로 넓은 길이 아니라 좁은 길을 가는 이의 발걸음이다. 그러기에 그의 설교는 오늘날 한국사 회와 지구촌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마주하며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자세로 실천의 길에 들어설 것인지 일깨우고 있다. 예수를 따 르는 이의 순결한 마음과 진지한 성찰, 그리고 의로움을 저버리지 않는 외로운 결연함이 스며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김기석 목사의 설교는 대다수 교회의 대중들에 게 사실상 환영받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그 일의 윤리적 평가는 도외시한 채 만사에 축복을 기대하고, 자기 욕심을 꿈으로 치장하며 예수라는 이름을 동원해서 욕망의 충족과 출세로 치닫도록 유혹하고 있는 교회들의 세뇌에 길들여진 마음이 이런 설교를 반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저 기도하고 할렐루야만 외.. 2025. 2. 24.
설교 표절은 스스로 함정을 파는 행위 표절 이후의 문제를 어떻게 감당해 나갈 것인가 설교표절이 미치는 문제에서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바는 개신교 정신의 근간이 '말씀으로 돌아가자'라는 점이다. 개신교의 전통은 '강단의 중심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씀이 예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설교표절이라고 하는 것은 그 중심을 어떻게 세워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데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 자체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변화시키고 하나님 나라를 열어주는 중요한 동력인데, 그 동력을 교회가 공동체 안에서 길러주고 쏟아내고 배우고 얻어내는 과정과 본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가? 말씀의 기본이 무너지는 것을 뜻하지 않겠는가? 표절을 정당화하는 입장에서는 설교의 여러 가지 내용들을 그 .. 2024. 11. 13.
설교자의 강단은 높아야 한다 설교와 관련한 인연은 깊고 오래되었다. 1992년 두란노서원에서 이라는 설교잡지를 만들 때 창간멤버로 들어간 후 얼마있지 않아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근 6년간 설교와 관련해 다양한 기획을 하기도 했다. '이 달의 설교자'라는 꼭지에서 꽤 많은 설교자를 인터뷰하면서 설교자들의 허와 실이 무엇인지 체득하기도 했다. 그 후 를 창간할 때 처음으로 ‘설교 비평’이란 악역(?)을 맡으면서,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전화로 이메일로 대화의 자리에서 설교 비평에 대한 지지를 비롯하여 적대적인 입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방식의 반응들을 접했다. 글이 나간 후 격려의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난 일색이었다. 당시만 해도 목사의 강단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 지금은 여러분들이 저보다.. 2023. 8. 7.
사명을 망각한 자의 비운(悲運) 현재 촛불행동 상임대표로 있는 김민웅 목사의 설교 “어리석은 싸움, 진정한 목표”는 이스라엘의 분열이 솔로몬 이후 시작된 것이 아니라 다윗의 통치기에 이미 그 씨앗이 뿌려진 것을 주목하고 있다. 애초에는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라는 최고의 사명이 뚜렷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보다는 권력을 관리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둔 최고 권력자의 모순을 성서가 폭로하고 있음을 김민웅 목사는 일깨우는 것이다. 다윗과 솔로몬 왕조의 신화적 예찬에 집중하기 쉬운 해석과는 달리, 그는 이들의 본질적인 실패를 주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예수운동의 진정한 목표를 조명하고 있다. 권력이 진실로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한 문제제기다. 그가 택한 본문은 사무엘하 19장 40-43절로 다윗의 아들 압살롬의 반란이 진압된 .. 2023. 6. 26.
성공 바이러스 경계령 다시금 '깨끗한 부자'가 뜨는 모양이다. 하기사 실패를 좋아하고 성공을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오늘날 우리는 이른바 “성공신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인사는 “부자 되세요.”, 축복은 “성공하세요.”이다. 부자 되기를 마다하며, 성공하기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 때 이명박 장로의 경우도, “성공 하세요.”를 대선의 구호로 내세웠으니 말이다. 이 성공에 대한 열망과 맞서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당장에, “그렇다면 실패하란 말이냐?”라는 날카로운 반발이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어떤 성공인지, 무엇을 위한 성공인지, 그리고 이 성공 이데올로기가 퍼지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되는지 성찰하지 못하면 그건 성공이 아니라 보다 깊은 실패일 뿐이다.   롯은 아브라함과 결별하면서.. 2023. 6. 6.
자신의 욕망과 권력의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이의 최후 김기석 목사의 “권력의 오만을 경계하라”는 설교는 이번에 출간한 에 실려 있다. 유다와 이스라엘의 분쟁, 그리고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유다가 이스라엘을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시리아와 동맹을 맺었던 상황, 그리고 결국 그런 선택이 자기 무덤을 파는 일로 가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그 말씀의 핵심은 하나님의 뜻을 중심으로 사고하기보다는, 힘 위주의 발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권력자의 비극을 보여 준다. 예언자들은 바로 이러한 권력자의 오만을 용기 있게 치고 들어가서 백성들의 진정한 안녕을 도모하는 역할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조차 권력자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설교가 주는 메시지는 자못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김기석 목사는 역대하 16장 7-10절의 말.. 2023.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