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

신동숙의 글밭(188)


박꽃




한여름 밤을 울린

타종 소리


땅에는 미안함

하늘에는 고마움


하늘과 땅 

너와 나


우리 사이에 

가득한


침묵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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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아오른 보도블럭

신동숙의 글밭(186)


솟아오른 보도블럭




구름이 아무리 뒤덮는다 하여도

하늘을 다 덮을 수는 없기에


땅에서 얻은 것으로, 매 끼니 먹고 살아가지만

공기는 한순간도 끊을 수 없기에


입을 닫을 수는 있어도

마음은 멈춤이 없기에


내가 내어준 것보다는

거저 받은 것이 더 많기에


돈을 주고 사는 것에 비하면

공짜로 얻고 있는 것은 한이 없기에


하늘, 구름, 비, 바람, 햇살......


땅이 오염 되고 삭막하여

지친 몸이 땅을 보고 걸어가더라도


좁은 가슴 언제나 

하늘 향해 열어두기로 합니다


하늘을 몸속 끝까지 끌어안고 

또 낮은 곳으로 기도의 뿌리를 내리며


마음을 다하여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벗들과

깊은 호흡 하다 보면


그래도 이 세상은 살아갈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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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별 하나를 품으며

신동숙의 글밭(186)


먼 별 하나를 품으며





먼 별 하나를 품으며

고요히 머물러

나는 어둔 밤이 된다


얼굴 하나를 품으며

사랑의 씨앗이

진리에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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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먼저 운다

신동숙의 글밭(185)


비가 먼저 운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오

슬프면 슬프다고 말을 하오


아픈데도 말 못하는 사람

슬픈데도 말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불쌍한 사람

그 중에 가장 불쌍한 사람은


아픔 속에 있으면서

아픔인 줄 모르는 사람


슬픔 속에 있으면서

슬픔인 줄 모르는 사람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

모르지만 살아가야 하는 사람


그래서 비가 내리는지도 모른다

비가 먼저 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울고 싶어진다


이유 없이 

말 없이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속에서 울음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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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주는 자유

신동숙의 글밭(184)


시詩가 주는 자유




아무거도 없는 

빈 바탕에


참이 주시는 

글씨 몇 톨 고이 심고서


양심에 뿌리를 내린다면

한평생 비바람에 흔들린다 하여도


너른 하늘로

빈 가슴으로


욕심없이 마음껏

뿌리와 가지를 뻗을 수 있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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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만 있어도

신동숙의 글밭(183)


보고만 있어도




하늘 한 쪽

먼 산 한 자락


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좋은데


빈 가슴에 품고서

말없이 바라본다


먼 별 한 점

나무 한 그루


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좋은데


눈 감고

생각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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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신동숙의 글밭(182)


촛불




나 이토록 흔들리는 것은

타오르기 때문입니다


어둔 밤, 내 눈물의 심지에

한 점 별빛으로 댕긴 불꽃


빈 가슴에 품은 불씨 하나

불어오는 봄바람에 하늘빛 움이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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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독

신동숙의 글밭(181)


당신의 고독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길이 얼마나 그윽한지


당신이 심연에서 길어 올린 눈물로 

적시우는 세상은 윤기가 돕니다


홀로 있는 시간 동안

당신의 고독은 얼만큼 깊어지기에


당신이 뿌리 내릴 그 평화의 땅에선 

촛불 하나가 타오르는지, 세상은 빛이 납니다


이제는 문득

당신의 하늘도 나처럼 아무도 없는지


당신의 詩가 울리는 하늘은 

높고도 맑고 고요히 깊어서


나의 고독이 아니고선

당신의 고독에 닿을 수 없음을 알기에


당신을 만나려 호젓이

관상의 기도 속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만 갑니다


그리고 이제는 

고독의 방이 쓸쓸하지만은 않아서


내 영혼이 고독 안에서만 

비로소 평온한 쉼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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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자리

신동숙의 글밭(180)


꽃이 핀 자리




올해도 

꽃이 핍니다


지난해 

꽃 진 자리에


할아버지 

꽃 진 자리


할머니 

꽃 진 자리


한 세상 살으시고

눈물 같은 씨앗 떨군 자리마다


고운 얼굴

꽃이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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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신에게 바치는 꽃

신동숙의 글밭(179)


상처, 신에게 바치는 꽃


먼 나라에 저녁답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강물에 꽃을 띄우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꽃을 바치는 이들에게 신이 말하기를,


"아이야~ 이 꽃은 내가 너에게 보내준 꽃이잖니?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너에게 받고 싶은 꽃은 이 꽃이 아니란다. 해와 비와 바람으로 내가 피워낸 꽃이 아니란다. 아이야~ 네가 피운 꽃을 나에게 다오."


아이가 대답하기를,


"내가 피운 꽃이요? 아무리 고운 꽃잎도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면 상처가 있고, 속에는 잔벌레들이 잔뜩 기어다녀요. 가까이 다가가서 꽃나무를 한바퀴 빙 둘러 낱낱이 살펴 보아도 상처 없는 꽃잎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는 걸요. 사람의 손이 조화를 만들면야 모를까. 조화를 생화처럼 보이도록 상처와 얼룩을 일부러 점 찍는다지요. 이처럼 모든 살아 있는 생명에는 다 자기만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하니까요. 신에게 바칠 만한 완벽한 꽃이 나에게는 없는 걸요."


신이 말하기를,


"내가 원하는 꽃은 너의 아픈 상처란다. 세월이 가도 어둔 가슴에 박혀 쉬 빠지지 않는 별 같은 상처. 그때와 비슷한 순간을 만나면 가시처럼 돋아나는 말 못할 너만의 아픔이 네가 피워낸 가장 아름다운 꽃이란다."




상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무엇에 의지할 것인가 하는 선택은 언제나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 의지의 영역입니다.


누군가는 가슴 속 상처로 인해 밤이면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나의 상처를 알아줄 만한 이를 찾아 세상을 검색하기도 합니다. 좀 더 승화시켜서 말과 글, 그림으로, 음악으로, 춤으로, 섬김으로 좀 달리 때론 타인들에게 유익이 되도록 표현하기도 하고요.


저녁답이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혼자 쓸쓸해 하기도 하고, 문득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다가도, 대부분은 일상에 뭍혀 그것이 아픔인 줄도 의식하지 못하다가, 그냥 가슴 속에 차곡차곡 뭍어 두기만 하는, 때로는 그립기까지한 당신의 아픔.


신이 인간에게 바라는 꽃이란? 신의 눈으로 볼 때에는, 인간의 아픔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가 방실거리며 잘 놀다가도 넘어져, 무릎이 까여서 피가 나는 무릎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가던 길 되돌려 엄마에게 달려가는 순간처럼, 그 순간이 함께 아프지만 돌이켜 왔기에 다행이다 싶은 순간.


우리는 매일 넘어지고 늘 아픕니다. 어려서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해 넘어지고, 나이가 들어서는 제 마음을 가누지 못해 매 순간 넘어지고, 또 일어남에 무디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속을 들추어 보면 여전히 아픈.


우리의 마음도 하루를 살아가며, 그 넘어짐과 부딪힘의 모든 미세한 순간마다, 우리의 감각과 삶 사이에는 미세한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그 때 일어나는 모든 희노애락과 아픔들, 한치 앞도 알 수 없음에서 오는 무지로 인한 괴로움.


희노애락과 아픔과 무지와 그 모든 살아 있음에 대한 자각들, 살아 있기에 깨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단지 바람을 바람으로 느낄 수 있는 그 평범하고도 보편적인,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모든 살아 있는 감각들이 피워내는 삶의 꽃. 바로 인간이 피워내는 인생의 꽃. 


내가 피운 꽃은 다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 그것이 신이 우리 인간에게 바라는 꽃, 재물이 아닐까 하고, 이 저녁 박꽃을 보며 고요히 생각에 잠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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