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숨은 하느님



나는 마음을 보며 산다
하늘을 보듯 마음을 본다

눈빛에 깃든 마음을
말투에 깃든 속내를

보이지 않지만 있는
숨은 마음을 보는 일

성경에서 본
'너희는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마음을 지키라'는 

고려팔만대장경을 두 글자로 함축하면
'마음(心)'이라는 

예수가 끊임없이 가리킨 마음
'마음으로 범한 일은 범한 일이라'는

이처럼 숨은 마음을 보여주는 말씀들은
스러지려는 나를 일으켜 태우는 불꽃이 된다

마음을 보는 일은 
마음을 지키는 일

마음을 지키는 일은
숨을 바라보는 일

하루 온종일 놓치지 않는 숨줄
생의 숨줄을 붙드는 기도

숨을 바라보는 일은 
온전함과 하나되는 일

숨을 바라보는 일은
나의 리듬을 따라서 살아갈 수 있는 순례길

너와 나가 둘이 아님을
서로가 숨으로 하나될 수 있음을 아는 평화

나를 온전하신 그분 안에 머물게 하는 고요
침묵만으로도 충만한 기도

우리의 숨은 하느님
숨은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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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그리고 숨쉼

 

숨을 쉰다
숨을 쉰다

숨은 쉬는 일
숨은 쉼이 된다

너무 빨라지지 않도록
너무 가빠지지 않도록

숨으로 고삐를 매어
몸과 마음의 황소를 길들이는 일

숨을 쉬는 순간마다
숨은 쉼이 되는 일

숨은 몸에게 쉼을 준다
성성적적(惺惺寂寂)

깨어서 숨을 바라보는 일이 
오늘 하루 나의 주업무

나머지 몸을 위해 먹고 사는 모든 일은 
어디까지나 그림자처럼 따르는 부업일 뿐

숨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숨이 중용을 잃지 않도록

숨을 쉬는 일
숨은 쉼을 준다

영혼의 탯줄인 숨줄에 매어 
순간과 순간을 새롭게 살아간다

고요한 숨은 우리의 본래면목
숨은 우리의 하느님

숨을 쉰다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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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그리고 멈춤

 


하늘과 땅 사이
숨으로 피어나는 춤

비와 바람의 북장단이 울리면
가슴이 들썩인다

발뒤꿈치에서 움터
손끝으로 흘러 춤으로 피어나는 숨

춤은 멈춤에서 시작하여 
멈춤으로 끝나는 숨

춤을 찰라로 쪼개면 
멈춤의 이어짐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

신에게 올리는 
가장 아름다운 춤은

화목 제물이 되는
스스로 온전한 춤은

온전한 사랑 안에 머물러 
비로소 쉼을 얻는 멈춤

바깥에서 헤매이며 구하기보다는
멈추어 안으로 시선을 거두는 기도

한 점 숨으로 머무는 고요
침묵의 기도와 사랑의 숨쉼

꽃과 나무의 춤 그리고 멈춤의 평화
사람의 본래면목이 드러나는 순간의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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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감지기가 울렸다

 



열 감지기가 울렸다
가게 문 입구에서 37.4도

순간 나는 발열자가 된다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았던 것이 원인임을 스스로 감지한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집 안에서는 선풍기를 돌리고
창문을 조금 열어둔다

차 안에서는 뒤에 창문 두 개를 다 열고
보조석 창문을 반쯤 열고
운전석 창문은 이마까지만 내린다

비록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맺히더래도
여름인데 몸에서 땀이 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이런 나는 가족들 사이에선 꼰대가 되기도 하고
밖에선 발열자가 되어서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인도 델리의 재래 시장인 빠하르간즈
5월로 접어들던 무렵의 무더위를 몸이 기억한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선 
숨조차 쉴 수 없었던 무더움

그곳의 초여름 더위는 무더움을 넘어선 무서움이었다
무더위로 인해 길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던 생명들

나 한 사람이 에어컨을 틀 때마다
지구의 체온이 티끌 만큼 올라간다는 생각을 거둘 수가 없다

입구에서 잠시 땀을 식히신 후 들어오시라는 
사람의 말소리가 한 줄기 바람처럼 들려온다

혼자 가게 입구에 서 있으면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지만 속마음은 이렇게 반응을 한다

여름에 땀이 나고 체온이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왜들 호들갑인지

내 몸도 자연의 일부분이라며
여름엔 풀잎들도 땀이 맺혀 꽃망울을 틔우는데

땀이 맺힌 이마를 스치며 지나는 한 줄기 바람의 손길을
하늘을 울리며 곧 쏟아질 것 같은 비의 속 깊은 울음을

이렇게 살아 있는 지구를 온몸으로 느끼며
비와 함께 울다가 해와 함께 맑게 갠 하늘의 둥근 무지개를 바라보며 감사와 기도의 두 손을 모으리라

마당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듯
한낮에 내 얼굴도 빨갛게 익었다가

저녁이면 돌담 위에 박꽃처럼 하얗게 피어
밤하늘에서 달과 별을 찾다 보면 

무더위도 함께 지낼만 하다며
이마를 스치는 바람의 손길이 가슴속까지 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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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

 



두 다리를 포갠 
꽃잎의 평화

허리를 세운 
나무의 고요

하늘을
머리에 인

고독이라는
가장 커다란 방을 채우는

침묵이라는
가장 커다란 울림

멈춤의 흙그릇에 
머무는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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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강병규 화가의 돌그림)




숲으로 울타리를 두르고
산새 소리에 새벽잠을 깨우는

나무와 나무 사이로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는 집

나무와 나무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내려앉는 집

월든 숲속 소로의 오두막
법정 스님의 오두막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
초의 선사의 일지암

다산 초당
초가집과 막사발과 박꽃

그곳에서 
나뭇가지 줏어 모아

불을 때서 밥 해먹고
입던 옷 기워 입고

침묵으로 밭을 일궈
진리의 씨앗 한 알 품고서

없는 듯 있는 
바람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오두막에서 맞이하는 저녁

그 이상을 꿈꾸어 본 적 없이
어른이 되었는데

지금 내 둘레엔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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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세 번의 평화

 


진입로로 끼어드는 찰라
측방 거울을 스친다

속도를 늦추는 차가 보이면
얼른 진입을 한 후 삼 세 번

비상등으로 뒷차에게 보내는 신호
속도를 늦추어줘서 고맙다는 뜻

그러면 신기하게도 뒷차는 알아들었다는 듯 
우리는 사이좋게 달린다

그리고 가끔은 횡단보도 중간에서
보행 신호등을 놓친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때도 비상등으로 삼 세 번
이 순간 도로가 멈추고 뒷차가 고요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걸음 속도에
삼 세 번이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러면 또 삼 세 번
또 삼 세 번
삼 세 번

한 점이 되어 숨을 고르면
인도에 올라서서 평화의 숨을 고르신다

하늘 땅 사람
가슴에는 늘 삼 세 번의 숨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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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달리는

 



저녁밥을 시켰다
빗속에 망설임도 잠시

배고프다 보채는
아들의 성화를 못 이긴다

음식을 내려놓으신 후
달아나시려는 기사님에게

시원한 거 한 잔 드릴까요? 했더니
살풋 웃으시면서 마음만 받겠다고 하신다

다른 기사님들은 테이프를 붙여서라도 
음료를 가져가신다고 했더니

그러면 시원한 거 말고
따뜻한 물 한 잔만 주세요, 하신다

온종일 비 맞고...
말씀이 뚝뚝 끊겨도 더 묻지 않는다

얼른 뜨거운 물 반 찬물 반 담아서 
커피와 설탕을 조금만 탔다

잠시라도 나무 의자에 앉아서 드시고 가시랬더니
고맙다고 하시며 문을 나가신다

온종일 그칠 줄 모르는 늦은 장맛비가 
어스름 저녁 하늘을 짙게 물들이는데

비옷 안으로 삐쩍 마른 나무처럼
오토바이 옆에 서서 떨리던 몸을 녹이는지

걷기에도 미끄러운 빗길을
또 달려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빗속을 달리는
우리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기다림

짬뽕 면줄기가 빗줄기처럼 눈물처럼 
배고픈 아들 입에서 뚝뚝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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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

 


마음에 일이 없는
심심한 날

땅의 일감을 모아 지피던
열심의 불을 끈 후

까맣게 애태우던 마음이 
하얗게 기지개를 켠다

심심함의 터널은 
호젓이 걷는 오솔길

마음이 마음을 부르는
고독과 침묵이 보내온 초대장

심심 산골 마음의 골짜기에서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면

심심 하늘에 비추어
내 마음 겹겹이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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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벽이 없는 집

 


사방의 벽이 없는 집
바람의 벽이 있는 방

오랜 세월을 견뎌낸 나무들이 
네 개의 기둥이 되고

나이가 비슷한 나무들이 
가지런히 지붕이 되고

누구는 신발을 신고서 걸터 앉아 
손님이 되기도 하고

누구는 신발을 벗고서 올라 앉아 
주인이 되어도 좋은

에어컨도 필요 없고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벽이 없는 집

부채 하나로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면
스스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신선도 되고

먼 산 흘러가는 구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물 같이 구름 같이 그리 흘러가는 운수납자도 되고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보고 있으면 
그대로 보리수 나무 아래 앉은 부처가 되는 

지고 가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서
십자가 나무를 생각하는 바람의 방

이곳에 머무는 사람은
누구든지 길 위의 나그네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집

바람의 벽이 있는 방
바람이 주인이 되는 방에서 

한 점의 바람처럼 잠시 머물다가
흔적 없이 지나는 순례자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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