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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의 '종횡서해'25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김기석 목사님 신간 《아! 욥》- 1. 김기석 목사님의 「욥기 산책」 《아! 욥》을 일부러 느리게 읽는다. 나는 요즘 속력에 대한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 속도가 만드는 이차적 징후들. 주마간산(走馬看山). 모든 것이 최소화다. 생사사생, 성사사성(生事事生 省事事省), 부끄러운 일이지만 매사 어찌하면 힘을 덜 쓰나하는 게 일상이 된 것 같다. 우선 몸이 아팠고(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이명(耳鳴)이 심하고 머리가 꽉 막혀 쓰러질듯 어지럽다.) 그래서 늘 피로해 뭔가 힘을 쏟아 집중한다는 게 힘겨웠다. 연암선생(朴趾源, 1737~1805)이 그랬다지. 한 달 보름씩 세수도 수염도 깎지 않고, 누구볼 일 어디 갈 일, 인사치레 체면치레, 일가친척 사람노릇까지 팽개치고, 그저 툇마루에 앉.. 2016. 12. 20.
살라! 그리고 살려내라!! 의 종횡서해(26) 살라! 그리고 살려내라!! 책을 읽는다는 것 카프카는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고 말했다. 책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이 문장 앞에서 멈칫거릴 수밖에 없다. 얼어붙은 바다는커녕 나태하고 안일한 일상조차 깨뜨리지 못하는 책을 꾸역꾸역 써대는 이들도 있지 않던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사사키 아타루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삶의 안정을 교란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독서란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이라 말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렇기에 위험한 일이다. 책장을 여는 순간 평온한 세계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사키 아타루는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이 한 권의 책을 반복하여 읽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루터는 .. 2016. 5. 30.
구원(救援)의 지평, 기어서 넘기 구원(救援)의 지평, 기어서 넘기 - 김기석 목사의 《아슬아슬한 희망》 - 가을의 끝자락, 초겨울의 문턱에서 김기석 목사의 열 번째 책 《아슬아슬한 희망》을 만났다. 꽃들은커녕 곱게 단풍이 든 나뭇잎들에게조차 암담한 계절, 이제는 추운 바람과 눈서리 겪는 일만 남은 계절에, 이 책은 ‘아슬아슬’하게 우리에게 왔다. 이기적으로 저만 챙기게 태어난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신학을 하면서 겨우겨우 애써가며 배워온 것들을, 김기석 목사는 그냥 ‘타고난’ 것 같다. 조개 잡고 갈매기 쫓으며 팔랑팔랑 뛰어다니느라 바닥 볼 일 없이 바빴던 어린 시절 나의 개펄에의 추억이 무색하게도, 그는 어려서부터 시선을 바닥에, 땅에 두며 살았다. “온 몸으로 바닥을 기어가는 것들에 대한 이상한 연민”(12쪽)이 있었다 한다. 개.. 2016. 5. 18.
김남주, 또 그렇게 눈물이 쏟아진다 김남주, 또 그렇게 눈물이 쏟아진다 - 시인과 나 - 1. 김남주(金南柱, 1946년 10월 16일~1994년 2월 13일) 시인의 시와 생애를 담은 《김남주 평전》(김삼웅 저, 꽃자리, 2016) 출판기념회에 갔다. 서울의 초입(初入)이 늘 그렇듯 정체가 심했다. 전화가 왔다. 함께 가기로 약속한 친구 J전도사였다. 각자 길이 막혀 전화로 수다를 떨기로 했다. “형님, 그런데 전 사실 김남주 시인 선생님이 누군지 몰라요.” 허걱! “......” “전 사실 교회 안에서 신학공부에만 매달려 왔잖아요. 성서신학 외에는 아는 게 없으니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입니까?” 다시 허걱! 난감했다. 그가 어떤 사람이라 대답해 주어야할까? 80년대 군사독재의 학살과 억압에 온몸으로 시로 저항한 불멸.. 2016. 2. 17.
목사와 기자의 러브레터, 가슴 시린 이유는? 꽃자리의 종횡서해(21) 목사와 기자의 러브레터, 가슴 시린 이유는? 칼 바르트의 권고 “한 손에는 성서를,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신학 하는 동네에서는 유명한 말이다. 스위스 출신 신학자 칼 바르트가 한 이 발언은 신학이 추상과 관념의 세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살아 있는 생생한 현실과 만나라는 권고였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신문’이 현실을 바로 보여주는 걸 전제로 한 이야기렷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세상과 맨몸으로 만나서 그 세상에 역동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보다는 교회주의에 안주해서 자신을 살찌우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그 종교는 예수가 오래 전 말했듯이 ‘맛을 잃은 소금’이리라. 그러나 한국의 교회는 대부분 바로 이 맛을 잃은 소금이 되어 그걸로 신도를 모으고 자본의 성채가 되는 것.. 2016. 2. 11.
어떤 축복 꽃자리의 종횡서해(20) 어떤 축복 옛날 옛날 성인들이 이 세상에 살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숲 속에 한 나무꾼과 그의 아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숲 속에 있는 오두막집에서 매우 행복하게 살아갔습니다. 그들이 비록 가난하기는 했지만 자기 집에 찾아오는 사람에게 아무리 조그만 물건이라도 나누어 주려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매우 사랑하였습니다. 그래서 둘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그들은 매일 저녁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이토록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느 날 나무꾼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오두막집에 찾아와 말을 걸었습니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입.. 2016. 1. 5.
‘헬조선’이라고 하는 우리사회에서 출애굽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의 종횡서해 ‘헬조선’이라고 하는 우리사회에서 출애굽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출애굽 사건은 부활 사건과 더불어 성경의 핵심”이라고 본 저자는 고통을 “보시고”,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근심을 “아시는” 하나님을 소개하면서 ‘애굽’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헬조선’이라고 하는 그런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규정한다. “ ‘애굽’은 지금 우리 속에도 있고, 우리 세계 속에서 엄연히 존재한다. 인간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곳에서 ‘애굽’은 발생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야말로 ‘애굽’의 모형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제시하는 행복의 신기루를 바라보고 걷는 동안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욕망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욕망은 언제나 자기중심적이기에 타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2015. 12. 16.
평화를 향한 생명 사랑의 노래신학 꽃자리의 종횡서해(19) 평화를 향한 생명 사랑의 노래신학 - 《나는 내 숨을 쉰다》 속의 시선과 만나다 - 시선에 관하여 한 사람 속에 수천의 층이 있듯이 한 권의 책은 저자의 내면세계의 무수한 층들을 담고 있다. 홍순관의 《나는 내 숨을 쉰다》 를 읽으면서 나는 이 책에 담긴 저자 홍순관의 시선들을 곳곳에서 보기 시작하였다. 나의 이 글은 이 책을 통하여 내가 만나게 된 홍순관의 ‘시선(gaze)’에 대한 글이다. 한 사람의 시선은 그 사람이 생각하고 꿈꾸는 세계, 타자에 대한 이해,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열정, 그리고 신에 대한 이해를 담아낸다고 나는 본다. 나는 사람이 각기 지니고 있는 그 시선을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선이란 쓰여 진 언어나 말해지는 언어체계를 넘어서서 그 사람의 이 .. 2015. 12. 10.
하나님을 창밖으로 내던져버린 세상에서 꽃자리의 종횡서해(18) 하나님을 창밖으로 내던져버린 세상에서 이름 석 자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지요. 그의 이름 속에 그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경우입니다. 제게는 ‘홍순관’이라는 이름이 그렇습니다. 이름 뒤에 그 무슨 호칭이나 설명을 따로 붙이지 않아도 이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홍순관이라는 이름 속에는 그가 걷는 길과, 품은 꿈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상처 입은 이들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애정과, 그러면서도 지금의 자신이 맞는지에 대한 아픈 고민과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홍순관이라는 이름 뒤에 집사라는 호칭을 붙입니다. 집사라는 호칭으로 교회라는 틀 안에 묶어두려는 마음에서가 아닙니다. 행여 집사.. 2015.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