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지으신 몸




밥은 자식이 먹었는데
엄마 배가 부르다고 하셨지요

밥을 먹다가 뉴스에서 누군가가 
높은데서 떨어지거나 다쳤다고 하면

내 정강이뼈가 저릿해지고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 떨며 아파하고

밤새 마음이 아파서 잠을 설치게 된다
그래서 평화의 숨으로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나의 몸은 
나를 스쳐 지나는

이 모든 걸 그대로 느끼며
투명하게 반응한다

저녁밥을 먹다가
이런 나를 지으신 이가 누구인지 

그리고 안녕하신지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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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이





싸늘한 벽돌과 
껑껑 언 모래와 
먼지 같은 시멘트

이 셋을 접붙이는 일
이 셋으로 집을 짓는 일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날
이 차가운 셋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

제 살처럼 붙으리라는
강물 같은 믿음으로

나무 토막 줏어 모아 쬐는
손끝을 녹이는 모닥불의 온기와

아침 공복을 채워주는 
컵라면과 믹스 커피

새벽답 한 김 끓여온
생강차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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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빈 가지가 흔들린다
아, 바람이 있다

나에게 두 눈이 있어
흔들리는 것들이 보인다

보이지 않지만
있다가 없는 듯

한낮의 햇살이 
슬어주는 잠결에

마른 가지 끝 곤히
하늘을 지우는

보이지 않지만
없다가 있는 듯

앙상한 내 가슴을 흔드는
이것은 누구의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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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잎

 



스치는
겨울 바람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지만

내려 주시는 
한 줄기 햇살에

몸도 마음도
가벼워만 집니다

- 겨울나무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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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차 한 잔의 평화를





선물로 주신 새해 
마지막 숫자를

1로 쓰다가
2로 고쳐 쓰면서

같은 하늘을 숨쉬고 있는
같은 예수의 날을 헤아리는

이 땅에 모든 생명들의 건강을 빕니다
라벤더 차 한 잔의 평화를 빕니다

백신을 맞고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도 
몸속 세계의 평화 협정을 기도합니다

숨쉬는 모든 순간마다
하늘의 평화가 임하는

내게 주시는 어려움과 아픔이
이 또한 내 몸을 살릴 선물이 되는 은총을 누리는

사색의 등불로 밝히는
감사의 오솔길을 걸으며

오늘의 햇살처럼 내 눈길이 닿는 곳마다
차 한 잔의 평화가 흘러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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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더 스카이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를 하루 지나서
비로소 해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첫날

문득 한낮의 볕이 좋아서 
모처럼 따뜻한 볕이 아까워서

칠순을 넘기신 엄마랑 
통도사의 무풍한송로를 걸었습니다

뿌리를 내린 한 폭의 땅이 
평생 살아갈 집이 되는 소나무가

춤을 추는 듯 줄줄이 선 산책길을 따라서
겨우내 움추렸던 마음이 구불구불 걸어갑니다

사찰 내 서점에서 마주선 백팔 염주알을 보니
딸아이의 공깃돌을 옮겨가며 숫자를 헤아리던 기억에

책 외에 모처럼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습니다
옆에 계신 친정 엄마한테 이십여 년만에 사달라는 말을 꺼내었습니다

엄마는 손수 몇 가지 염주알을 굴려보시더니 
이게 제일 좋다 하시는데, 그러면 그렇지

제가 첫눈에 마음이 간 밝은 빛깔의 백팔 염주알입니다
엄마가 한 말씀 하십니다, "평생 동안 쓰면 되겠네"

당장 오늘 저녁부터 백발 배를 다시 시작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천천히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2005년 5월 15일 길상사 음악회 때 하늘을 울리던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이 함께 하신 신청곡

임형주의 목소리로 아베마리아를 듣으며
이어서 12월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들으며

나도 참
숨을 되뇌이면서

백팔 번의 엎드림으로 숨을 내쉬고
백팔 번의 일어섬으로 숨을 들이쉬며

땅으로 몸을 굽혀 엎드리지 않고서야
하늘로 머리가 뚫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돌처럼 단단해진 심장과
굳어진 몸을 조율합니다

백팔 번의 번뇌가
백팔 번의 감사함이 되고

부처의 손가락이
예수의 손가락이 되어서

내 손가락 끝에 걸터 앉은 염주알이 
천천히 숨을 고르듯 노래를 부르듯 굴러갑니다

하늘이 땅이 되던 예수의 무릎과
땅이 하늘이 되는 성령의 바람과

백팔 염주알과 사이 좋은 벗이 되는
이태석 신부님의 묵주알을 나란히 놓으며

크로스오버 더 스카이
진리 안에서

오늘밤에도 달과 별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굴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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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나무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이 땅에 오신 십자가 나무

그러나 이 땅에 머리둘 곳 없다 하시던
마음이 가난한 나무

보이지 않는 마음을 비로소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며
마음으로 살으라 하신

홀로 산을 오르시어
기도하시던 나무

진리에 뿌리를 내리고
진리의 몸이 되신

온몸으로 시를 쓰는
마음이 따뜻한 사랑 나무

다시 하늘로 오르시어
우리에게 성령을 주고 가시며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함께 살아가든 홀로 외따로 살지라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는 저마다
태양을 닮은 양심이 공평하게 나를 비추어

우리를 자유케 하시는
진리 안에서

하늘과 땅을 잇는 
한 그루의 평화 나무로 선 
십자가 나무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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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동지 팥죽

 



새벽잠 걷어내시고 일어나셔서
몇 날 며칠 마련하셨을 

붉은팥, 맵쌀, 찹쌀로 
팔팔 끓이신 동지 팥죽 

뚜껑 열리지 않도록 
팔팔 올림픽 보자기에 꽁꽁 싸매고서

동해 바다가 품은
동짓날 떠오르는 태양처럼 

품팔이로 가정 일으키신 
바다 같은 품에 안으시고서

새벽 댓바람에 붉게 익은 얼굴 가득
자식 손주들 건강과 평화를 기도하시며

지나온 2021년 한 해도 감사히
다가올 2022년 한 해도 감사히

선물처럼 주시는 오늘을 해처럼 품으시고서
엄마는 새벽바람처럼 징검다리를 건너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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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네 나

 



벽돌 일곱 나를 머리에 이고서 
계단을 오르는 아지매가 떨군 눈길을 따라서

벽돌 스무 나도 넘게 등짐을 지고서 
계단을 오르는 아재의 굽은 등허리를 따라서

빈 몸으로 계단을 오르는 김에
속으로 벽돌 네 나쯤이야 하면서 

갓난아기를 안듯이 
품에 안고서 오르다가

열 계단쯤 올라서면서 그만 
어디든 내려놓고 싶어졌다

애초에 세 나만 챙길 것을 후회하면서
묵직해진 다리로부터 차오르는 뼈아픔이

벽돌로 쌓아올려야 뚫리는 
하루치의 하늘과

벽돌이 된 몸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먼지 같은 숨이

벽돌 같은 세상을
맨몸으로 부딪히고서 맞는 밤하늘은 허전해

하나 하나의 벽돌 모두가 나로 쌓였다가
눈물로 허물어지는 외로운 겨울밤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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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 간다





시들 시들
시들어 간다

나무 숟가락, 밥그릇, 흙 접시
유리 찻잔을 악기 삼아

흐르는 물결과 물결의 선율에 기대어
평화를 연주하는 내 두 손으로

시들 시들
시들어 간다

평화의 물결이 스민
주름진 손등으로

피부결마다 
바람의 숨결 같은

시들 시들
시가 들어간다

잔주름 결결이 
황토빛 살결은

햇살 아래 시가 되어
황금 들녘 넘실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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