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朗讀)

신동숙의 글밭(240)


낭독(朗讀)




곁에 아무도 없는 

적막감이 밀려올 때


묵상 중에도 흔들려서 

말 한 마디 건져올릴 수 없을 때


책을 펼쳐보아도

글이 자꾸만 달아날 때


책을 소리내어 읽어줍니다

내가 나에게 읽어줍니다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다독이고 다독이듯이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낭독(朗讀)  (0) 2020.09.25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0) 2020.09.24
한마음  (0) 2020.09.22
가을비와 풀벌레  (0) 2020.09.20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0) 2020.09.13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0) 2020.09.07
posted by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신동숙의 글밭(239)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땔감이래도 줏어다가


부뚜막 한 켠에 


쟁여 드리고 싶은 집


가난한 오막살이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책으로 둘러쌓인 방


서넛이 앉으면 꽉 차는 쪽방에서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 한 자락만 들려주셔요


*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은 권정생 선생님의 노래 상자 제목에서 인용 - 권정생 詩. 백창우 曲.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낭독(朗讀)  (0) 2020.09.25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0) 2020.09.24
한마음  (0) 2020.09.22
가을비와 풀벌레  (0) 2020.09.20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0) 2020.09.13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0) 2020.09.07
posted by

한마음

신동숙의 글밭(238)


한마음




그 옛날 당신이 내어준 한마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인 듯

가고 오지 않는 물결인 듯


까맣게 태운 마음 한 알

가난한 마음에 품기로 하였습니다


바람결에 뭍어온 풀향 한 자락에

물결에 내려앉은 별빛 한 점에

그 한 말씀을 새기기로 하였습니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낭독(朗讀)  (0) 2020.09.25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0) 2020.09.24
한마음  (0) 2020.09.22
가을비와 풀벌레  (0) 2020.09.20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0) 2020.09.13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0) 2020.09.07
posted by

가을비와 풀벌레

신동숙의 글밭(236)


가을비와 풀벌레




한밤에 내려앉는 

가을 빗소리가 봄비를 닮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밤이면

빗소리에 머물다가 

저도 모르게 잠들곤 하였습니다


순하디 순한 빗소리에 

느슨해진 가슴으로 반짝 풀벌레

밤동무가 궁금해집니다


맨발로 풀숲을 헤치며

숨은 풀벌레를 찾으려는 아이처럼


숨죽여 빗소리를 헤치며

풀벌레 소리를 찾아 잠잠히

밤하늘에 귀를 대어봅니다


가전 기기음인지 풀벌레음인지 

마음이 문전에서 키질을 하다가

자연의 소리만 남겨 맞아들입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빗소리도 발걸음을 늦추어 

더 낮아지고 


풀벌레 소리는 떠올라

가을밤을 울리는 두 줄의 현이 되었습니다


가을비와 풀벌레는

한 음에 떠는 봄비와 꽃잎의 

낮은 음으로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0) 2020.09.24
한마음  (0) 2020.09.22
가을비와 풀벌레  (0) 2020.09.20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0) 2020.09.13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0) 2020.09.07
투명한 길  (0) 2020.09.01
posted by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신동숙의 글밭(233)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먼 별을 보듯 바라본다

별 하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추석에도 갈 수 없는 고향집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벗님을


온라인 등교로 저쪽 방에서 뒹구는 아이들을

오도가도 못하여 집안을 서성이고 있는 나를 


먼 별을 보듯 바라본다

별 하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저마다 가슴에는 언제나 하늘이 흐르고

추억 같은 별 하나쯤은 있어서


마음으로 바라볼 수록 빛나는 별을

그리워할 수록 더 가까워지는 별을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에는

커다란 침묵이 흐르고

바람이 멈추고


너도 나도 아름다운 별 하나가 되어 

서로를 그리워하는 만큼 평화가 숨쉰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마음  (0) 2020.09.22
가을비와 풀벌레  (0) 2020.09.20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0) 2020.09.13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0) 2020.09.07
투명한 길  (0) 2020.09.01
한 그루 나무처럼  (0) 2020.08.30
posted by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신동숙의 글밭(228)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우리를 지키기 위한 안전띠지요


마스크를 쓴 눈빛이 사랑스러워요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고마운

우리를 살리기 위한 생명띠지요


버스와 지하철에서

식당과 카페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산과 바닷가에서

단 둘이 있을 때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고

내리지 않으려고

언제나 오래 참는


마스크 속의 인내와 절제는 

감사와 기쁨과 기도하는 마음으로 낮아진

우리들 사랑의 새로운 호흡법이지요


화평과 온유의 고요해진 숨결로

가슴속 아주 작은 소리까지 

언제나 귀를 기울여요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비와 풀벌레  (0) 2020.09.20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0) 2020.09.13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0) 2020.09.07
투명한 길  (0) 2020.09.01
한 그루 나무처럼  (0) 2020.08.30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0) 2020.08.19
posted by

투명한 길

신동숙의 글밭(224)


투명한 길



투명함으로 왔다가

투명함으로 돌아가는 


스치는 바람의 손길처럼

어진 자비의 손길로 어루만지는


성실한 햇살의 발걸음처럼

따스한 긍휼의 목소리로 다가가는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 

흔적 없는 하늘길


탐욕의 구름이 모였다가 

푸르게 흩어져 버리는 길


분노의 불길이 치솟아 오르다가 

하얗게 꺼져 버리는 길


어리석음의 강물이 넘실대다가 

투명하게 증발해 버리는 길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

산도 강물도 있는 모습 그대로 비추는


투명한 길

하늘이 그대로 드러나는 길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과 별 사이에 우주적 거리  (0) 2020.09.13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0) 2020.09.07
투명한 길  (0) 2020.09.01
한 그루 나무처럼  (0) 2020.08.30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0) 2020.08.19
차 한 잔  (0) 2020.08.12
posted by

한 그루 나무처럼

신동숙의 글밭(222)


한 그루 나무처럼



한 그루 나무처럼

제자리에 머물러


자기 안으로 깊어진 사색의 뿌리 만큼

세상 밖으로 저절로 가지를 뻗치는


한 그루 나무처럼

하늘을 우러르는


고요히 숨쉬는 나로 인해

오늘도 하늘이 푸르도록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스크를 쓴 얼굴이 아름다워요  (0) 2020.09.07
투명한 길  (0) 2020.09.01
한 그루 나무처럼  (0) 2020.08.30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0) 2020.08.19
차 한 잔  (0) 2020.08.12
사랑이 익기도 전에  (0) 2020.08.11
posted by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신동숙의 글밭(215)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마음으로 떠올리면 


그 사람은 사라지고

빈탕한 허공만 보인다


자사(子思)의 중용(中庸)에서 

그는 하늘을 꿰뚫어 보고


부처의 중도(中道)에서

그는 하늘을 똑바로 보고


기독교의 성경에서

그는 하늘을 알아보고


젊은 노비 청년에게서

그는 하늘을 살피어 보고


그 어른은 치매가 와도

하늘을 우러러보며 

"아바지"만 부르더라


숨을 거두던 마지막 순간에도

하얀 수염 난 입에선 "아바지"로

이 땅에 씨알 같은 마침표를 찍고


탐진치의 거짓 자아인 제나를 비움으로

투명해진 참자아인 얼나를 통하여 

보이는 건 맑은 하늘 뿐


그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하늘이기에

그가 거하는 곳은 이 땅을 채우는 

없는 듯 계시는 하늘이기에


그의 움직임은 춤사위가 되고

제소리는 하늘의 숨인 말씀이 되어 

오늘도 나의 빈 가슴에 살아서 숨쉰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명한 길  (0) 2020.09.01
한 그루 나무처럼  (0) 2020.08.30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0) 2020.08.19
차 한 잔  (0) 2020.08.12
사랑이 익기도 전에  (0) 2020.08.11
그 얼마나  (0) 2020.08.09
posted by

차 한 잔

신동숙의 글밭(209)


차 한 잔



빈 가슴으로

마른 바람이 불어오는 날 문득

차 한 잔 나누고 싶어

이런 당신을 만난다면


푸른 가슴에 

작은 옹달샘 하나 품고서 

때론 세상을 가득 끌어 안은 비구름처럼 

눈길이 맑고 그윽한 당신을 만난다면

차 한 잔 나누고 싶어


어둔 가슴에 

작은 별빛 하나 품고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희미한 너를 빛나게 하는

목소리가 맑고 다정한 당신을 만난다면

차 한 잔 나누고 싶어


이런 당신을 만난다면

하얀 박꽃이 피는 까만 밤 서로가 아무런 말없이 

찻잔 속에 앉은 달빛을 본 순간 문득 고개 들어

저 하늘에 뜬 달을 우리 함께 바라볼 수 있다면 


그러나 이런 당신이

지금 내 곁에 있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는

내가 이런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는 노랫말처럼


어느새 고요해진 가슴에 

작은 옹달샘 하나 때론 별빛 하나 품고서

홀로 차를 마시는 내 모습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한 편의 詩가 되어 흐른다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그루 나무처럼  (0) 2020.08.30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0) 2020.08.19
차 한 잔  (0) 2020.08.12
사랑이 익기도 전에  (0) 2020.08.11
그 얼마나  (0) 2020.08.09
춥겠다  (0) 2020.08.06
post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