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76 탁류가 넘치는 강을 뚫고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 「겨자씨처럼」이라는 설교는 오늘날, 힘없이 현실의 위력에 무너지고 있는 이들에게 무한한 용기와 격려가 된다. 그는 “백향목 세상의 전복”이라는 개념을 통해, “겨자씨의 미래”를 꿈 꾼다. “백향목 세상은 몇몇 특권적인 사람에게만 천국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지옥인 세상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그런 세상에 눈뜨기 원하셨습니다.… 지배와 피지배가 아니라 모두가 저마다의 삶의 몫을 살아내는 세상을 꿈꾸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척박한 땅에서도 억센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겨자씨의 예를 들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시는 하나님 나라는 잘난 사람들만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은 잡초와 같은 사람들이 열어가는 현재 시제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앞에.. 2025. 3. 11. 새벽 산책 어둠을 더듬어 낮은 데로 흐르는 강물의 재잘거림이 빈속을 깨우는 새벽 산책길 오늘의 법문에 귀를 기울인다 듬성듬성 가로등불 아래 피어오르는 운무가 가슴을 감싸 안고서 하얗게 내려앉은 발아래 풀숲에는 곧 사라질 다이아몬드가 무수히 반짝인다 태양 속으로 사라졌다가 어둠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별처럼 태화강물처럼 그친 적 없는 새벽 이슬들이 날마다 생사를 넘나들며 둥글게 울리는 사랑 노래 그 거룩한 침묵 속으로 새벽과 새벽을 걷는다 2025. 3. 11. 예수 없는 예수교회 김기석 목사는 「절대 신뢰」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인간의 비열한 욕망을 감싸주는 망토 역할을 하는 아모스의 예언을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나는 너희가 벌이는 절기 행사들이 싫다. 역겹다. 너희가 성회로 모여도 도무지 기쁘지 않다. 너희가 나에게 번제물이나 곡식제물을 바친다고 해도 내가 그 제물을 받지 않겠다. 너희가 화목제로 바치는 살진 짐승도 거들떠보지 않겠다. 시끄러운 너의 노랫소리를 나의 앞에서 집어치워라! 너의 거문고 소리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 그리하여 그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이렇게 비판한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음성이 되기보다는 기득권자.. 2025. 3. 8. 울타리 밖의 새로운 하나님 나라 「마음의 눈」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김기석 목사는 예수로부터 눈 고침을 받은 이가 회당에서 축출 당한 이후 예수와 다시 만난 장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참 어려운 진실과 만나게 됩니다. 그가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신 자리는 기득권자들에게 쫓겨난 자리였습니다.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는 풀무불 속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다니엘은 사자굴 속에서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한 평생 교회에 출입하면서도 주님을 깊이 체험하지 못하는 까닭은 안주의 울타리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삶의 관성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도 유대교와 로마 제국에 의해 울타리 밖으로 쫓겨나셨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래서 예수께서 자기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려고 성문 밖에서 고.. 2025. 2. 25. 맑고 경건한 울림으로 세상을 일깨우는 소리 김기석 목사에게 설교자의 길은 한마디로 넓은 길이 아니라 좁은 길을 가는 이의 발걸음이다. 그러기에 그의 설교는 오늘날 한국사 회와 지구촌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마주하며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자세로 실천의 길에 들어설 것인지 일깨우고 있다. 예수를 따 르는 이의 순결한 마음과 진지한 성찰, 그리고 의로움을 저버리지 않는 외로운 결연함이 스며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김기석 목사의 설교는 대다수 교회의 대중들에 게 사실상 환영받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그 일의 윤리적 평가는 도외시한 채 만사에 축복을 기대하고, 자기 욕심을 꿈으로 치장하며 예수라는 이름을 동원해서 욕망의 충족과 출세로 치닫도록 유혹하고 있는 교회들의 세뇌에 길들여진 마음이 이런 설교를 반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저 기도하고 할렐루야만 외.. 2025. 2. 24. 그랭이질 한옥을 떠메고 앉은 우직한 머슴, 주춧돌을 가리켜 그렇게 부르는 것을 어느 책에선가 보았는데 참 적절한 표현이라 여겨진다. 집이 제대로 서려면 물론 기둥이 중요하지만 그 기둥을 떠받치는 주춧돌 역시 중요하다. 사람들은 기둥에는 눈길도 주고 그 우람함에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주춧돌은 별로 눈여겨보지 않는다. 어찌 생각하면 서운할 것도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니, 주춧돌을 두고 우직한 머슴이라 부른 것은 제격이다 싶다. 한옥을 지으며 기둥을 세울 땐 맨땅이 아닌 주춧돌 위에 세워 나무로 된 기둥이 비나 습기에 상하지 않도록 했다. 주춧돌을 놓을 때 당연히 돌의 표면이 반반한 모양이어야 쓸모가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울퉁불퉁한 자연석.. 2025. 2. 8. 비꽃과 비설거지 비와 관련된 우리말 중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해 즐겨 쓰지 못하는 말들이 있다. 안개비나 이슬비는 익숙해도 ‘는개’라는 말은 낯설지 싶다.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를 는개라 불렀다. 채찍처럼 쏟아진다고 하여 ‘채찍비’도 있었고, 빗방울의 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린다 하여 ‘발비’도 있었다. 좍좍 내 리다가 금세 그치는 비는 ‘웃비’, 한쪽으로 해가 나면서 내리는 비는 ‘해비’나 ‘여우비’,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는 ‘먼지잼’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를 ‘석 달 가뭄 끝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흙먼지를 적실 때 나는 냄새’ 라 했다던데, 가뭄 끝에 내리는 비는 너무 고마워서 ‘단비’ 혹 은 ‘약비’, ‘복비’라 부르기도 했다. ‘비그이’라는 말은 .. 2025. 2. 1. 하얀 눈꽃송이보다 먼저 내려앉은 무엇이 2025 을사년 새해 꽃보다 소중한 아이들을 새해 첫눈보다 먼저 검은 아스팔트 바닥으로 내려앉게 했나 하얀 눈꽃송이도 발 딛지 못한 이 언 땅은 가장 뜨거운 꽃자리 무슨 꽃을 피우려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앉은 자리마다 하얀 눈사람이 된 한 그루 겨울나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땅이 되어 지구의 심장이 되어 떨군 눈물 한 방울로 그리고 함박웃음꽃으로 피어나는 얼빛 붉고 고운 두 손으로 어둔 가슴 어둠을 한 움큼 떠서 비우고 비워 낸 자리마다 이제 무엇이 들어찰까? 고흐의 해바라기처럼 스스로 태양이 되어 밤새 앉은 자리를 지켜 낸 고요한 때론 활짝 웃는 고운 얼굴에서 내가 본 적 있는 얼굴들이 어리운다 언제나 이 땅을 위해 기도하시는 성모 마리아님, 천수천안 관세음보살님, 예수님이 선.. 2025. 1. 13. 새벽별이 춤춘다 어둔 밤 겨울밤 12.3 계엄의 어둠과 혼돈을 뚫고서 집밖으로 뛰쳐 나온 소중한 별들 오늘밤도 까만 겨울밤 하얀 찬바람이 언 볼을 스칠수록 더욱 아름답게 반짝이는 눈망울들 흰별, 초록별, 파랑별 노랑별, 분홍별, 보라보라 모두들 가슴에는 단 하나의 염원 하나의 목소리로 서로를 비추며 빛나는 새벽별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별은 더욱 밝게 빛나는 법이라는 진실을 보여주려는 듯 어둠과 어둠은 모일수록 더욱 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질 뿐이라는 정의를 보여주려는 듯 빛과 빛은 모일수록 더욱 환하게 밝아져 곧 밝은 아침이 오는 소식이라며 세상의 모든 잠자던 생명들을 깨우는 새벽별들의 맑은 노랫소리 하늘 가득 울리는 개벽 새 날 새 생명의 종소리 그 옛날 새벽별을 보고 깨우친 석가모니의 오도송 같은 법문.. 2024. 12. 31. 이전 1 2 3 4 ··· 29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