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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목사의 언어, 말, 소리, 메시지 소리 없이 퍼지는 메시지> 시편 19편 시인은 우주에 가득 찬 언어와 말과 소리를 두고서 다음과 같이 읊는다.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개역/개정 ‘선포하고’, 공역 ‘속삭이고’), 창공은 그의 솜씨를 알려 준다. 낮은 낮에게 말씀을 전해주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알려 준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간다.”(《새번역》 시편 19:1-4a)  피조물인 하늘과 창공이 말한다. 피조물인 시간(낮과 밤)도 말로 정보를 전달한다. 시인의 역설(逆說)이 나온다. 이 우주에 언어가, 말이, 가득 차 있어도 들리는 소리가 없단다.(안 들려!) 다음 행에서 이 역설이 한번 더 뒤집힌다. “그 소리 온 누리에 .. 2024. 4. 25.
결국은 믿음으로? 답답한 시절이다. 한 줄기 빛과 한 뼘의 위로조차 절실한 시절이다. 세상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고, 새로운 전망은 쉬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 비교하며 현실을 이야기하기에 젊은 세대는 저 멀리 떨어져 있다. 지난 몇 십년간 우리 세대와 사회가 이룩한 성취들은 다 어디로 갔나? 기나긴 여정 끝에 도달한 곳이 고작 여기란 말인가? 많은 이들의 낙담과 한탄도 이제는 지겹다. 과연 역사에는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인가? 인간의 머리와 가슴으로 쉽게 가늠이 안 된다. 이런 자괴와 혼돈의 시간들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하나님 나라의 방식은 이렇게 현재의 조건만을 주목할 때 납득이 가지 않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그러나 현실적 조건에 의존하는 해결이라면 그것은 굳이 하나님 나라의 능력에 의존할 이.. 2024. 4. 22.
더 나은 세상의 실현을 위한 성서 읽기 《하늘은 나를 얻고》 설교집에서 발견되는 김민웅 목사는 최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민주 운동의 기수 김민웅 투사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목사로서의 김민웅이 민주화 투쟁의 기수 김민웅이 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것일까?그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성서의 말씀을 자신의 양식으로 삼아 성찰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응시해 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성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더 깊은 뜻을 알게 될 때 ‘우리 인생을 사는 일에 근본이 되는 원칙’을 깨닫게 된 다고도 한다. 예를 들어 창세기에 나오는 창조 이야기를 읽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을 이전의 흔적은 찾아낼 수 없이 새롭게 만들어 낸” 기적을 볼 수 있고,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이야기를 읽고.. 2024. 4. 15.
성서에 충실한 설교자, 그 말씀을 실존 그리고 역사와 만나게 하다 김민웅 목사님과의 인연은 오래 전 그가 낸 《물 위에 던진 떡》이다. 설교전문 잡지 「그말씀」 편집장으로 일했던 시절, 마감을 하면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나가 설교와 관련된 신간들을 살펴보곤 했다. 책들을 둘러보던 중 《물 위에 던진 떡》이 눈에 들어왔다. 신학서적을 내는 곳이지 설교집은 내지 않는 한국신학연구소의 출판물이라 우선 눈이 갔다.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펼쳐 들고는 놀라웠다. 전혀 다른 성서읽기와 해석의 보고(寶庫)였다. 그의 설교를 직접 들으면 그 역동적인 말씀의 선포는 더욱 강렬하게 가슴에 새겨진다. 그걸 직접 듣지 못해 아쉬워하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글로 기록된 내용은 그 감동을 최대한 담아내고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늘은 나를 얻고》, 이 책의 원본이 되.. 2024. 4. 5.
누군가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가 되기를 김민웅 목사하면 박람강기(博覽强記)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떤 주제가 나오든 그는 마치 오랫동안 그 주제를 천착해 온 것처럼 거침없이 말한다. 허풍이 아니다. 그의 사유는 깊고 넓다. 학자이면서도 광장을 떠나지 못하는 그는 달변가이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그의 언어는 섬세하다. 그는 사람들을 깊은 인식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강의를 하고, 연극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선포자이다. 뉴저지주에 위치한 길벗 교회의 담임자로 살면서 선포했던 설교를 묶은 이 책은 그의 삶을 관통하는 밑절미가 하나님에 대한 열정임을 보여준다. 그는 언제나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에 눈길을 준다. 절망과 어둠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의 삶의 자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땅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차마 외면하지 못.. 2024. 4. 4.
편히 쉬소서 지치신 몸이여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41 편히 쉬소서 지치신 몸이여 마태수난곡 2부 78번 음악듣기 : https://youtu.be/A8ZB4cVuVJE?si=nMS7J8Z1fdi6b9jU 78(68) 코멘트 합창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앉아 무덤에 계신 당신을 향해 외칩니다 편히 안식하소서, 편안한 안식을 얻으소서! 편히 쉬소서 지치신 몸이여 편히 안식하소서, 편안한 안식을 얻으소서! 당신의 무덤과 묘비는 두려워하는 마음에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고 영혼의 안식처가 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지극한 만족 가운데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습니다 Wir setzen uns mit Tränen nieder Und rufen dir im Grab.. 2024. 1. 18.
기도비 출입문 구석에 놓인 작은 접이식 탁자 위에는 기도비 삼만 원 종이접기로 만든 돈봉투가 있고 명단을 적는 출석부가 있고 그런데 사람이 없다 기도비를 받는 사람도 없고 돈봉투를 지키는 사람도 없다 각자의 기도비를 종이 돈봉투에 넣고 스스로 자기 이름을 적을 뿐 겨울 밤하늘이 까맣도록 새벽녘 별빛이 또록해지도록 접었던 두 다리를 폈다가 다시 접는 철야정진 법당 안엔 백여 명이 훌쩍 넘는 대중의 독경소리 침묵 간간히 꽃피는 웃음소리 뿐 기도비는 저 혼자서 밤새 제 청정 도량을 지킨다 이제 산등성이 너머 동녘 하늘이 밝아오는데 어제 치운 눈길 위로 또 쌓이기 시작하는 하얀 눈 새벽 예불 길에 싸리 빗자루를 제 몸인 듯 놀리며 눈을 치우는 사람은 있는데 밤새 수북이 쌓인 기도비를 치우는 사람 아무도 없네 기도비는 .. 2024. 1. 8.
마른잎 풍경 언 땅 가지 끝에 매달린 마른잎 풍경 빛나던 시절 그 모습 그대로 색이 바랜 물이 빠진 무심한 몸을 황금빛 햇살이 안아 내 얼굴도 색이 빠진 후엔 맑은 소리 울리는 마른잎 풍경이 될까? 버석한 몸 마르고 닳도록 씨앗을 품고 부르는 자장가 살으리 살으리 사르랑 사르랑 살갗을 스치는 겨울바람 결에 울리는 땅에는 평화 하늘에는 영광 귀 있는 자에게 들리는 말씀 오막살이에도 들리는 탄일종 귀 속의 귀에 울리는 법문 빈 가슴 울리는 마른잎 풍경 2024. 1. 5.
목필(木筆) 한 겹의 솜털을 입은 목련 꽃봉오리 붓끝을 닮은 한 겹의 옷 한 겹의 온기 한 겹의 나눔 제아무리 시린 밤도 한 겹의 사랑이면 들숨 한 점에 스르르 실눈을 떠 한 점의 눈길 마주칠 수 있다면 한 점의 별빛 찾아볼 수 있다면 아무렴 서러운 날도 포근히 날 수 있다지 2024.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