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4)


꽃과 새





예배당 앞 작은 정원에 자목련이 피었다. 키 낮은 나무지만 자태가 곱다.


어떻게 알았는지 직박구리가 날아와 꽃잎을 먹는다. 멋있게도 먹는다. 우리가 밥을 먹듯 꽃을 먹는 새가 있구나.


새에게도 먹을 것을 주어 자목련이 저리 예쁜가.
꽃을 먹는 새가 있어 새들의 노랫소리 저리 맑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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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갑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3)


진갑


생일을 축하하며 한 장로님이 “이젠 진갑이네요.” 웃으며 말했다. 진갑이란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進甲은 환갑의 이듬해로 ‘예순두 살’을 이르는 말이다. 글자대로 하자면 ‘환갑보다 한 해 더 나아간 해’가 될 것이다. 




어릴 적 ‘환갑 진갑 다 지났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었다. 어지간히 오래 사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그 말은 살만큼 산 사람이란 뜻으로 전해졌다.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젠 내가 진갑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젠 살 만큼 산 사람이 된 셈이다. 


이제부턴 덤이다. 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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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2)


형에게


문득 떠오른, 오래 전에 썼던 글 하나가 있다. 왜 그것이 떠올랐을까 싶은데, 어쩌면 그 말이 그리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형!
-응?
-형도 울고 싶을 때가 있어?
-응!
-언제?
-아무 때나.
-형은 항상 웃었잖아.
-두 번 웃기 위해 세 번은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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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1)


희망이란


‘희망은 신앙과 사랑의 한 복판이다’


교회력을 따라 교단에서 발간하는 잡지 <강단과 목회>를 읽다가 만난 한 구절이다. 성서일과로 주어진 본문은 에스겔 37장, 마른 뼈들에 관한 환상이었다. 





‘희망은 신앙과 사랑의 한 복판이다’라는 말이 새롭고 신선하게 와 닿았는데, 그 말 옆에 인용한 성경구절이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이었다. 잘 알고 있는 말씀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씀을 그렇게 이해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소망은 믿음과 사랑 사이에 있다. 


익숙한 말씀을 새롭게 새기자 의미가 새로워진다. 설교자가 선 자리는 그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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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이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40)


사순절이란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아픈 당신
나보다 더 힘든 당신
미련함으로
송구함으로
뒤늦게 깨닫는


사순절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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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로 손 씻기와 설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9)


비누로 손 씻기와 설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습관이 두 가지 있지 싶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손 등으로 가리고 하는 것과, 손 씻기를 자주 하는 것이다. 손을 씻을 때 비누로 손을 씻으면 소독제를 바르는 것보다도 효과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들은 대로 비누로 손을 씻다가 엉뚱한 생각을 한다. 혹시 비누로 손을 씻으면 효과적이라는 말은 유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비누로 손을 씻으면 손이 미끌미끌해지고, 미끌미끌해진 손을 닦아내려면 한참 물로 닦아야 한다. 비누가 손 구석구석에 묻었으니 비누를 다 닦아내려면 손 구석구석을 닦아야 한다. 그렇게 비누를 없애느라 손을 닦다보면 나도 모르게 손을 열심히 오래 제대로 닦아야만 한다. 비누가 효과적이라는 말은 얼마든지 과학적인 근거가 있겠지만, 내게는 단순한 유머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설교가 그랬으면.
그렇게 쉽고도 당연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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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 다섯 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8)


화장지 다섯 롤


독일에 사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더니 독일도 거의 모든 일상이 멈춰 섰다고 한다. 꼼짝없이 집 안에 갇혀 지내고 있단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제 나라와 대륙을 너무도 쉽게 무시한 채 맘껏 활보하고 있다 여겨진다.


부모로서 제일 걱정되는 것은 한결같다. 밥은 제대로 먹는지, 아프지는 않는지를 물었다. 답답하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니 고마운 일이었다. 뉴스를 통해 사재기 소식을 들었던 터라 쌀과 마스크, 화장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쌀은 별 문제가 없고, 마스크는 있으나 마나란다.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환자 대하듯 바라보는데, 더욱이 아시아인이 쓰고 있으면 마치 바이러스 숙주를 바라보는 것처럼 따갑게 바라보아 불편하기 그지없다는 것이었다. 


화장지는 이제 다섯 롤이 남았단다. 마트에 가도 화장지 진열대가 비어 있다는 것이다. 걱정이 되어 “화장지를 보내줄까?” 물었더니, 큰 소리로 웃는다. “무슨 화장지까지 보내줘요.” 하면서 어떻게든 구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5롤이나 남았는데요, 뭘.” 한다. 멀리서 걱정할까 싶어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통화를 마치며 괜히 미안했다. 이 어려울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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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오는 손님 모시듯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7)


찾아오는 손님 모시듯


‘좋은날 풍경’ 박보영 집사님이 노래 하나를 보내주었다. 흔하게 쓰는 카톡을 통해서도 노래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여전히 신통방통이다.

 




‘봄’이라는 노래인데, 명함처럼 생긴 종이 위에 노랫말을 손 글씨로 적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곁에 찾아왔지만 놓치고 있는 봄의 정취를 나눌 겸 아는 이들에게 노래를 보냈다. 나도 노래를 보낼 수 있다니, 이 또한 신통방통!


행여
꽃잎 떨굴까
내리는 봄비
조심스럽고


행여
미안해할까
떨어진 꽃잎
해맑게 웃고


오래 전에 쓴 짤막한 글이다. 비에 젖은 채 떨어진 예쁜 꽃잎을 보다가 지나가는 생각이 있어 옮긴 것인데, 우연처럼 글자 수가 맞았다. 


더러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손님을 만나듯 글을 쓸 때가 있다. 그렇게 써지는 글에 오히려 마음이 오롯이 담긴다. 나를 찾아오시는 손님일랑 언제라도 정성으로 모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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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뒷모습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6)


 씁쓸한 뒷모습


토요일 오후, 설교를 준비하던 중 잠시 쉴 겸 밖을 내다보는데 예배당 바로 앞 공터에 누군가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한 부인이 원예용 부삽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공터에 꽃씨를 심는 줄 알았다. 교인이 아닌 이웃이 교회 앞 공터에 꽃씨를 심는다면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 찾아가서 인사를 해야지 싶어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부인 옆에는 화분이 있었는데, 화분에 흙을 채우고 있었다. 마당이 없는 이가 화분에 흙을 채우기 위해 왔구나 싶었고, 설교준비를 이어갔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이제는 갔을까 싶어 다시 내다보니 부인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부인은 조금 전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흙을 채운 화분에다 주변에 피어난 제비꽃을 캐서 옮겨 담고 있었다. 보랏빛 제비꽃이 무리지어 예쁘게 피어났는데, 교회 조경 일을 맡은 홍 권사님이 정성껏 심은 제비꽃이었다.


아차 싶어 창문을 열고서는 그러지 마시라고, 교회에서 일부러 심은 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부인은 당황해 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공터에 예쁜 꽃이 피어 있어 캐가도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싶었다. 그런데 부인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이왕 캤으니 캔 것은 가져갈게요. 다시 땅에 심으면 아무래도 죽을 것 같네요.”


말문이 막혀 대답을 못하고 있는 사이 부인은 화분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보랏빛 제비꽃이야 어디서든 아름답겠지만, 그 꽃을 들고 돌아서는 뒷모습은 씁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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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5)


그러거나 말거나


정릉교회 담장을 따라 영춘화가 환하게 피어났다. 오가는 사람들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 듯이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다.



우리가 모르는 이름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 영춘화를 모르는 이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이 꽃이 무슨 꽃이지?” 


자신 있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 


“어라, 개나리가 벌써 피었네!”


세상 어수선하다고 미루지 않는다. 자기 이름 모른다고 찡그리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꽃은 꽃으로 핀다. 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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