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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지 못한’ 세대를 탄식하다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10) ‘닮지 못한’ 세대를 탄식하다 - 1936년 12월 - 그러고 보면 유교적 가치와 문화적 관성이 꽤나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 같다. 명백한 현대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나조차, 어린 시절 학교에서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숙제를 할 때면 뜻도 모르고 ‘불초 여식’ 운운했었던 기억이 난다. 불초(不肖), 닮지 못함! ‘자식이 자신을 낮추어 표현하는 말’이라고만 알고 썼던 이 단어의 본 뜻은 ‘닮지 못했다’는 말이다. 아니, 부모보다 더 나은 자식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부모의 어떤 부분은 닮으면 안 될 면도 있을 텐데, 유교 사회의 어른들은 그렇게나 자기들의 모습에 자신이 있었나? 물론 부모가 자녀를 향해 강요한 바는 아닐 지라도, 자녀들 입에서 ‘닮지 못한’ 것을 .. 2015. 2. 27.
은혜 받은 자, 그 존재의 이유 꽃자리의 종횡서해(5) 은혜 받은 자, 그 존재의 이유 앨버트 칸의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1889년 바르셀로나의 한 고서점, 열세 살의 파블로 카잘스가 먼지와 곰팡이로 뒤덮인 악보들 사이에서 기적과도 같은 발견을 한다. 빛바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필사본, 바흐 사후 한 번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사멸된 이 곡은 천재 첼리스트의 손에 운명처럼 쥐어지고 그가 25세 되던 해에 비로소 공식적으로 연주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것이 이 책을 읽기 전, 천재적인 첼리스트라는 것 외에 내가 파블로 카잘스에 대해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에피소드였다. 이나마도 그를 소개하는 TV의 어느 문화 교양 프로그램에서 얻어들은 것이었다. 잊혀졌던 바흐의 필사본, 사멸된 곡의 부활, 먼지 더미 속의.. 2015. 2. 27.
눈을 떠라! 김영봉의 성서 묵상, 영성의 길(2) 눈을 떠라! 예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셨다. 그 때에 무리가 예수께 밀려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예수께서 보시니, 배 두 척이 호숫가에 대어 있고, 어부들은 배에서 내려서, 그물을 씻고 있었다. 예수께서 그 배 가운데 하나인 시몬의 배에 올라서, 그에게 배를 뭍에서 조금 떼어 놓으라고 하신 다음에, 배에 앉으시어 무리를 가르치셨다. 예수께서 말씀을 그치시고,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서,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대답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대로 하니, 많은 고기 떼가 걸려들어서,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그래.. 2015. 2. 26.
마음의 파수꾼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9) 마음의 파수꾼 “영혼은 자신이 육체에 생명을 주는 곳에 있기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곳에 있기를 더 좋아한다”(아우구스티누스). 우리의 길잡이 엑카르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비유를 든다. 한 이교도 학자가 기하학에 몰두하여 자기의 온 힘을 거기에 쏟았다. 어느 날 그는 난롯가에서 뭔가를 계산을 하면서 자기가 관심하는 학문을 탐구하고 있었다. 그때 그 학자를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이 갑자기 달려들어 칼을 뽑아 들고는 소리쳤다. “네 이름이 무엇이든 즉시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죽이겠다.” 그 학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학문에 깊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 병사의 모습을 보지 못했고, 그 병사의 음성도 듣지 못했다.. 2015. 2. 26.
갈 길 잃은 내면화된 영성의 탐욕 한종호의 너른 마당(11) 갈 길 잃은 내면화된 영성의 탐욕 오늘날 우리사회는 “정신적 권위”를 가지지 못한 지경에 처했다. 원로의 존재만 생각해봐도 예전 같지 않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해 한국사회가 난마처럼 얽히고 여전히 진상 규명의 실마리조차 풀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귀 기울여 경청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뭔가 혼란스럽고 문제가 충격적으로 터지면 이걸 중심잡고 수습해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힘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우리사회가 위기에 직면할 경우 대단히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종교가 그런 상황을 이겨내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도리어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판국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답을 생각해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어떤 종교인가의 .. 2015. 2. 25.
소리 홍순관의 노래 신학(9) 소리 홍순관 글 곡 - 1990년 만듦, ‘춤추는 평화’ 음반수록 - 꽃이 열리고 나무가 자라는 그 소리 그 소리 너무 작아 음∼∼ 나는 듣지 못했네 이 노래에 글을 쓰고 곡을 진 시간은 십 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 곡을 제 몸에 오래 품고 있었나봅니다. 이것은 무언가 도모하고 이루려는 꿈과, 자연을 스승삼아 기다리는 인내가 가슴과 머리에서 맞서고 있을 때 만들어진 글입니다. 일상의 물결과 바다가 만나지는 심정이라고 할까요. ‘소리’는 개인적으로 큰 화두였고 숙제였습니다. 성서 안, 잠언 말씀을 만나 더욱 그렇게 되었습니다. “귀를 막아 가난한 자의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면 자기의 부르짖을 때에도 들을 자가 없으리라”(잠언 21:13). 이웃의 소리를 듣지 못.. 2015. 2. 25.
‘독부 이승만’의 반민족ㆍ반민주행적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10) ‘독부 이승만’의 반민족ㆍ반민주행적 제헌국회는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여운형이 암살되고, 김구와 김규식은 단독정부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하여 그의 집권은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이승만의 독재가 절정을 이루던 자유당 말기, 절세의 독립운동가 심산 김창숙은〈이승만 대통령 하야 촉구 공개장>에서 ‘독부(獨夫) 이승만’이라 지적했다. ‘독부’란 “민심을 잃어서 남의 도움을 받을 곳이 없게 된 외로운 남자”를 말한다. 이승만은 독부였다. 자유당 말기뿐만 아니라 미국 망명기나 귀국하여 단독정부를 세우고, 12년 동안 1인 독재 권력을 유지할 때까지 다르지 않았다. 독재ㆍ독부ㆍ독선ㆍ독점 등 그에게는 홀로 독(獨) 자가 유독이 많았다. ‘위대한 독립운동가’로 .. 2015. 2. 24.
소주병 꽃꽂이 한희철의 두런두런(18) 소주병 꽃꽂이 수요일 저녁예배 시간, 설교 시간에 들어온 광철 씨의 손엔 꽃병이 들려 있었다. 기도도 드리지 않은 채 성큼 제단으로 나온 -사실은 두어 걸음이면 되지만- 그는 “전도사님, 여기 꽃 있어요.” 하며 꽃병을 내밀었다. 산에 들에 피어난 꽃을 한 묶음 꺾어 병에 담아온 것이었다. 잠시 설교가 중단되긴 했지만 그 순박한 마음을 웃음으로 받아 제단 한 쪽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올려놓고 보니 꽃을 담아온 병이 다름 아닌 소주병이었다. ‘백합 소주’였다. 모두들 악의 없이 웃었다. 혹 광철 씨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좋게 말하며 나도 함께 웃었지만 마음 찡하니 울려오는 게 있었다.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꽃꽂이는 이런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시골 전도사 한 달 생활비.. 2015. 2. 24.
장욱진과 슈베르트 지강유철의 음악 정담(9) 장욱진과 슈베르트 슈베르트(1797-1828)를 자기주장이 강했던 사람이라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 음악가들에게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신경질적 예민함이나 신념이 강한 사람의 과격함보다는 수줍음, 청순함이 더 잘 어울려 보이기 때문입니다. 슈베르트 음악은 나쁘게 말하면 소녀취향이고, 좋게 말하면 투명하게 아름답다는 평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그가 쓴 종교 음악을 들여다보면 그런 통념에 슬그머니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집니다. 사람들이 슈베르트하면 떠올리는, 짝사랑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용기 없는 사람이란 통념이 절반만 맞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 까닭입니다. 슈베르트는 짧은 31년을 살다 가면서 1000여 곡을 남겼습니다. 그 중에 종교 음악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 2015.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