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76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0)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시되 피조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으로 여겨 사랑하십니다. 몇 해 전이던가. 산과 들에 녹음이 우거질 무렵, 교우 가정에 초상이 났다. 나는 장례식 주례를 부탁받고 꽤 먼 거리였지만 교우 가정의 선산까지 따라갔다. 하관식을 마치고 작은 산등성이로 허위허위 올라가 둥근 봉분 만드는 걸 내려다보며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귀밑머리가 하얀 교우가 다가와 이파리가 딱 두 잎 달린 어린 단풍나무 한 그루를 쑥 내밀었다. 하관식을 하는 동안 산을 돌아다니다가 캤는데,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심어서 키워보라고! 그러면서 교우는, 이미 작고한 자기 모친에게 들었다며 어린 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놓았다... 2015. 3. 12. 나를 개 대가리로 아시오?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9) 나를 개 대가리로 아시오? 사울 왕실과 다윗 왕실 사이에 오랫동안 싸움이 계속되었다. 다윗 왕실은 갈수록 강해졌고, 사울 왕실은 갈수록 약해졌다. 사울의 뒤를 이어 이스보셋이 왕이 되긴 했지만 실권은 사울 밑에서 사령관을 지내던 아브넬 장관이 쥐고 있었다. 실권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아브넬 장관은 사울의 후궁이었던 리스바를 범하였다. 이스보셋이 자기 아버지의 후궁을 범한 아브넬을 꾸짖자 아브넬은 몹시 화를 내며 항의한다. “아브넬은 몹시 화를 냈다. 나를 개대가리로 아시오? 이 날까지 나는 당신의 선친 사울의 왕실과 그 동기간과 동지들에게 충성을 바쳐 당신을 다윗의 손에 넘기지 않고 있는데, 당신은 오늘 하찮은 여자 일로 나를 책잡으시오?”(공동번역, 사무엘하 3;8).. 2015. 3. 12. 담배 먹고 꼴 베라 한희철의 두런두런(17) 담배 먹고 꼴 베라 작실 마을에 올라갔다가 밭에서 일하고 있는 김천복 할머니를 만났다. 연로하신데다 건강도 안 좋으신데 일을 하는 모습이, 일을 해야만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땅콩을 심고 있던 할머니는 한 움큼 땅콩을 집어주신다. 이마에 맺힌 땀을 흙 묻은 손으로 썩 닦아내며 “어여 드셔!” 하신다.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밭고랑처럼 주름이 깊도록 땅을 일궈 오신 할머니는 땅에 대해, 땅에 심는 곡식에 대해 훤히 알고 계시다. 설교 시간에 혼자 아는 체 떠들어대는 젊은 전도사에게 뭔가를 일러줄 것이 있다는 것이 할머니에겐 적잖은 기쁨이었을 것이다. 류연복 판화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맑은 새소리가 들려왔다. 어릴 적 호루라기에 물을 넣고 불면 났던 소리.. 2015. 3. 12. 깊은 영성의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맑은 물 꽃자리의 종횡서해(8) 깊은 영성의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맑은 물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 서평 - 1. 대학을 마치고 감신대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동갑내기 동향인 김기석 목사를 만났다. 그의 큰 눈은 지금처럼 깊이 파였고 형형한 빛을 발산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군목의 소임을 위해 입대했기에 깊은 교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그의 인상은 강력하여 소식이 끊긴 다음에도 그의 행적이 종종 궁금했다. 당시에 그는 남미로 유학을 가서 해방신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강골의 기질이 느껴졌기에 “그답다”는 생각을 했는데, 십 수 년이 지난 후에 그는 문학비평가가 되어 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남미대신 자신의 서재를 택했고, 민중신학 대신 문학.. 2015. 3. 12.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홍순관의 노래 신학(11)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엘리스워커 시· 홍순관 류형선 개사 / 류형선 곡 (2004년 만듦, ‘춤추는 평화’ 음반수록) 그들이 그대의 어머니를 고문할 때 그들이 그대의 아버지를 고문 할 때 그대의 형제를 그대의 아리따운 누이를 고문 할 때 그들이 그대의 지도자를 죽인다면 그대의 눈물 같은 연인을 죽인다면 그대를 고문하여 견딜 수 없는 아픔이 몰려오면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고문하여 그대의 푸른 숲마저 사라지면 음~ 또 다른 숲을 시작 하세요 또 다른 숲을 시작 하세요 또 다른 숲을 시작 하세요 또 다른 숲을 시작 하세요 노랫말은 앨리스 워커(Alice Walker)의 ‘고문(TORTURE)’이라는 시입니다. 그녀는 우리가 잘 아는바,《컬러퍼플 .. 2015. 3. 11. “작음”은 십자가의 정신이다 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6) “작음”은 십자가의 정신이다 - 세 가지 핵심가치2 “작음” - 건강한 작은 교회가 지향해야 할 핵심가치 “단순함”에 이어 오늘은 “작음”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한국교회는 큰 교회를 위한, 큰 교회를 향한, 큰 교회에 의한 거대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신학교는 어떻게 하면 큰 교회를 이루고 큰 교회를 목회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출판사는 큰 교회 목사의 설교, 지향하는 신학적 가치, 사례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책들을 내고, 교단의 총회와 노회는 큰 교회 목사와 장로들이 모든 임원을 맡아 좌지우지 하고, 각종 연합기구는 큰 교회 목사들을 중심으로 큰 교회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래서 “크지 못한 교회”는 끊임없이 “큰 교회”를 지향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큰 교회가 .. 2015. 3. 11. 무엇을 보러 광야를 헤매는가?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12) 무엇을 보러 광야를 헤매는가 “늘어진 두 팔에 힘을 주고 휘청거리는 두 무릎을 꼿꼿이 세우고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하겠습니까?”(마태복음 11:2-11) 젊은 혼과 병든 지성은 무엇을 보려 허허한 가슴을 안은 채 유다의 저 텅 빈 들을 헤매고 있는가? “바람에 날리는” 갈대밭을 보러 가진 않았을 게다. 일찍이 뉴먼 추기경이 “사람은 주먹이 자기 면상에 날아드는 순간까지는 자기 편할 대로 믿으려 든다”고 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용기도 마음도 없을 때 맹랑한 낙천론처럼 편한 게 세상에 또 있을까? 그들이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는 베들레헴에서, 갈릴리에서 도륙.. 2015. 3. 11. 고맙다, 음악! 지강유철의 음악정담(11) 고맙다, 음악! 즐겨찾는 동호회 사이트가 있습니다. 6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미국의 AR이란 스피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사이트입니다. 그 사이트를 방문하면 숱한 세월 하이앤드 오디오를 하다가 뒤늦게 AR로 회심한 사람들의 참회기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번 빈티지 오디오에 빠지면 신앙 수준으로 집착하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른 스피커나 앰프 추종자들도 마찬가지지만 AR 마니아들의 AR에 대한 충성도는 유명합니다.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다른 사람들의 오디오를 우습게 보는 태도를 보였다가 말썽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AR이란 스피커를 알게 된 것은 2007년입니다. 당시 저는 경남 진해에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자가용이 없는 .. 2015. 3. 11.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곽건용의 짭조름한 구약 이야기(9)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 야곱의 사다리 -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서 하란으로 가다가 어떤 곳에 이르렀을 때에 해가 저물었으므로 거기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는 돌 하나를 주워서 베개로 삼고 거기에 누워서 자다가 꿈을 꾸었다. 그가 보니 땅에 사닥다리가 있고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아 있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야훼께서 그 사닥다리 위에 서서 말씀하셨다. “나는 야훼, 너의 할아버지 아브라함을 보살펴 준 하느님이요 너의 아버지 이삭을 보살펴 준 하느님이다. 네가 지금 누워 있는 이 땅을 내가 너와 너의 자손에게 주겠다. 너의 자손이 땅의 티끌처럼 많아질 것이며 동서남북 사방으로 퍼질 것이다. 이 땅 위의 모든 백성이 너와 너의 .. 2015. 3. 9. 이전 1 ··· 277 278 279 280 281 282 283 ··· 29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