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1160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다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다 40여 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고 온 지인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꼭 필요하다 싶어 챙긴 짐들 중에서 중간에 버린 물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걷는 것이 워낙 힘들다보니 버릴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버리게 되더라는 것이다.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단다. 눈썹도 짐이 된다니, 눈썹에 무슨 무게가 있다는 것일까 싶다. 눈썹이 없는 사람도 없지만 눈썹의 무게를 느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눈썹이라는 말과 무게라는 말은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는 말이다. 그러나 ‘백 리만 걸으면 눈썹조차 무겁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눈썹도 먼 길을 걸으면 느낌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다는 것은, 먼 길을 나설 때는 눈썹조차도 빼놓고 가라는 뜻이다. ‘눈썹조차도’라.. 2016. 3. 10. 자로 사랑을 재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자로 사랑을 재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지금이야 대부분 미터법을 사용하지만 이전에는 치(寸), 자(尺), 척(尺) 등 지금과는 다른 단위를 썼다. 거리를 재는 방법도 달라져서 요즘은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도 기계를 통해 대번 거리를 알아내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측정법이 좋아져도 잴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있다. 하늘의 높이나 크기를 누가 잴 수 있을까. 바라볼 뿐 감히 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자기 손에 자 하나 들었다고 함부로 하늘을 재고 그 크기가 얼마라고 자신 있게 떠벌리는 종교인들이 더러 있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가 없다. 사람의 마음도 잴 수가 없다. 기쁨과 슬픔 등 사람의 마음을 무엇으로 잴 수가 있겠는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잴.. 2016. 3. 8. 제가 똥 눈 우물물 제가 도로 마신다 제가 똥 눈 우물물 제가 도로 마신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우물이 있었다. 우물은 동네 한복판에 있었다. 지리적으로 한 가운데가 아니라 마음의 중심이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긷고 빨래를 하고, 우물은 만남의 장소였고 대화의 장소였다. 우물이 있어 비로소 마을 사람들은 한 식구와 같은 ‘우리’가 될 수 있었다. ‘남’이 따로 없었다. 우물은 그렇게 마을을 형성하는 중심이었다. 그런데 우물에다 똥을 누다니,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한단 말인가? 그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우물에다 똥을 눈다는 말인가? 누군가를 골려주려고 그랬을 수도 있고, 대판 싸운 집이 있어 분한 마음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속담은 ‘제가 똥 눈 우물물 제가 도로 마신다’고 말한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재미있고, 통.. 2016. 3. 4. 너희를 껍데기로 만들겠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7) 너희를 껍데기로 만들겠다 “내가 그들 중(中)에서 기뻐하는 소리와 즐거워하는 소리와 신랑(新郞)의 소리와 신부(新婦)의 소리와 맷돌소리와 등(燈)불 빛이 끊쳐지게 하리니 이 온 땅이 황폐(荒廢)하여 놀램이 될 것이며 이 나라들은 칠십년(七十年) 동안 바벨론 왕(王)을 섬기리라”(예레미야 25:10-11). 신혼 초의 일이다. 부엌을 지나가다 창문가에 유리잔이 하나 놓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같은 키의 파란 싹들이 아우성을 치듯 앙증맞게 담겨 있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뜻밖에도 콩나물이라 했다. 반찬을 하면서 콩나물을 한 움큼 꽂아둔 것이었다. 콩나물이 빛을 쬐니 화초처럼 파랗게 바뀐 것이었다. 며칠 뒤였다. 싹이 담긴 유리잔에 물이 거반 줄어 있었다. 얼른 물을.. 2016. 2. 29. 사람의 판단과 주님의 판단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6) 사람의 판단과 주님의 판단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내가 이곳에서 옮겨 갈대아인(人)의 땅에 이르게 한 유다 포로(捕虜)를 이 좋은 무화과(無花果)같이 보아 좋게 할 것이라 내가 그들을 돌아보아 좋게 하여 다시 이 땅으로 인도(引導)하고 세우고 헐지 아니하며 심고 뽑지 아니하겠고 내가 여호와인 줄 아는 마음을 그들에게 주어서 그들로 전심(全心)으로 내게 돌아오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百姓)이 되겠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예레미야 24:5-7). 《탈무드》에 굴뚝청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굴뚝청소를 하러 두 사람이 올라갔는데 청소를 마치고나니 한 사람은 얼굴이 시커멓고 한 사람은 깨끗했다면, 두 사람 중에서 누가 얼굴을 씻겠는가 하.. 2016. 2. 21. 말씀을 제 멋대로 뒤집고 왜곡하는 이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5) 말씀을 제 멋대로 뒤집고 왜곡하는 이들 “너는 또 말하기를 너희는 서로 이웃과 형제(兄弟)에게 묻기를 여호와께서 무엇이라 응답(應答)하셨으며 무엇이라 말씀하셨느뇨 하고 다시는 여호와의 엄중(嚴重)한 말씀이라 말하지 말라 각(各) 사람의 말이 자기(自己)에게 중벌(重罰)이 되리니 이는 너희가 사시는 하나님 만군(萬軍)의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말씀을 망령(妄靈)되이 씀이니라 하고”(예레미야 23:36). “자전거를 타는 것과 신앙생활 하는 것,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요?” 교우들과 말씀을 나누는 시간, 이따금씩 엉뚱한 질문을 할 때가 있다. 한 번은 교우들에게 자전거와 신앙생활에 대해서 물었다. 질문을 받은 교우들은 갸우뚱했다. 자전거 타기가 제 아.. 2016. 2. 15. 병들고 비뚤어진 종교지도자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4) 병들고 비뚤어진 종교지도자들 “여호와가 말하노라 몽사(夢事)를 얻은 선지자(先知者)는 몽사(夢事)를 말할 것이요 내 말을 받은 자(者)는 성실(誠實)함으로 내 말을 말할 것이라 겨와 밀을 어찌 비교(比較)하겠느냐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 말이 불 같지 아니하냐 반석(磐石)을 쳐서 부스러뜨리는 방망이 같지 아니하냐”(예레미야 23:28-29). ‘사이비’는 어디에나 있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은 ‘같을 사’(似)와 ‘아닐 비’(非)를 ‘그러나’라는 뜻을 가진 ‘말 이을 이’(而)가 연결을 하고 있다. ‘비슷하지만 아닌’ 것이 사이비다. 그러고 보면 사이비의 중요한 특징은 ‘비슷함’에 있다 하겠다. 분명 가짜인데 진짜와 너무도 비슷하다. 그러기 때문에 구분이 .. 2016. 2. 8. 끝이 허망한 이들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3) 끝이 허망한 이들 “네가 백향목(柏香木)으로 집짓기를 경쟁(競爭)하므로 왕(王)이 될 수 있겠느냐 네 아비가 먹으며 마시지 아니하였으며 공평(公平)과 의리(義理)를 행(行)치 아니하였느냐 그 때에 그가 형통(亨通)하였었느니라 그는 가난한 자(者)와 궁핍(窮乏)한 자(者)를 신원(伸寃)하고 형통(亨通)하였나니 이것이 나를 앎이 아니냐 여호와의 말이니라”(예레미야 22:15-16) 당시 유다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나마 주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안간힘을 쓴 요시야 왕 덕에 무너져가던 나라가 얼마간 버틸 수 있었지만, 결국 요시야는 전쟁에서 전사하고 만다. 앗시리아를 도우려고 유프라테스 강변의 갈그미스로 올라가는 이집트의 느고 왕과 .. 2016. 2. 1. 때늦은 후회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2) 때늦은 후회 “바벨론 왕(王) 느부갓네살이 우리를 치니 청(請)컨대 너는 우리를 위(爲)하여 여호와께 간구(懇求)하라 여호와께서 혹시(或時) 그 모든 기사(奇事)로 우리를 도와 행(行)하시면 그가 우리를 떠나리라”(예레미야 21:2). 삶이 우리를 가르치는 방법 중에는 ‘때늦은 후회’라는 것이 있지 싶다. 후회하며 뒤늦게 깨닫게 하는 것이다. ‘철들자 망령’이라는 속담도 있고, ‘물고기가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물이다’라는 말도 있다. 물에서 태어나 물에서 살아온 물고기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물을 알게 된다는 말이 아릿하다. H.D. 소로우는 “오, 맙소사! 죽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한 번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다니!” 하며 탄식을 하기도 했.. 2016. 1. 26. 이전 1 ··· 118 119 120 121 122 123 124 ··· 1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