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3편 1절
야훼여! 나를 괴롭히는 자 왜 이리 많사옵니까? 나를 넘어뜨리려는 자 왜 이리 많사옵니까?(<공동번역>)
吾敵何多(오적하다)
내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시편사색》, 우징숑)
당신께 나아가기로 결심하거나 마음을 다지면 걸리는 것들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나 저를 덮치면서 말립니다. 아직 때가 아니고, 그건 지금은 무리고, 나중에 해도 된다고 속삭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닥쳐오는 현실의 무게로 내리누르기도 하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런저런 걱정덩어리들을 마음에 던져 휘청이게 하고 팔과 다리를 묶기도 합니다.
주님 사실 제 적은 제 안에 가장 많습니다. 그 적이 제 약점을 잘도 파악하고, 때도 기막히게 잡아서는 저를 꼼짝 못하게 만듭니다. 적절한 핑계와 합리화라는 그럴듯한 선물을 주며 다음 기회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와 약속까지 합니다. 허구헌날 그 적의 부드러운 속삭임에 넘어갑니다. 주님 그래서 이 모양 이 꼬라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적은 내부에만 있지 않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것 같은데 은근히 발길을 걸고 넘어지는 의뭉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믿음의 길을 북돋우는 이도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작금의 신앙양태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겉으로는 미소짓지만 속으로는 “뭘 그리 티나게 믿느냐?”며 조롱하는 이도 있습니다. 꼭 그렇게 믿을 필요가 있으냐며 적절한 타협을 종용하기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부추기기도 합니다.
차라리 원수라면, 악을 조장하는 무리라면 구분이 쉽고 선택이 명확한데 같은 길을 가는 이요, 친절하게 그리 일러주는 이들에게 당신처럼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끔 ‘세상사람들은 다 지혜롭고 현명하고 즐거운데 나 홀로 어리숙한 거 같고 세상물정도 몰라 씁쓸하구나’라는 노자의 독백이 제 마음에 새겨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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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숑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시편사색》) 해설을 덧붙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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