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송대선의 시편묵상 2021. 5. 12. 06:36

 

 

시편 51, 2

 

한숨짓는 까닭을 알아주소서

살려달라 애원하는 이 소리 모르는 체 마소서(《공동번역》)

 

 

鑑我默默情(감아묵묵정)

聆我哀哀號(영아애애호)

침묵으로 말씀드리는 저를 살피시고

저의 간절한 호소 들어주소서(시편사색오경웅)

 

소리에 앞서는 것이 침묵이지요. 누군가의 고백처럼 당신께서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기 전에 그 말씀이 침묵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들을 떠벌리거나 제 사정을 하소연하기 전에 이미 당신이 다 아신다는 것을 기억하며 침묵에 젖어들고 싶습니다. 그 침묵이 입술의 침묵으로만 그치는 것이면 안되겠지요? 입술의 침묵이 몸의 침묵이 되고 몸의 침묵이 삶에서 일어났던 온갖 생각과 감정을 고요해지기까지 좀 더 시간도 들이고 뜸도 들여야겠지요? 그렇게 침묵이 제 안에 녹아들어 들끓던 것들이 가라앉으면 무슨 말씀을 드려야할지도 조금 선명해지고 입술을 열기도 전에 어련히 님께서 잘 알아주실까 확신도 들겠지요.

 

침묵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참 놀랍습니다. 당신께 나아가기 위한 정화(淨化)의 시간이기도 하고, 당신과 오롯이 만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기도 하고, 하지 않아도 될 뻔한 것들을 내려놓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실한 이들은 그저 당신 앞에 고요히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겼었나 봅니다. 말 한마디 없이도 당신은 이미 온전히 알고 계시고,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지 않아도 이렇게 무릎꿇기까지의 여정도 지켜보셨기에 당신이 먼저 두 팔 벌려 푸근히 감싸시고 받아들여주신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나 봅니다.

 

그러니 주님 먼저 묵묵히 있으면서 당신의 계심을 느끼고, 먼저 기다려주신 그 자비에 젖어드는 복을 허락해주십시오. 제가 나아오기 전에 가득한 당신의 임재와 기다리셨기에 나아오는 인생을 감싸시는 자비에 먼저 녹아지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정화된 제 영혼의 흐느낌이 터져나오겠지요. 그렇게 터져나오는 기도는 들어주십사 하는 기도가 아니지요. 터져나오기도 전에 이미 들어주셨음을 알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의 투정이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기도하고 싶습니다.

 

* ()은 요즘 심리학에서 말하듯 단순히 감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을 뜻하기도 하며 그 사람의 지향하는 바(의지)를 포함하기도 한다. 옛사람들이 말하는 정()은 삿된 것에 물들지 않은 인간 내면의 순수한 발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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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을 순서대로 읽되 한 시편 안에서 마음에 닿는 것을 붙잡으려 합니다. 차례와 관계없이 공동번역과 개역개정, 오경웅의『성영역의』(《시편사색》으로 번역출간)를 중심으로 더 입에 붙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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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편 6절b 의인의 길은 야훼께서 보살피신다(《공동번역》) 我主識善人〔아주식선인〕 우리 주님 선한 이 알아주신다(《시편사색》, 우징숑)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그에 대한 사실적인 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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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시편 1편 2절 야훼께서 주신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 (《공동번역》) 優遊聖道中 涵泳徹朝夕〔우유성도중 함영철조석〕 거룩한 말씀 새김질하며 거닐며 종일 그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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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2편 1-3절 어찌하여 나라들이 술렁대는가? 어찌하여 민족들이 헛일을 꾸미는가? 야훼를 거슬러, 그 기름부은 자를 거슬러 세상의 왕들은 들썩거리고 왕족들은 음모를 꾸미며 “이 사슬을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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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분수를 모르는 하루살이의 소동이라!

시편 4절 4절에서 시인은 그 난장판의 야단법석에서 하느님의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하늘 옥좌에 앉으신 야훼, 가소로워 웃으시다 笑蜉蝣之不知自量(소부유지부지자량) 제 분수를 모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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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

시편 3편 1절 吾敵何多(오적하다) 내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시편사색》, 우징숑) 당신께 나아가기로 결심하거나 마음을 다지면 걸리는 것들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나 저를 덮치면서 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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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편 3편 4절 竭聲籲主(갈성유주) 온맘과 영혼으로 주님 당신을 부릅니다(《시편사색》, 우징숑) 그러니 그럴수록 당신을 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이렇게 제 속의 결심은 연약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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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적들을 쳐주소서!

시편 3편 3절, 6절 그러나 야훼여! 당신은 나의 방패, 나의 영광이십니다. 내 머리를 들어 주십니다.〔3절〕 적들이 밀려 와 에워 쌀지라도 무서울 것 하나 없사옵니다.〔6절〕(《공동번역》) 護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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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따위는 하늘마저 버렸다고

시편 3편 2절 너 따위는 하늘마저 버렸다고 빈정대는 자 또한 왜 이리도 많사옵니까?(《공동번역》 彼無神助 其命幾何(피무신조 기명기하) 하느님이 저를 돕지 않으시니 그 목숨 앗는 것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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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4편 6절 “그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 줄까” 하고 말하는 자가 많사오니, 밝으신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돌리소서, 야훼여.(《공동번역》) 衆庶喁喁望 何日見時康(중서옹옹망 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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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4편 2절 너희, 사람들아! 언제까지 나의 영광을 짓밟으려는가? 언제까지 헛일을 좇고 언제까지 거짓 찾아 헤매려는가?(《공동번역》) 嗚呼濁世子 冥頑盍有極(오호탁세자 명관함유극)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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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5편 7절 당신의 크신 사랑만을 믿고 나는 당신 집에 왔사옵니다. 주님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당신의 거룩한 성전을 향하여 엎드립니다.(《공동번역》) 我欲入主室 暢沾主膏澤(아욕입주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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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 내미사 자비 드러내소서https://fzari.tistory.com/2591

 

당신의 손 내미사 자비 드러내소서

시편 6편 4,5절 여호와여 돌아와 나의 영혼을 건지소서 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사망 중에서는 주를 기억하는 일이 없사오니 스올에서 주께 감사할 자 누구리이까?(《공동번역》) 祈主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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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숑(오경웅)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시편사색》) 해설을 덧붙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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