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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묵상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4) 이슬 묵상 가을로 접어들며 하루 한 꼭지씩 이어오고 있는 글이 있다. 이슬에 관한 글이다. 밤새 기온이 내려가면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가 물방울로 맺힌다. 애써 골라 자리를 찾은 것인지 하필이면 풀잎이나 꽃잎 끝에 아슬아슬하게 맺혀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아찔하게 한다. 게다가 수명도 짧다. 아침 해가 뜨면 어느 샌지 사라진다. 이슬이 어느 순간 생겼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세상에 누가 있을까. 언제 왔다가 언제 가는지를 모르는 신비한 걸음, 이슬은 그런 존재지 싶다. 될 수 있으면 가장 짤막하게 쓰려 하는 것은, 그것이 이슬과 어울린다 싶기 때문이다. 어찌 이슬에 군더더기가 있겠는가. 맺히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눈물겨울 만큼 짧은 순간이다. 사.. 2019. 11. 17.
그래야 방 한 칸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5) 그래야 방 한 칸 모처럼 다른 일정이 없는 월요일, 목양실로 나왔다. 평소에도 조용한 예배당이 월요일이라 그런지 더욱 조용했다. 책상 옆 한쪽 구석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이 있다. 공문과 신문과 잡지, 이런저런 자료와 보고서도 있다. 하루에도 여러 편 우편물이 전해지고, 교회 일과 관련한 자료와 보고서 등도 전해진다. 때마다 중요한 것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덜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쌓아두기 시작했는데, 그 높이가 어느새 제법이었다. 그때그때 분류를 하여 정리를 해두면 편할 것을 그렇지 못했다. 정리를 잘 못하는 성격도 컸거니와, 연일 이어지는 심방 등 바쁜 일정을 핑계로 쌓아 두기만 했었다. 그냥 일을 하는 것이 단조롭다 싶어 음악을 틀었다. 주로 클래식을 선물처럼 듣는.. 2019. 11. 17.
몇 가지 질문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3) 몇 가지 질문들 목회 계획 세미나 시간을 가졌다. 정릉교회 시무장로님들과 1박2일 내년도 목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일 오후에 출발하여 가던 길에 저녁을 먹고 나자 이내 날이 캄캄했다. 하루 머물기로 한 이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은 데다가 초행길에 비까지 제법 내려 숙소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세미나는 몇 가지 질문으로 시작했다. “오늘 한국교회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정릉교회에 점수를 준다면요?” 더 묻고 싶은 질문들도 있었다. “정릉교회 밖에 있는 다른 이들은 정릉교회에 몇 점을 줄까요?” “주님이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이나 주실까요?” 장로님들의 대답이 궁금했다. 먼저 한국교회의 점수는 낙제점이었다. 평균이 얼추 40점쯤이 되었다. .. 2019. 11. 16.
숨과 같은 하나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2) 숨과 같은 하나님 이름은 기호나 문자나 소리가 아니다. 다른 사람과 구별하기 위한 장치나 도구도 아니다. 이름은 존재다. 이름에는 그의 존재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하나님이 모세를 불러 이집트에서 종살이 하고 있는 백성에게 보내실 때, 모세는 하나님께 질문을 한다. “제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서 '너희 조상의 하나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고 말하면, 그들이 저에게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을 터인데, 제가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합니까?”(출애굽기 3:13) 그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데, 하나의 명사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으로 대답하신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이는 몇 가지 서로 다른 의미로 번역이 된다. “나는 곧 나다”로 번.. 2019. 11. 14.
두 개의 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2) 두 개의 강 이른 아침 약속 장소로 가다보니 새벽안개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치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를 구분 짓기라도 하려는 것 같다. 안개 위는 천상의 세계이고 안개 아래는 지상의 세계인 듯싶다. 일교차가 심한 이때가 되면 물안개가 피어오른다는 것을 단강에 살며 경험을 했다. 아침 강가에 나가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강을 따라 흐르고는 했다. 내게는 그 모습이 두 개의 강처럼 보였다. ‘두 개의 강’은 그런 모습을 그냥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 바다까지 가는 먼 길 외로울까봐 흐르는 강물 따라 피어난 물안개 또 하나의 강이 되어 나란히 흐릅니다. 나란히 가는 두 개의 강 벌써 바다입니다. 생각해보니 강을 따라 물안개가 피어오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둔 것이 없었다. .. 2019. 11. 13.
나무들 옷 입히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1) 나무들 옷 입히기 갈수록 해가 짧아진다. 오후가 시작되어 잠깐 시간이 지난다 싶으면 어느새 땅거미가 깔리고는 한다. 문득 인생의 계절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인생의 해가 지는 시간도 그렇게 찾아올 것이었다. 새벽예배 준비와 심방 준비를 마쳤을 때는 이미 어둠이 다 내린 시간이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며 보니 누군가 예배당 마당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로등 불빛을 의지해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멀리서도 대뜸 누구인지를 알 것 같았다. 옆에 서 있는 트럭, 조경 일을 하며 정릉교회 조경위원회를 맡고 있는 권사님이었다. 하루의 일을 마치면 곧장 집으로 가는 대신 예배당에 들러 예배당 주변을 돌보는 일을 하신다. 피곤한 중에도 맡겨진 일을 지극한 정성으로 감당하는 권사님.. 2019. 11. 12.
때론 꽃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0) 떄론 꽃도 때론 꽃도 외로운지, 나란히 핀다. 예배당 마당, 쌀쌀해지는 날씨에도 용케 핀 작은 꽃이 있어 다가가니 나란히 피어 있다. 우린 하나랍니다, 둘이면서도 하나지요, 가만 웃으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 꽃이라고 어디 외로움이 없을라고. 하지만 괜스레 마음이 시렸다. 2019. 11. 11.
목사님들은 뭐하고 있었어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9) 목사님들은 뭐하고 있었어요? 지난 여름 끝자락에 있었던 일이니, 벌써 제법 시간이 지난 일이다. 꽃무릇이 지기 전에 사진을 찍자며 지인이 안내한 곳이 길상사였다. 언젠가는 찾아가 봐야지 마음에만 두었던 길상사를 그렇게 찾게 되었다. 길상사의 꽃무릇은 벌써 시들어 있었다. 사진으로 찍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꽃무릇 대신 잠시 길상사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 한복판 북한산 자락에 그처럼 호젓하고 넉넉한 공간이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넓고 그윽했고 아름다웠다. (출처: 한겨레 휴심정) 동행한 또 다른 지인에게 아는 척을 했다. 김영한과 백석에 얽힌 이야기, 김영한과 법정 스님에 얽힌 이야기, 특히 김영한이 법정 스님에게 요정 대원각을 시주.. 2019. 11. 10.
진짜는 항상 아름답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8) 진짜는 항상 아름답다 자신을 찾아온 병을 넉넉한 웃음으로 받아들여 변함없는 삶을 살아낸 사람, 그는 떠났지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남아 있다. 장영희 교수의 을 다시 꺼내들었다. 꾸밈없고 반듯하고 따뜻한 내용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 닿는다. 삶을 허투루 살아서는 안 되며, 쉽게 절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책 속에는 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서양 동화 하나가 소개되어 있다. 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말 인형과 장난감 토끼가 나누는 이야기다. "나는 '진짜' 토끼가 되고 싶어. 진짜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잠자는 아이의 머리맡에서 새로 들어온 장난감 토끼가 아이의 오랜 친구인 말 인형에게 물었다. "진짜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아무 상관이 없어. 그.. 2019.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