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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방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6) 문을 여는 방법 닫혀 있는 문을 여는 방법에는 두어 가지가 있다. 문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면 두 가지라 해도 되겠다. 하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열쇄로 열든 비밀번호를 누르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집의 주인이 당연히 선택하는 방법이자 주인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문을 여는 다른 하나는 문을 두드리는 일이다. 손으로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을 하고는 주인이 문을 열어줄 때를 기다려야 한다. 열쇄가 없고 비밀번호를 모르는 이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며 신앙에 대해 생각한다. 신앙도 마찬가지구나 싶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앙을 은총의 문을 여는 열쇄를 얻거나 비밀.. 2019. 11. 29.
나의 노래가 한 알의 씨앗이라면 신동숙의 글밭(15) 나의 노래가 한 알의 씨앗이라면 나의 노래가 한알의 씨앗이라면 낮고 낮은 땅 위에 떨어지게 하소서 나의 기도가 한알의 씨앗이라면 어둡고 가난한 집에 떨어지게 하소서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끼고 비가 내리면 온몸이 잠기더래도 내려주신 은혜에 떨며 살아있게 하소서 꽃을 피우지 못해도 꽃을 사랑하게 하소서 열매 맺지 못해도 열매의 꿈 꾸게 하소서 온몸이 뿌리째 흔들려도 기도의 끈 놓지 않게 하소서 이 모든 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인 줄 알게 하소서 2018.9.15. 詩作 2019. 11. 29.
무딘 마음을 타고서 고운 결로 흐르는 이야기 신동숙의 글밭(14) 무딘 마음을 타고서 고운 결로 흐르는 이야기 - 을 읽고 - 책을 펼친 후 몇 날 며칠이 흘렀는지 모른다. 책을 펼치면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는 책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러기가 힘이 들었다. 한바닥을 읽다가 가슴이 멍먹해지면 고개 들어 멍하니 벽을 바라보다가. 또 한 줄을 읽다가 눈물이 자꾸만 나와서 손등으로 눈물을 찍어내다가,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어 눈물 콧물을 소매로 닦다가. 그렇게 가슴에 맴도는 울림이 쉬 가라앉질 않아 책을 덮고 마는 것이다. 편안히 앉아 눈으로만 읽기가 미안하고 염치가 없어서, 처음 글부터 필사를 하기로 했다. 하루에 한두 편을 적으면 크게 무리는 없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농부와 목자의 마음을 내 무딘 가슴에 새기고 .. 2019. 11. 29.
촛불은 심지만으로 탈 수 없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5) 촛불은 심지만으로 탈 수 없다 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촛불을 켜는 일이 더 많아졌다. 촛불은 촛불만의 미덕이 있다. 촛불을 켜면 마음이 환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백열전등과 다르고 난로와도 다르다. 밖에 다녀올 일이 있어 켜둔 촛불을 껐다. 거반 다 탄 초였는데, 그렇다고 촛불을 켜 둔 채 외출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을 보고 돌아와 다시 초에 불을 붙였다. 자기 몸을 다 태워 키가 사라진 초는 촛농으로만 남아 접시에 물 담긴 듯 촛대 안에 담겨 있었다. 그래도 한 가운데 심지가 서 있어 불을 붙였는데, 잠시 불이 붙던 심지는 하얀 연기를 내며 이내 꺼져버리고 말았다. 심지가 다 타기 전에 촛농을 받아들여 태워야 하는데, 백록담처럼 가운데가 파인 상태였기에 녹여낼 촛.. 2019. 11. 28.
봉황새 한 마리 신동숙의 글밭(13) 봉황새 한 마리 훌훌 팬티만 입고 칭칭 이불을 감고 빼꼼 얼굴만 내놓은 홀로 쇼파를 점령한 까르르 웃음꽃 터트리며 티비를 보는 모습은 힘겨운 하루를 보낸 후 비로소 둥지에 틀어 앉은 봉황새 한 마리 책 읽으란 소리에 숙제는 했느냐는 소리에 꿈쩍도 안하던 고귀한 몸이 저녁밥 먹으란 소리에 새벽답 참새처럼 훌쩍 날아옵니다 2019. 11. 28.
엄마, 내 휴대폰 신동숙의 글밭(13) 엄마, 내 휴대폰 "엄마, 내 휴대폰!" 아침부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엄마, 내 휴대폰 놓고 내렸어요. 지금 내 친구 폰으로 거는 거예요." 매일 아침 7시50분이면 딸아이를 태워서 학교로 갑니다. 교문 앞이 붐비지 않도록 한 블럭 못 가서 내려 주는 것은 신학기 초 학교와의 약속입니다. "엄마, 영어 학원으로 좀 갖다 주세요.",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라도 해 줄 수 있는 상황. 잠시 대답을 미룹니다. 그러다가 문득 한 마음이 듭니다. 하루 동안 휴대폰 없이 지내보는 것도 괜찮다 싶은. 그전부터 엄마 마음 속에 감춰 둔 한 생각이 선물처럼 주어진 우연한 기회입니다. 잠자리에 들기까지 딸아이에게 휴대폰은 떨어질 줄 모르는 분신이거든요. 휴대폰 자리를 대신하여 심심함으로.. 2019. 11. 28.
용한 재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4) 용한 재주 아가페 위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주일마다 교우들의 점심 식사를 준비한 고마운 분들이다. 적지 않은 교우들이 주일오전예배를 드린 뒤 점심 식사를 한다. 그 많은 인원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니 얼마나 고된 일일까. 일 년 동안 묵묵히 감당해 준 교우들이어서 고마운 마음이 컸다.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교우가 웃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즐겁게 일을 해왔지만 때로는 속상할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수고하는 이들의 진심과는 전혀 다른,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 발품을 팔아 음식을 준비하면 싼 것으로 했다고 핀잔을 하는 식이었다. 모두의 마음이 같았으리라. 봉사를 하다보면 그런 서운함과 무심으로 인해 생긴 상처들이.. 2019. 11. 27.
사랑의 발걸음 신동숙의 글밭(12) 사랑의 발걸음 배고픔보다 더 커다란 허기를 하늘은 언제나 든든히 채워 주었죠 하늘의 눈길 향하는 곳으로 나도 따라 바라봅니다 빗물이 눈물 되어 고이는 곳으로 햇살이 따스하게 감싸 안는 곳으로 참사랑은 내려가는 길이란 걸 낮아진 발걸음이라는 걸 아름다운 사랑의 발걸음 사랑의 발걸음 부유한 마음 교만이 고개 들면 하늘은 언제나 더 낮아지라 하시죠 비운 마음까지 내려놓으라고 가만히 내게 속삭이시죠 작고 여린 꽃에겐 고운 별빛으로 더운 가슴에는 시원한 바람 노래로 햇살이 손 내밀면 나 언제든 사뿐히 오를 수 있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발걸음 사랑의 발걸음 2019. 11. 27.
햇살이 앉으면 신동숙의 글밭(11) 햇살이 앉으면 흐르는 냇물에 내려앉은 노을빛이 연한 가슴을 흔들어 놓습니다. 물에 비친 모습 중에서 빛그림자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요. 흐르는 물에 햇살이 앉으면 하얀 별빛이 보이고. 서로를 비추어 더 아름다운, 대낮에도 볼 수 있는 별빛이 되고. 그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보며 저절로 터지는 감동은 그대로 자연 앞에 선 채로 드리는 숙연한 기도의 시간이 됩니다. 햇살이 앉으면 ... 흐르는 강물에 햇살이 앉으면 환한 대낮에도 하얀 별빛이 보여요 밤하늘 숨은 별들 여기 다 있네요 흐르는 내 마음에도 햇살이 앉으면 그리운 얼굴 보일까요 2019.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