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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일거든 신동숙의 글밭(10) 그리움이 일거든 그리움이 일거든 바람따라 떠나가지 마오 제 자리에 머물게 하여주오 한 그루 나무가 되게 하여주오 앙상한 가슴에 새순이 돋아나 잎새마다 그리움으로 살을 찌우는 낮동안 푸른 하늘빛 그리움이 무르익어서 저녁 노을빛이 되었습니다 그리움이 일거든 구름따라 떠나가지 마오 뿌리를 내리게 하여주오 한그루 나무가 되게 하여주오 메마른 가슴에 단비가 내린 후 뜨거운 태양빛에 영글어 가는 까만밤 하얀 별빛 그리움이 무르익어서 새벽 아침해가 떠오릅니다 2019. 11. 26.
가을비와 쑥병차와 쓰레기 신동숙의 글밭(9) 가을비와 쑥병차와 쓰레기 온종일 비가 내립니다. 강변에 단풍잎은 아직 자기의 때가 남았다는데, 그 마음 아는지 조곤조곤 달래듯 어르듯 가을비는 순하게 내립니다. 축축한 땅. 가벼운 바람결에도 속절없이 날리던 낙엽이 몰아쉬던 숨을 비로소 고요히 내려놓습니다. 이런 날씨에는 몸도 가라앉아서 내 마음 빗물에 젖은 한 잎 낙엽이 됩니다. 가슴이 시려 오는 것도 이제는 왠지 견딜 만하답니다. 창밖으로 바라본 하늘엔 회색 구름이 무겁습니다. 검도를 마치고 차에 탄 아들이 잠시 편의점에 들렀다 가자며 조릅니다. 복잡한 골목, 편의점 입구에 잠시 정차를 하고 카드만 주면서 꼭 필요한 것만 사오너라 했더니. 까만 비닐봉지에서 나온 것은, 옥수수 통조림, 모짜렐라 치즈, 컵라면, 초코과자, 버터맛 팝콘.. 2019. 11. 26.
그 길을 걷지 않으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3) 그 길을 걷지 않으면 원주 청년관에서 열린 북콘서트, 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자연스럽게 단강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모임에 참여한 이들 중 목회자가 절반쯤, 교우들이 절반쯤이 된다는 말을 듣고 이야기를 ‘두 개의 강’으로 마쳤다. 단강에서 보았던 그 중 아름다운 풍경으로, 박보영 집사님이 곡을 붙여 내게는 흥얼흥얼 노래로도 남아 있는 짤막한 글이다. 바다까지 가는 먼 길 외로울까봐 흐르는 강물 따라 피어난 물안개 또 하나의 강이 되어 나란히 흐릅니다. 나란히 가는 두 개의 강 벌써 바다입니다. -두 개의 강 목회자와 교우와의 만남이 두 개의 강처럼 은총의 바다를 향해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마음을 전하며 하고 또 하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글.. 2019. 11. 26.
열매가 품은 씨앗 신동숙의 글밭(8) 열매가 품은 씨앗 오늘 받은 기쁨만으로 잠들지 않게 하소서 세상 어느 한 구석 내가 알지 못하는 소외된 슬픔 하나 별처럼 떠올리며 기쁨의 열매 한가운데 슬픔의 씨앗을 가슴에 품고서 평온히 잠에 들게 하소서 오늘 받은 슬픔만으로 잠들지 않게 하소서 내 안에 어느 한 구석 보물을 찾듯이 행복했던 추억 하나 별처럼 떠올리며 슬픔의 열매 한가운데 기쁨의 씨앗을 가슴에 품고서 평온히 잠에 들게 하소서 2019. 11. 25.
주신 소망 한 알 신동숙의 글밭(7) 주신 소망 한 알 ... "우리 같이 점심 먹어요. 아구탕 맛있는 집 있는데, 아구탕 괜찮으세요?", "예!". 전화기 너머 아름다운 울림 소리로 청하는 따뜻한 초대에 어찌 응하지 않을 수 있나요. 시노래 가수 박경하 선생님이십니다. 시와 노래는 이란성 쌍둥이와 같은, 한 마음이면서 두 개의 몸이 된. 끈끈한 끈으로 엮인 사이. 시는 노래를 그리워하고, 노래는 시를 그리워하는 서로가 서로에겐 그리움입니다. 만나면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전하고 싶었답니다. 예쁘게 포장된 빵을 사갖고 갈까, 예쁜 악세사리를 사갖고 갈까. 아직은 취향을 잘 몰라서 선뜻 결정을 못하고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었답니다. 약속한 날은 다가오는데, 그러다가 문득 당연하다는 듯 순간 든 생각이 있답니다. 시집. .. 2019. 11. 25.
밟고 싶어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2) 밟고 싶어요 책장을 정리하다가 종이 한 묶음을 발견했다. 악보였다. 지난여름 힐링 콘서트에 노래손님으로 다녀간 성요한 신부님이 전해준 악보였다. ‘두 개의 강’ ‘그럴 수 있다면’ ‘나처럼 사는 건’ ‘만 냥보다 더 귀하신 어머니’ ‘참새 다녀간 자리’ ‘울지 못하는 종’ ‘환대’ 등, 그동안 내가 썼던 짤막한 글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었다. 글이 곡이 된다는 것은 몰랐던 새로운 경험이 된다. 악보 중에는 ‘밟고 싶어요’가 있었다. ‘밟고 싶어요’는 내가 쓴 글이 아니었다. 심방 중에 만난 정릉 어느 골목길 전봇대에 붙어 있던 방, ‘개 주인은/ 개 때문에/ 개 망신 당하지 말고/ 개 똥 치우시오’라는 글을 읽고 그 내용이 재미있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읽고서 예.. 2019. 11. 25.
나의 노래는 신동숙의 글밭(6) 나의 노래는 나의 노래는 큰 예배당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지기보다는 두레 밥상에 여럿이 둘러 앉아 예수를 나누는 작고 가난한 교회에서 불려졌으면 나의 노래는 눈 먼 보석보다 산바람이 살갗을 깨우는 푸른 언덕 위 소박한 옷을 걸친 눈동자가 맑은 다윗의 고독한 입을 사랑합니다. 나의 노래는 하늘을 찌르는 첩탑의 소리보다 풀잎에 앉은 이슬처럼 잔잔히 함께 부르는 낮고 따뜻한 그 음성을 사랑합니다. 예수님은 낮고 작은 집에 계셨기에 예수님은 낮고 가난한 내 마음 속에 계시기에 2019. 11. 24.
기다리는 만남 신동숙의 글밭(5) 기다리는 만남 ... 걸레로 방바닥을 닦으시던 친정 엄마가 주말에는 이모님댁에 다녀오마 하십니다. 이모가 계신 진주 단성까지는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고도 족히 세 시간은 걸리는 거리. 이어서 하시는 말씀이 주무시지 않고 당일날 돌아오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작년에 방문하신 얘기를 꺼내십니다. "두 노인네가 내가 왔다고 평소에는 틀지도 않는 기름 보일러를 때는데, 내가 마음이 미안해서 똑 죽겠고", 이번에는 주무시지 않고 그냥 오시겠다며 선언을 하십니다. 친정 엄마도 올해 74세를 맞이 하셨으니, 하루 동안에 오고 가는 버스를 여섯 시간이나 넘게 타신다는 것은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는 녹록치 않은 여정입니다. 게다가 아침마다 당뇨약도 드시니까요. 토요일 오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 2019. 11. 24.
작은 배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1) 작은 배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목양실로 올라와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다보면 서서히 아침이 밝아온다. 이젠 겨울, 급한 무엇 있겠냐는 듯 느긋하게 밝아온다. 오늘도 그랬다.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는 중에 아침이 밝아왔다. 잠깐 일을 멈추고 커피를 마시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맞은 편 전깃줄 위로 날아와 앉았다. 비둘기가 저렇게나 큰 새였나 싶을 만큼 덩치가 큰 비둘기였다. 그런데 비둘기는 무슨 맘을 먹은 것인지 목양실 창문 난간으로 날아왔다. 전선과 난간의 거리가 가까워 폴짝 뛰는 것 같기도 했다. 난간이래야 좁은 공간, 그래도 그 공간으로 날아오자 비둘기가 창문과 닿을 정도였다. 퍼뜩 드는 생각이 있어 음악을 틀었다. 첼로 연주곡이었는데 볼륨을 높였다. 원래 그런 것인.. 2019.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