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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사랑한 분들(1) 신동숙의 글밭(34) 감자를 사랑한 분들(1) 감자를 사랑한 분들의 얘기를 꺼내려니 눈앞이 뿌옇게 흐려집니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가마솥 뚜껑을 열었을 때처럼, 눈앞이 하얗습니다. 감자를 사랑한 분들을 떠올리는 건 제겐 이처럼 구수하고 뜨겁고 하얀 김이 서린 순간과 마주하는 일입니다. 가마솥 안에는 따끈한 감자가 수북이 쌓여 있고, 제 가슴에는 감자를 사랑한 분들 얘기가 따스한 그리움으로 쌓여 있답니다. 감자떡 점순네 할아버지도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 점순네 할머니도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 ... 권정생 선생님의 中 삽화 그림 글 이오덕 · 그림 신가영 딸아이를 학원으로 태워주는 차 안에서, "점순네 할아버지는 감자떡 먹고 늙으시고~"(백창우曲) 노래를 불러 줬더니, 뒷좌석에 앉은 딸아이가 푸하~ 하고 웃.. 2019. 12. 17.
<오페라의 유령>과 '잃어버린 어린 양 한 마리' 신동숙의 글밭(33) 과 '잃어버린 어린 양 한 마리' 나를 위해 언제나 기도하시는 백집사님, 그분의 정성과 성실함 앞에 더이상 거절을 할 수 없어서 동행한 25주년 공연 실황 녹화. 스크린으로 보는 . 화려하고 웅장한 노래와 춤, 의상, 배우들의 아름다움 앞에 내 마음 왜 이리 기쁘지 아니한가. 무대 위 200벌이 넘는 화려한 의상과 목소리와 배우들의 표정. 뼈를 꺾은 발레 무희들의 인형 같은 몸짓과 노랫소리. 지하실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 노래 노래 오페라의 유령.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저 화려함 현란함 요란한 박수 갈채 속에서 나는 그 뿌리를 보는 것이다. 건물 안과 건물 밖을 나누고 무대 위와 무대 아래를 나누고 주인공과 엑스트라를 나누고 공연자와 관람자를 나누고 로얄석와 일반석을 나누고 고용인과 .. 2019. 12. 16.
바퀴는 빼고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2) 바퀴는 빼고요 마음의 청결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걸레와 행주 이야기에 이어 나온 이야기가 그릇 이야기였다. 자신의 마음 밑바닥이 청결치 못해 담기는 모든 것을 기쁨으로 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고백이었다. 쉽지 않은, 정직한 고백이다 싶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여름성경학교 강습회가 있었고, 하루 몇 대 없는 버스로 원주 시내로 나가야 했던 나는 제법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조용한 찻집을 찾았다. 창문을 통해 오가는 사람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2층 찻집이었다.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강의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을 때, 뒤편에서 외마디 소리가 들려 왔다. “아가씨!” 비명에 가까운 날카로운 소리였다. 돌아보.. 2019. 12. 16.
좋은 건 가슴에 품는다 신동숙의 글밭(32) 좋은 건 가슴에 품는다 좋은 건 가슴에 품는다. 거꾸로 말하면,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건 좋은 것이다. 여기서 마음이라 칭하지 않고 가슴이라고 한 것은 실제로 심장을 중심으로 가슴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슴이 넉넉하거나 이타적인 사람은 못된다. 내 마음에 들면 취하고 그렇지 않으면 밥 한 숟가락 입에 넣지 않는 꽉 막힌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 내겐 어려서부터 다른 무엇보다 늘 마음이 문제였다. 놀이터에서 땅거미가 질 때까지 흙투성이 땅강아지가 되도록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며 온종일 배를 골아도 나는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엄마 얘기로는 젖배를 골아서 그렇다는데. 태어날 때부터 몸에 배부른 기억이 없다면 상대적인 배고픔에도 무딘 것인지. 애초.. 2019. 12. 15.
걸레와 행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1) 걸레와 행주 대림절을 보내며 갖는 아침 묵상, 오늘 나눈 묵상은 마음이 청결한 자가 주님을 뵙는 복을 누린다는 말씀이었다. ‘청결’(카다로스)이라는 말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비혼합이고, 다른 하나는 키질이다. 가짜 휘발유 이야기를 나눴다. 가짜 휘발유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넣는 재료는 물이 아니라 진짜 휘발유다. 기가 막힌 역설, 가짜 휘발유 이야기는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가짜라고 보여도 진짜가 더 많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우리를 가짜로 만드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 안에 아무리 진짜가 많아도 우리를 가짜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무시하기 쉬운 적은 양의 가짜인 것이다. 어릴 적 이불에 지도.. 2019. 12. 15.
권력자의 영원한 친구 김장환 목사 한종호의 너른마당(62) 권력자의 영원한 친구 김장환 목사 "그를 만나면 권력이 보인다"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이자 극동방송 사장일 뿐만 아니라, 침례교세계연맹 총회장이었던 김장환 목사의 성장기는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전쟁의 화마(火魔) 속에서 헤매고 있던 가난한 나라의 한 소년이 당시에는 꿈꾸기 어려웠던 미국에 건너가 중·고등학교와 신학대학원까지 마치고 돌아와 이제는 세계적인 기독교 지도자로 큰 것은 실로 입지전적인 이야기이다. 아무런 신앙적 배경도 없던 소년이, 이역(異域)에서 난관을 뚫고 실력을 쌓아 고국에 돌아온 후 영적 사역에 힘쓰는 인물이 되었다는 것은 감격적인 간증이 된다. 이와 함께 그가 오늘날 정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계 지도자로서 굳건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목사 .. 2019. 12. 13.
아찔한 기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40) 아찔한 기로 베다니 시몬의 집에서 향유를 부을 때, 그 자리에 있던 두 사람은 서로 대비가 된다. 빛과 어둠만큼이나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한 사람은 값비싼 향유를 아낌없이 부어드린 여인이다. 그녀가 막달라 마리아라면 드는 생각이 있다. 그는 일곱 귀신이 들렸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온전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성성 대신 동물성만 남아 있는, 사물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그랬던 그가 예수를 통해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면 무엇이 아까웠을까. 내 지닌 가장 소중한 것을 드려도, 모두 드려도 무엇 하나 아까울 것이 없을 것은 내가 받은 사랑에 비한다면 내가 드리는 것은 지극히 보잘 것 없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인과 대비가 되는 한 사람은 여인을 비난하고 있는 사람이다. 성경.. 2019. 12. 13.
겨울 바람 신동숙의 글밭(31) 겨울 바람 찬 손으로 내 양볼을 부비며 빨갛게 물들이는 겨울 바람 호오오오 하얗게 피우는 따신 입김에 겨울 바람이 언 손을 녹여요 2019.1.4. 詩作 2019. 12. 13.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들 신동숙의 글밭(30)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들 볼에 닿는 햇살이 따사로운 겨울날 오후다. 양짓녘엔 봄인 듯 초록풀들이 싱그럽다. 따스한 바람이 불어 금빛 마른풀에선 맑은 소리가 들릴 듯 말듯 울린다. 지난 며칠간 매서웠던 추위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가슴이 저절로 녹아서 걸음마다 한겹한겹 마음이 열리는 평온한 날씨다. 날씨가 포근해서일까. 학원 중간에 시간이 남았을까. 모처럼 개천에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떠드는 것처럼 또랑또랑 들려온다. 뭘 하는가 싶어서 다리께에서 가만히 내려다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갈 뿐 오히려 다리 중간에 멈춰 선 내 모습이 어색한 그림이긴 하다. 하지만 내게는 자연 속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 폭의 정겨운 그림이다. 이 아름답고 재미난 광경을.. 2019.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