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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57

좀 좋은 거울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9) 좀 좋은 거울 고흐가 동생 테오와 나눈 편지 중에 거울 이야기가 있다. 지금이야 위대한 화가로 칭송과 사랑을 받지만, 살아생전 고흐는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살았다. 가난과 외로움이 그의 밥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형의 처지와 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었던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쓰며 고흐는 어느 날 이렇게 쓴다. “모델을 구하지 못해서 대신 내 얼굴을 그리기 위해 일부러 좀 좋은 거울을 샀다.”(1888년 9월) 고흐의 이 짧은 한 마디 말을 떠올릴 때면 나는 먹먹해진다. 비구름에 덮인 먼 산 보듯 막막해진다. 울컥, 마음 끝이 젖어온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절대의 고독과, 물감조차도 아껴야 하는 극한의 가난, 그런 상황에서도 놓을 수 없었던 그림, 그림은 고흐와 세.. 2020. 1. 17.
가라앉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8) 가라앉다 탈이 난 것은 알아차린 것은 집회 마지막 날 새벽이었다. 오전과 저녁에만 모이는 집회여서 푹 자도 좋았는데, 여전히 이른 새벽에 일어났던 것은 아픈 배 때문이었다. 그런데 탈이 난 것은 배 만이 아니었다. 욱신욱신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계속되었던 무리한 일정들, 몸에 탈이 날만도 했다.아침에 교육부총무에게서 연락이 왔다. 몸이 괜찮으냐고. 의례적인 안부 인사인 줄 알고 괜찮다고 하자 지방 교역자들 중 여러 명이 탈이 났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전날 먹었던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조심하는 마음으로 집회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몸은 여전했다. 복통과 두통, 거기에다가 몸 곳곳이 쑤시는 것이 이어졌다. 목은 가라앉으며 된 기침이 이어졌고, 입술은 터졌다.. 2020. 1. 16.
교황의 유머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7) 교황의 유머 “가만히 계세요. 깨물면 안 돼요.” 그 한 마디 말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버럭 교황’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연말 자신의 손을 세게 잡아당긴 한 여성 신도에게 화를 냈고, 화를 낸 것을 사과하여 논란이 됐던 일로부터 말이다. 그런 일로부터 며칠 뒤 교황이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을 찾았다. 많은 신자가 몰렸는데, 맨 앞줄에 있던 수녀 한 명이 손을 뻗으며 “바초, 파파!”(키스해 주세요. 교황님) 외쳤다. “오, 나를 깨물려고요?”라고 묻는 교황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자 교황은 “당신에게 키스할 테니 그대로 있어야 해요. 깨물면 안 돼요.”라고 말하며 수녀의 오른쪽 뺨에 입술을 맞추고 얼굴을 쓰다듬어 줬다. 유머러스한 교황과 감격에 겨.. 2020. 1. 14.
호불호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6) 호불호 강화서지방 연합성회에 다녀왔다. 연초(年初) 첫 번째 주에 말씀을 나누는 것이 강화서지방의 전통이었다. 연일 겨울비가 내렸지만 한해를 말씀으로 시작하려는 교우들의 열심은 날씨와는 상관이 없었다. 겨울비 치고는 많은 양의 비, 생각하니 눈이 아니길 다행이었다. 눈이었다면 폭설, 오히려 길 나서기가 어려웠을 터였다. 이 비가 산불로 재난을 겪고 있는 호주에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강화서지방에는 섬에 있는 교회들도 있었다. 석모도에 다리가 놓여 육지화 되었음에도 볼음도, 주문도, 아차도, 말도 등 5개의 교회는 여전히 섬에 있었다. 섬에 있는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은 집회 기간 동안 뭍에서 지내며 집회에 참석을 했다. 둘째 날 아침에는 섬 교회 목회.. 2020. 1. 14.
부지중에 한 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5) 부지중에 한 말 손톱을 깎다가 잘못 튄 손톱은 뒤늦게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다.부지중에 한 말이 그렇듯이. 2020. 1. 11.
삼세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4) 삼세번 다 주님을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다고 장담을 하는 베드로에게 예수는 더욱 놀랄 만한 말을 덧붙인다.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마가복음 14:30) 구체적인 숫자까지를 밝히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 부인한다. 마태복음에 따르면(26:69~75) 베드로는 그냥 세 번을 부인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예수와 함께 있었다는 여종의 말 앞에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부인을 한다. 표정관리를 하며 시치미를 뚝 떼는 정도였다. 그러나 두 번째는 달랐다. 두 번째 부인을 할 때는 맹세를 하고 부인을 한다. 우리식으로 하면 이랬을까? 만약 그 말이 맞는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내 성을.. 2020. 1. 6.
다, 다, 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3) 다, 다, 다 베드로의 부인과 예수의 붙잡힘이 함께 기록되어 있는 마가복음 14장 27~50절 안에는 같은 단어 하나가 반복된다. ‘다’라는 말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27절) 그러자 베드로가 대답한다.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29절) 닭 두 번 울기 전 세 번 부인할 것이라는 말 앞에 베드로는 힘있게 말한다.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31절)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같은 말을 한다. 모든 제자들이. 굳이 택하라면 베드로와 제자들의 말을 인정하고 싶다. 그래도 명색이 제자인데, 어찌 스승을 버리겠는가? 다른 이들은 다 버려도 어떻게 주님을 버릴 수가 있겠는가? 설령 주와 함께 .. 2020. 1. 6.
말이 가장 많은 곳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2) 말이 가장 많은 곳 말에 관한 글을 쓰다가 문득 지난 시간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우리말에 말은 ‘말’(言)이라는 뜻도 있고, 말(馬)이라는 뜻도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은 그래서 더욱 재미를 더한다. ‘말’(言)은 말(馬)처럼 발이 없지만 천리를 가니, 애써 달려야 하는 말(馬)로서는 부러워할 일일지도 모른다. 발 없는 말(言)인데도 속도가 있다. 어떤 말은 빠르고 어떤 말은 느리다. ‘나쁜 소문은 날아가고, 좋은 소문은 기어간다.’는 속담이 괜히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래된 경험이 쌓이고 쌓였을 것이다.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나쁜 소문은 더 빨리 번지고 좋은 소문은 더디 번진다니, 그 또한 신기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태 전 켄터키 주 렉싱.. 2020. 1. 6.
오족지유(吾足知唯)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1) 오족지유(吾足知唯) 지난번 말씀축제에 강사로 다녀간 송대선 목사가 본인이 쓴 글씨를 보내왔다. ‘吾足知唯’라는 글도 그 중 하나였다. 대화중 나눴던 말을 기억하고 직접 글씨를 써서 보내준 것이니, 따뜻한 기억이 고마웠다. 가만 보니 글씨가 재미있다. 가운데에 네모 형태를 두고, 4글자가 모두 그 네모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족지유, ‘나는 다만 만족한 줄을 안다’라고 풀면 될까? ‘나에게는 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로 받으면 너무 벗어난 것일까. 좀 더 시적이고 의미가 선명한 풀이가 있을 텐데, 고민해봐야지 싶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더 높은 곳에 오르려 욕심을 부리며 뒤뚱거리며 기웃거리며 살지 말고 바람처럼 홀가분하게 살라는 뜻으로 받는다. 세월이 갈수록 그럴 .. 2020.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