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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가라앉다

by 다니엘심 2020. 1. 16.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8)

 

가라앉다

 

탈이 난 것은 알아차린 것은 집회 마지막 날 새벽이었다. 오전과 저녁에만 모이는 집회여서 푹 자도 좋았는데, 여전히 이른 새벽에 일어났던 것은 아픈 배 때문이었다. 그런데 탈이 난 것은 배 만이 아니었다. 욱신욱신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계속되었던 무리한 일정들, 몸에 탈이 날만도 했다.

아침에 교육부총무에게서 연락이 왔다. 몸이 괜찮으냐고. 의례적인 안부 인사인 줄 알고 괜찮다고 하자 지방 교역자들 중 여러 명이 탈이 났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전날 먹었던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조심하는 마음으로 집회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몸은 여전했다. 복통과 두통, 거기에다가 몸 곳곳이 쑤시는 것이 이어졌다. 목은 가라앉으며 된 기침이 이어졌고, 입술은 터졌다. 웬만한 증세야 참고 견디면 지나갔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주일을 지나면서도 증세는 호전되지를 않았다. 1년 예산을 결정하는 구역회와 오후예배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혼곤하게 잠에 빠졌다. 걱정이 된 아내가 약사 권사님께 이야기를 하여 약을 지어왔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몸의 탈, 몸이 어딘가로 가라앉는 것 같다. 돌멩이를 매단 채 깊은 수심으로 잠기는 것 같은데, 신기한 것은 덩달아 마음도 잠기는 것이다. 몽롱하기도 하고, 희미하기도 하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들떠 있었던 것이라면 이런 경험도 필요할 것이다. 가라앉을 만큼 가라앉아 이게 바닥이다 싶을 때, 그 자리에서 어머니 태속인 것처럼 몸과 마음을 웅크린 채로 얼마간을 지내면 조금씩 다시 떠오를 것이다. 싹이 눈을 뜨듯이 새로운 기운을 찾아들 것이다. 그러면 일상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지금은 다만 몸의 증세에 맡기고는 가만히 가라앉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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