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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호불호

by 다니엘심 2020. 1. 14.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6)

 

호불호

 

강화서지방 연합성회에 다녀왔다. 연초(年初) 첫 번째 주에 말씀을 나누는 것이 강화서지방의 전통이었다. 연일 겨울비가 내렸지만 한해를 말씀으로 시작하려는 교우들의 열심은 날씨와는 상관이 없었다. 겨울비 치고는 많은 양의 비, 생각하니 눈이 아니길 다행이었다. 눈이었다면 폭설, 오히려 길 나서기가 어려웠을 터였다. 이 비가 산불로 재난을 겪고 있는 호주에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강화서지방에는 섬에 있는 교회들도 있었다. 석모도에 다리가 놓여 육지화 되었음에도 볼음도, 주문도, 아차도, 말도 등 5개의 교회는 여전히 섬에 있었다. 섬에 있는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은 집회 기간 동안 뭍에서 지내며 집회에 참석을 했다. 둘째 날 아침에는 섬 교회 목회자 내외분들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섬에서 목회하는 목회자에게는 다른 이들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애환이 있었다.




연합성회를 인도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은혜를 사모하는 방식도 다르다. 목회자들도 마찬가지이고, 교회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뜨거움을, 어떤 이들은 온전한 말씀을 기대한다. 어떤 기대에 부응하기보다는 내가 전할 수 있는 말씀을 전하기로 했고, 가능한 차분하게 말씀을 나눴다. 양해를 구하고 헌금에 대한 강조도, 헌금봉투에 적힌 이름을 호명하는 일도 삼갔다.


집회를 모두 마치는 날이었다. 마지막 저녁집회를 앞두고 잠깐 지방 감리사를 만나는 시간이 있었다. 너무 강사 방식대로 해서 걱정을 끼친 것 아닌가 조심스럽다고 하자, 감리사가 고마운 말을 한다. 강사의 성향에 따라 교우들과 목회자들의 호불호가 선명하게 갈릴 때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어 참 좋았다고 했다. 

물론 강사를 위한 배려의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말이 고마웠던 것은 우리의 성향이 서로 다르다 해도 말씀 앞에서 갖는 우리의 마음은 서로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씀 앞에서 호불호가 사라지는 자리가 복된 자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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