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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492

내 인생의 로또 신동숙의 글밭(66) 내 인생의 로또 설 명절을 지났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새해 덕담이 오고가는 연초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젠가부터는 복을 둘러싼 인삿말도 '복을 지으세요.', '행복하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등 다양해진 모습입니다. 아마도 사람의 의식이 진화를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 더 창의적이고 멋진 덕담들이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복, 기복 신앙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저 역시도 이왕이면 좋은 삶이기를 바라니까요. 가족들도 건강하고, 좋은 일들만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지만, 다행인 것은 '너희들로 하여금 감당치 못할 시험은 주시지 않는다.'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 2020. 1. 30.
하늘은 푸르도록 신동숙의 글밭(65) 하늘은 푸르도록 하늘은 푸르도록 언제나 오래 참고 바다는 푸르도록 언제나 온유하며 진리의 몸이 되신 푸른 눈물 한 방울 달빛의 믿음으로 시린 가슴 감싸주고 별빛의 소망으로 한 점 길이 되고 태양빛의 사랑으로 한 알의 생명이 되신 푸르도록 맑은 한 알의 눈물 푸르도록 밝은 한 알의 씨앗 (고린도전서 13장 - 사랑장 인용) 2020. 1. 28.
한 점이 되는 충만한 시간 신동숙의 글밭(64) 한 점이 되는 충만한 시간 해가 뜨면 하루를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일찌기 해가 뜨기도 전에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도 계시고, 더러는 아예 낮과 밤이 뒤바뀌어서 저녁답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도 우리네 주변에는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어,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두고 사색을 합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씻고,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가르치고,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떠나는 일은 눈에 보이는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우리의 내면에도 수많은 일이 개울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기뻐하고, 좋아하고, 잘해 주다가, 욕심을 부리고, 이뻐하다가, 미워하고, 용서 못해 괴로워하다가, 아파하고, 슬퍼하고,.. 2020. 1. 27.
눈을 감으면 신동숙의 글밭(63) 눈을 감으면 밖으로 향하는 시선을 거두어 눈을 감으면 어둠입니다 익숙함에 무뎌진 시선을 거두어 눈을 감으면 혼돈입니다 탐욕에 가리워진 시선을 거두어 눈을 감으면 고독입니다 그냥 그렇게 아무도 없는 눈을 감으면 태초의 공간입니다 비로소 마음이 머무는 고독의 사랑방 침묵 속 쉼을 얻습니다 눈을 감으면 언제나 처음입니다 눈을 뜨면 첫걸음입니다 2020. 1. 22.
옥수수와 태경이와 함께 흐르는 강물 신동숙의 글밭(62) 옥수수와 태경이와 함께 흐르는 강물 옥수수를 삶고 있는데, 골목에서 아이들 소리가 떠들썩하다. 세 살 난 딸아이도 호기심이 발동을 했다. 조용하던 동네가 모처럼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잔칫날 같다. 압력솥에 추가 신나게 돌아가는 소리에 조바심이 다 난다. 다행히 아이들은 멀리 가지 않고 우리집 앞 공터에서 이리저리 놀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옥수수를 뚝 반으로 쪼개고, 나무젓가락을 쪽 반으로 갈라서 옥수수를 하나씩 꽂아 쟁반에 담아서 골목으로 나갔다. 핫도그 모양으로 젓가락에 꽂은 옥수수를 하나씩 아이들 손에 쥐어 주면서 나이와 이름을 묻는다. 네 살, 여섯 살, 1~2학년, 키가 제일 큰 아이가 5학년이란다. 다들 우리 동네 아이들이라는 말이 반갑다. 옥수수 먹으.. 2020. 1. 22.
내 어깨에 진 짐이 무거우면, 가벼웁게 신동숙의 글밭(61) 내 어깨에 진 짐이 무거우면, 가벼웁게 아들은 아침부터 티비를 켜면서 쇼파에 자리를 잡고는 한 마리 봉황새처럼 이불을 친친 감고서 둥지처럼 포근하게 만듭니다. 아예 자리를 잡고 앉은 모양새입니다. 아침식사를 챙기고 사과와 단감을 깎아 주고는 억지로 데리고 나오려다가, 먼저 가 있을 테니, 오게 되면 딸기 쥬스와 빵을 사주겠다는 말만 남기고 나옵니다. 반납할 대여섯 권의 책과 읽을 책과 노트와 필기구와 물통을 넣은 커다란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맵니다. 몸을 짓누르는 가방의 무게로 순간 숨이 푹 땅으로 내려앉을 듯 하지만, 한쪽 귀에만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말씀이 어둡고 구석진 마음마다 밝혀주는 햇살 같아서 발걸음을 가벼웁게 해줍니다. 집을 나서고 보니 5일 장날입니다. 아침밥이.. 2020. 1. 18.
엄마, 태워줘! 신동숙의 글밭(60) 엄마, 태워줘! 엄마, 태워줘! 버스 타고 가거라 골목길 걷다가 강아지풀 보면 눈인사도 하고 돌부리에 잠시 멈춰도 보고 넘어지면 털고 일어나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콩나물 시루 속 한 가닥 콩나물이 되면 옆에 사람 발 밟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을 옮기는 함께 걷는 길 평화의 길 사랑의 길 버스 타고 가는 길 2020. 1. 18.
산동네 배달음식을 묵상하는 시간 신동숙의 글밭(59) 산동네 배달음식을 묵상하는 시간 모처럼 찾은 산동네, 다들 바쁜 일정 중에 점심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중국집에서 시켜 먹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걸어서 올라오고 내려가는 데만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아찔한 이 까꼬막을 오토바이가 올라오는 그림을 그리다가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자칫 뒤로 자빠질 것 같고, 비가 오거나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는 날엔 배달을 해야하는 사람은 눈물이 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크고 밝다는 의미의 우리말 옛이름은 '배달'입니다. 우리는 국민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달의 민족을 배웠다면, 오늘날 초등학생들은 매스컴에서 듣고 또 듣는 이름 '배달의 민족'. 광고의 요지를 보면, 어디든 달려 가고, 무엇이든 배달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보다 더 편리할 수 없.. 2020. 1. 16.
심심해서 신동숙의 글밭(58) 심심해서 심심해서 하늘을 보면 심심해서 나무를 보면 심심해서 누굴 만나면 심심해서 어딜 가면 심심해서 영화를 보면 심심해서 해외 여행을 가면 심심해서 일을 하면 심심해서 시를 쓰면 심심해서 바다에 가면 심심해서 산에 가면 심심해서 잠을 자면 심심해서 해가 뜨면 심심해서 달이 뜨면 심심해서 별이 반짝이면 심심해서 고요히 머물면 심심해서 평온이 놀러오면, 일상이 내쉬는 날숨 같은 심심함 덕분에 숨을 쉬고 움직이면서 살아갑니다 2020.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