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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진리에 뿌리를 내린 사랑

by 한종호 2020. 2. 2.

신동숙의 글밭(69)

 

진리에 뿌리를 내린 사랑

 

사랑? 사랑이라는 글자 뒤에 나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애매한 느낌표도 찍지 않는다. 쉼표를 찍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주저앉는 순간에도 내 숨은 멈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물음표를 찍기로 한다. 사랑은 무엇인가? 성경은 언제나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하나님은 빛이시라'(요한1서 1:5).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한1서 4:16).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명기 6:5).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요한복음 15:12).

 
성경 말씀에서 답을 구하는 것이 가장 온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내게 다가오는 성경 말씀은 열매이기보다는 씨앗에 가깝다.

 

물론 성경책을 펼쳐서 말씀을 따라 읽는 순간 그 자체로 굶주린 영혼에겐 빛이 되고 양식이 되고 생명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말씀은 어디까지나 씨앗의 상태와 같다. 황무지 같은 내 마음밭을 경작하고서, 한 알의 씨앗으로 심겨진 말씀이 내 삶 가운데 뿌리를 내리고 자라면서 비로소 살아있는 생명력을 발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한 알의 말씀이 삶 속에서 꽃을 피우고 성령의 열매를 맺는 모습을 그려본다. 내게 있어 사랑은 진리에 뿌리를 내린 사랑이다. 진리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랑이, 정처 없이 떠돌때 때론 죄를 낳기도 하는 모습을 본다.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자기 나름의 사랑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사랑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고는 모호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버리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맨다. 때론 하나님의 은총을 자신이 저지른 죄를 덮는 가리깨 쯤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모습이다. 이 지점은 종교인이 비종교인으로부터 욕을 먹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종교인은 교회 안에서 자신이 사랑 속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는 이미 구원 받았다는 착각 속에서 의식과 지성과 영성의 성장을 스스로가 멈춘채 애매한 느낌표의 믿음과 사랑 안에서 감각과 욕망에 따른 삶을 살아간다. 그런 육신의 정욕 속에서 영혼의 맑은 숨은 실체가 되지 못한다.

 

 

 

 

나는 상대를 알기 위해서 더욱 나를 이해할 필요성을 느낀다. 자아성찰을 통한 스스로를 돌아봄 없이, 내게 있어 상대를 이해하기란 또 다른 오해를 낳을 뿐이다. 그 사실을 이제는 스스로가 먼저 인정하기로 한다. 내가 나를 통해 깊어진 만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근거를 하나님에게서 찾는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파생된 개체이기에, 나를 통한 너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이해란 내 마음 거울에 비춰진 만큼만 너를 이해할 수 있는 한계선이다. 나 자신을 먼저 알고서, 나를 통해 너를 알 수 있고, 그에 합당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나를 모르고서 너를 안다는 것이 가능한가. 내 속에 없는 것을 너에게 줄 수 있는가. 맹목적 사랑은 온전한 사랑이 될 수 없다. 맹목적 믿음은 하나님이라도 싫으실 것 같다. 하나님은 빛처럼 분명하신 분이시기에.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시고, 자유 의지를 주신 것은 인간을 기쁨과 사랑의 주체적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뜻이 있지 않았던가. 신앙이라는 이름 안에서 맹목적 믿음과 맹목적 사랑처럼 그저 눈 먼 사랑은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매 순간을 깨어서 마음과 지성과 영성의 눈을 뜨고서, 눈을 반짝이며 사랑의 대상으로 하나님 앞에 선 한 인간의 모습일 수 있다면, 그 모습 얼마나 선하고 아름다울까.

 

자아성찰은 홀로 있는 고독이다. 깊어짐이고 고요함이다. 내면으로 뿌리 내림이다. 혼자 걷는 길이지만, 혼자서는 길을 잃고 만다. 진리의 말씀이 동행이 되어야 한다. 일상 가운데 잠시 멈추고, 진리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서 침묵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고독의 사랑방에 머물기로 한다. 진리의 몸이 되신 예수를 가슴에 품고서, 한 점 별빛으로 떠올리면 가슴 한 복판이 따뜻해져 온다. 울컥 눈물처럼 샘물이 솟으면 메마른 내 심령엔 단비가 내린다. 여기서부터다. 세상을 향하는 내 사랑의 첫발자국은. 그 한 점 가슴으로부터 샘물이 넘쳐 흘러 물길이 나고 그렇게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세상으로 흐르는 사랑이다. 진리에 뿌리를 내린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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