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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492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와 촛불 하나 신동숙의 글밭(75)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와 촛불 하나 2월, 개학과 졸업을 앞두고부터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알림장이 먼저 날아옵니다. 중국 여행을 다녀오신 적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졸업식은 교실에서, 가족과 친지의 초대 없이 진행됩니다. 영세 식당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해외 여행 비행기표는 줄줄이 취소가 됩니다. 예정되었던 행사와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소식에 예민해진 귀는 언론의 입 하나에도 들썩입니다. 예전에도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를 우리는 그렇게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그전보다는 조금 더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원활하던 사회 흐름이 어딘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어느 비 오는 날처럼.. 2020. 2. 9.
내 안에 텅 빈 하늘을 신동숙의 글밭(74) 내 안에 텅 빈 하늘을 내 안에 텅 빈 하늘을 진리의 말로 채울 수 있다면 진리의 숨으로 촘촘한 말의 그물망에 매여 내 영혼 진리의 숨 안에서만 온전히 자유하도록 그러고도 빈 하늘이 있다면 이 또한 사랑의 빛으로 채워지기를 내 영혼의 목마름은 한 순간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기에 울컥 샘물이 넘쳐 흐르면 그 눈물 한 방울씩의 좁은 물길을 따라서 말과 숨으로 있는, 진리의 사랑으로 흐르기를 여기저기서 토하듯 쏟아내는 정보와 책의 홍수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참된 길을 잃지 않고, 제 마음의 중심을 잡고서 일상을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걷는 구도와 순례의 여정에 좋은 스승과 좋은 벗과 좋은 책이 있다면, 자연 속에서 함께 걷는 그 순례길은 .. 2020. 2. 8.
아침에 과일 신동숙의 글밭(73) 아침에 과일 과일 깎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빨간 사과, 묵직한 배, 주황색 귤이 아침해를 닮았습니다. 가끔 냉장고에 두부나 계란이 떨어지면 어쩌나 싶은데, 돌아보면 저희 집엔 사철 내내 과일이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과일은 바쁜 아침 부족한 끼니를 채워 주기도 하고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배를 채워 주기도 하지요. 혼자 점심을 깜빡 잊기도 하는 날엔 아침에 먹다 남긴 과일 몇 조각이 반갑습니다. 여섯 살 아들 입에서 넋두리인 듯 새어 나오던 말이 있습니다. 울 엄마는 돈 있으면, 은행 가고, 과일 사고. 가끔은 이런 상상도 한답니다. 사람의 몸이 과실과 채소만 먹고도 든든히 살아갈 수 있다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첫 번째 음식이 과일이었다면 하고요. 꽃이 우리의 마음을 .. 2020. 2. 7.
봄햇살 같아서 신동숙의 글밭(71) 봄햇살 같아서 당신의 눈길이 어둔 가슴을 팔 없이 안아주시는 봄햇살 같아서 당신의 말씀이 메마른 땅을 말없이 적셔주시는 봄비 같아서 당신의 있음이 없는 하늘을 투명히 있게 하는 맑은 봄하늘 같아서 2020. 2. 5.
아름다운 마음 한다발 신동숙의 글밭(72) 아름다운 마음 한다발 '새벽 다섯 시 무렵의 숲은 온통 새들의 노래로 찬란한 꽃밭이다. 공기 그 자체가 새소리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안개와 이슬에 젖은 나무들의 새벽 잠을 깨우려는 듯, 이 골짝 저 골짝에서 온갖 새들이 목청껏 노래를 한다. 그들은 살아 있는 기쁨을 온몸과 마음으로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각 인간의 도시도 서서히 깨어날 것이다. 시골에서 밤새껏 싣고 간 꽃이나 과일이나 채소를 장바닥에 내려놓기가 바쁘게 도시의 부지런한 사람들이 먼저 반길 것이다. 첫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른 아침 길을 쓸고 있는 청소부들은 비록 생계는 어렵지만 모두가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농촌 출신이므로 일찍 일어나는데 길이 들었다. 늦잠 자는.. 2020. 2. 3.
평온 신동숙의 글밭(70) 평온 들숨 만큼만 채우고 날숨 만큼만 비우면 몸과 마음이 머물러 평온한 자리 내 곁을 맴도시던 하나님 앉으실 푸른 하늘숨 모은 하얀 구름 방석 2020. 2. 3.
진리에 뿌리를 내린 사랑 신동숙의 글밭(69) 진리에 뿌리를 내린 사랑 사랑? 사랑이라는 글자 뒤에 나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애매한 느낌표도 찍지 않는다. 쉼표를 찍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주저앉는 순간에도 내 숨은 멈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물음표를 찍기로 한다. 사랑은 무엇인가? 성경은 언제나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하나님은 빛이시라'(요한1서 1:5).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한1서 4:16).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명기 6:5).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요한복음 15:12). 성경 말씀에서 답을 구하는 것이 가장 온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내게 다가오는 성경 말씀은 열매이기보다는 씨.. 2020. 2. 2.
고독은 살가운 친구 신동숙의 글밭(68) 고독은 살가운 친구 고독은 살가운 친구 자연과 책과 詩와 茶와 음악과 고요한 기도로 이끄는 고독은 고운 벗 바람이 불면 바람인 줄 알고 그리움이 출렁이면 그리움인 줄 아는 고독은 넉넉한 하늘 낮에는 푸른빛으로 꽃을 피우고 밤엔 별빛으로 어둔 가슴 따스하게 밝히는 고독은 어진 하늘 2020. 2. 1.
소욕지족 소병소뇌 (少欲知足 少病少惱) 신동숙의 글밭(67) 소욕지족 소병소뇌 (少欲知足 少病少惱) 운전을 할 때면 라디오 클래식이나 평화방송, CBS, EBS교육방송 중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돌려 가면서 듣고는 합니다. 요즘은 그 어느 것도 성에 차지가 않아서 법정스님의 육성문법이나 이야기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번갈아 가며 듣고 있는 중입니다. 거듭 되풀이해서 들어도 매번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말씀들입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설교 안에 이야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빠지지 않고 삶의 단순하고 소박한 진리가 들어 있습니다. 불경이든 성경이든 또는 옛 선현들의 지혜가 깃든 고전과 한시도 좋고, 주변의 그야말로 작고 소박한 소재들로 이야기를 풀어내시는 것이지요. 단지 경전 속 알멩이만을 전달하기 위해 적어도 목청을 돋우시지는 .. 2020.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