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日記

      
          
우스운 일이다
피하듯 하늘을 외면했다
무심코 나선 거리 
매운바람 핑곌 삼아 고갤 떨궜다
구석구석 파고들어 
살갗 하나하나를 파랗게 일으켜 세우는 무서운 추위 
그 사일 헤집는 매운바람
잔뜩 움츠러들어 멋대로 헝클어져 
그게 바람 탓이려니 했다
가슴속 어두움도 잿빛 하늘 탓이려니 했다
우리 거짓의 두께는 얼마만한 것인지 
우린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 건지
걷고 걸어도 벗어날 수 없는 거리 
쉬운 祝祭
네가 보고 싶어
이처럼 흔들릴수록 네가 보고 싶어
뭐라 이름 하지 않아도 분명한 이름 
구체적인 흔들림과 장식 없는 쓰러짐 
그 선명한 軌跡
목 아래 낀 때를 네게 보이며 
난 네 吐瀉物이 보고 싶은 거야
바람 탓이 아니다
추위 탓이 아니다
잔뜩 움츠러들어 멋대로 헝클어져 
어둠속 서로를 알아볼 수 없는 우리들은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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