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대청소


예배당 대청소를 했다. 몇 번 얘기가 있던 것을 하루 날을 잡아 다함께 하자 했는데, 그것이 주일낮예배 후로 정해졌다. 


제단 커튼도 떼 내고, 창문 커튼도 모두 떼어냈다. 숨어있던 거미줄이 제법이었다. 막대기 끝에 빗자루를 매달아 거미줄을 걷어냈다. 유리창 틈새 먼지와 오물도 털어내고 구석구석 걸레질도 했다. 밖으로 가져나온 커튼은 커다란 함지에 세제를 풀고 발로 꾹꾹 밟아 빨았다. 남자 교우들은 예배당 주위 바깥 청소를 했다. 자루를 들고 다니며 온갖 오물과 쓰레기들을 주위 담았다. 


우물가로 가보니 김천복 할머니가 발을 걷어붙인 채 양동이 안에 들어가 빨래를 꾹꾹 밟고 있다. 


“아니, 할머니가 다 하세요?” 했더니 할머니 대답이 걸작이다. “더 늙으면 못할까 봐유.” 내년이면 여든, 얼마 전엔 심하게 앓아 할머닌 몸이 안 좋은 상태였다. 


일꾼 맞춰 놨으니 제발 한 주를 연기해 달라고 청을 해 한 주의 시간을 얻었던 이필로 속장님은 청소 후의 식사를 위해 이런저런 반찬을 아침 일찍부터 만들어 왔다. 


이웃집서 담배조리 하러 와 달라는 걸 “오늘은 죽은 친정엄마가 살아와도 교회에 가야 한다.”며 만사 제쳐놓고 교회로 온 것이었다. 


다함께 힘을 합하니 일이 과히 많지도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놀이방에 모여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 점심이 얼마나 맛있던지 두세 그릇씩은 잠깐이었다. 밥통 하나 가득 밥을 지으면서도 혹시나 싶어 따로 솥 하나에 밥을 더 하더니 그 솥도 모두 동이 나고 말았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며 지나는 길에 들린 작실 할머니의 식사가 하마터면 모자랄 뻔 했다. 예배당보다도 우리들 마음이 더 깨끗해진 것 같았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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