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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의 강단은 높아야 한다 설교와 관련한 인연은 깊고 오래되었다. 1992년 두란노서원에서 이라는 설교잡지를 만들 때 창간멤버로 들어간 후 얼마있지 않아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근 6년간 설교와 관련해 다양한 기획을 하기도 했다. '이 달의 설교자'라는 꼭지에서 꽤 많은 설교자를 인터뷰하면서 설교자들의 허와 실이 무엇인지 체득하기도 했다. 그 후 를 창간할 때 처음으로 ‘설교 비평’이란 악역(?)을 맡으면서,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전화로 이메일로 대화의 자리에서 설교 비평에 대한 지지를 비롯하여 적대적인 입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방식의 반응들을 접했다. 글이 나간 후 격려의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난 일색이었다. 당시만 해도 목사의 강단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 지금은 여러분들이 저보다.. 2023. 8. 7.
오라 소중한 십자가여!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34 오라 소중한 십자가여! 마태수난곡 2부 64~66번 (마태복음 27:31~32) 음악듣기 : https://youtu.be/SSZAHhl67nw 64(55)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31. 희롱을 다 한 후 홍포를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혀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 32. 나가다가 시몬이란 구레네 사람을 만나매 그에게 예수의 십자가를 억지로 지워 가게 하였더라 31. Und da sie ihn verspottet hatten, zogen sie ihm den Mantel aus, und zogen ihm seine Kleider an, und führeten ihn hin, daß .. 2023. 8. 4.
영혼의 때를 밀고 오만과 위선을 벗는 일 저자 지강유철 선생이 장기려 선생에 대해 쓴 평전을 잘 읽었다. 이 책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먼저 장기려 박사와 필자가 교제한 내용을 간단히 말씀드리겠다. 필자는 장기려 선생을 생전에 두어번 뵌 적이 있다. 1970년대 중반에 부산 산정현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장 박사께서 내게 오후에 잠시 말씀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순종한 적이 있다. 또 1990년대 초에 일가 김용기 선생을 기리는 일가상위원회에서 장기려 선생을 수상자로 결정하고 손봉호 교수와 나를 부산 장기려 선생께로 보냈다. 장기려 선생이 일가상 수상을 거부할 수도 있으니 먼저 두 사람이 가서 장 박사를 설득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가 내려가서 말씀드렸지만 장 박사는 이제 세상의 어떤 상도 받지 않켔다고 하시면서 거절했다. 이 기회에 평소 .. 2023. 7. 28.
오, 상하신 그 얼굴이여!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순례 BWV 244 Matthäus-Passion / 마태수난곡 No. 33 오, 상하신 그 얼굴이여! 마태수난곡 2부 62~63번 (마태복음 27:27-30) 음악듣기 : https://youtu.be/MFVZzfMm8vc 62(53) 내러티브 에반겔리스트 27. Da nahmen die Kriegsknechte des Landpflegers Jesum zu sich in das Richthaus, und sammleten über ihn die ganze Schar; 28. und zogen ihn aus, und legeten ihm einen Purpurmantel an; 29. und flochten eine Dornenkrone, und setzten si.. 2023. 7. 28.
아낌만한 것이 없다 아낌만한 것이 없다 이군, 새벽빛이 희뿌옇게 밝아오는 아침입니다. 불기 없는 사무실에 앉아 아침을 맞는 일이 조금씩 힘들어지네요. 하지만 밤과 낮의 경계선이 무너지며 아침 햇살이 조금씩 비쳐드는 이 시간, 새로운 삶을 살라고 주신 이 복된 순간이 흔감(欣感)할 따름입니다. 주위가 참 고요합니다.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충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습니다. 정겨운 얼굴들을 머릿속에 그리다가 문득 이군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하고많은 얼굴 중에 왜 이군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사람들처럼 목마른 표정으로 나를 찾아오는 이군이 나를 부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잔뿌리만으로 버티기엔 일상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가.. 2023. 7. 18.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 바보처럼 주님을 섬기다 간 사람 윤 집사님, 이제쯤엔 귀래에도 여름의 기운이 가득하겠네요. 무더운 한낮에는 사방 뻐꾸기 울음 한가하겠고, 밤꽃 향기 진동하는 밤은 서로 부르고 대답하는 소쩍새 울음으로 지나가겠지요. 산벚꽃 피고 진 산도, 막 땅내를 맡은 논의 모도 온통 초록빛이겠다 싶습니다. 마당 한 구석 우물가에 선 앵두나무에선 올망졸망 앵두가 잘 익었을 테고요. 어디를 둘러봐도 초록빛 세상인데 어디에서 붉은빛을 길어 올린 것인지, 자연의 매 순간은 그저 경이롭고 신비로울 따름입니다. 귀래에서 원주로 넘어가는 양안치 고개에도 녹색의 기운은 넘치기 시작했겠지요. 자작나무에서 돋는 연초록 잎새들의 아우성이 얼마나 눈부실까, 손을 흔들듯 윤기로 반짝이던 작은 손길들이 눈에 선합니다. 여전히 바쁘시지요? 연락을 드릴까 하다가 행여 바쁜 일정.. 2023. 7. 17.
사람을 사람으로 대했던 의사 최초이자 하나뿐인 평전 『장기려 평전』은 『한국의학 인물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과 의사 8인 중 한 명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 과학 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하여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2018)한 성산 장기려(張起呂, 1911-1995) 평전이다. 정부보다 10년 앞서 의료보험(현 국민건강보험)의 성공적 실시로 가난한 환자를 위해 살다 간 장기려 관련 저서는 2023년 7월 현재 32권(성인 16, 아동 16)이 검색된다. 『장기려 평전』은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장기려를 서술했다. 이전의 연구나 전기들이 지나쳤거나 외면했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고, 사안에 따라서 그의 선택이나 결정을 문제 삼았다. 그의 유족, 의사 제자, 그의 이름이나 아호를 앞세운 유관 단체의 일관.. 2023. 7. 14.
소리가 이루는 장엄한 세계 소리가 이루는 장엄한 세계 어제 모임을 마친 후 잘 들어가셨는지요? 모처럼의 만남이 참 반가웠습니다. 더 깊은 대화의 자리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영 아쉬웠습니다. 요즘 저를 사로잡고 있는 통증 때문에 잠을 자꾸 설치다 보니 몸에 면역력이 떨어져서인지 컨디션 조절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찬 바람에 연신 옷깃을 여미면서도 젊은 시절을 반추하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대학원 시절에 만났으니 벌써 30년도 더 되었네요. 생각해보면 미숙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참 치열했습니다. 진실의 옷자락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열망과 시대가 빚어내는 우울이 미묘하게 뒤섞여 우리는 비틀거리곤 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사는 모습도 자리도 달라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같은 중심을 향해.. 2023. 7. 3.
무거운 삶 가볍게 살기 무거운 삶 가볍게 살기 잘 지내고 계시지요? 이제 장마철이 되어서인지 대기가 축축한 게 후텁지근해요.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몸은 나른해져요. 그럴 때면 밖으로 나가 마당가에 심겨진 여러 식물들과 눈맞춤을 하지요. 요즘은 나리꽃과 백합화가 한창입니다. 키 작은 옥매(玉梅)나무에는 오종종 붉은 열매가 매달려 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포도도 많이 맺혔습니다. 초가을이 되어 보라색으로 익어갈 것을 생각만 해도 흐뭇해집니다. 매실은 따지 않고 두었더니 하나 둘씩 저절로 떨어지더군요. 가을에 알밤을 줍듯 화초 사이에서 매실을 줍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매실을 손에 쥐어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보고 그 오묘한 빛깔과 모양에 눈길을 주다가 가만히 베어물기도 합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 2023.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