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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도, 살아내기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7) 망해도, 살아내기 -「망하면 망하리라」 1934. 4월 - “난 한 마리 똥개가 될 거예요. 우직하게 그러나 컹컹 계속 짖으면서, 도둑들로부터 우리 집 사람들을 지키면서…” 지난 주 한 집필 원고의 공동 기획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나이 지긋하신 어느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대략의 집필 방향과 각자의 몫을 나눈 뒤에 자연스레 ‘요즘 나라꼴’에 대한 한탄이 이어지던 중간이었다. 반(反)생명적인 정치·경제 시스템이 너무나 견고하고 높은 벽과 같다고 모두가 속상해했다. ‘우리 집’이란 은유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물을 기회는 없었지만, 대략 짐작은 되었다. 예수께서 기도하셨듯이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도 이루어지길’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로서 ‘우리 집’이 어디겠는가?.. 2015. 2. 5.
세상이 소란을 피워도 꽃자리의 종횡서해(3) 세상이 소란을 피워도 - 자끄 러끌레르끄의 《게으름의 찬양》, 《무지의 찬양-무보수의 찬양》 - 인간을 무한경쟁과 파멸로 몰아넣고 있는 현대 문명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의 반발이 시작되었다. 느림의 미학이 이제는 시대의 유행어가 되었고 문명의 풍진을 훌훌 벗어던진 헨리 데이빗 소로우나 헬렌과 스콧 니어링은 이 시대의 교양이 되었다. 느림과 소박함, 자연으로의 회귀를 일깨우는 책들은 크게 몇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종교적 영성에 입각해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끄는 책들이다. 요즘 꾸준히 팔리고 있는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 한 때 서점가를 휩쓴 베트남 출신의 승려 틱 낫한의 《화》, 《평화로움》 등의 저서들, 달라이 라마의 강론과 수상집들, 아직은 가톨릭 내에 머물고 있어 안타까운.. 2015. 2. 5.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 꽃자리의 종횡서해(3)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 - 홍순명의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 이야기》 - 새로운 세계관과 시대 정신 우리는 《파우스트》라고 하면 으레 19세기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작품을 연상한다. 이 작품을 괴테의 창작인 줄로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중세 말기 이래 수많은 작가들이 파우스트를 주제로 다양한 버전의 작품을 썼다. 그런데 그 많은 작품 중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우리가 잘 아는 괴테의 《파우스트》뿐이다. 괴테의 인생관과 우주관, 종교관에 의해 재구성된 그 《파우스트》만이 영속적인 생명력을 얻고 불멸의 고전이 되어 우리에게까지 전해 오는 것이다. 《파우스트》에 다양한 버전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 전설과 민담에도 .. 2015. 2. 5.
헌법, 어떻게 무엇을 담았나 김삼웅의 해방 70주년 역사 키워드 70(7) 헌법, 어떻게 무엇을 담았나 국가의 기본법인 우리나라의 헌법은 어떻게 제정되었는가. 1948년 5월 10일 초대 민의원 선거가 실시되고 당선된 의원들은 6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 기초위원 선임을 위한 전형 위원을 각 도 별로 1명씩 10명을 선출하였다. 그 전형 위원들이 30명의 헌법 기초위원을 선출하였으며, 사법부ㆍ법조계ㆍ교수 등 각계에서 권위 있는 10명을 전문 위원으로 선임하였다. 헌법 기초위원장에는 서상일이 선임되고 기초 위원은 유성갑ㆍ윤석구ㆍ김상덕ㆍ허정ㆍ조헌영ㆍ조봉암ㆍ이청천 등이, 전문 위원에는 유진오ㆍ권승렬ㆍ윤길중 등이 선임되었다. 헌법 기초위원회는 6월 3일부터 22일까지 16차례 회의를 열어 전문 10장 102조의 헌법안을 초안하였고, 2.. 2015. 2. 4.
“교회됨”은 “교제함”이다 이진오의 건강한 작은 교회 이야기(2) “교회됨”은 “교제함”이다 - 진실한 공동체는 적정 수를 넘지 않는다 - 나는 지난 첫 번째 글에서 “교회”를 설명하는 여러 용어를 살펴 본 후 교회를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주님께 속한 삶을 살도록 가르치고 배우며 교제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고 소개했다. 교회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라고 정의하든,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로 정의하든, 건물과 제도로 정의하든, 교제하고 소통하며 행하는 곳으로 정의하든 교회는 교회다워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다움” 또는 “교회됨”은 무엇일까? 위에 교회를 정의한 것에 의하면 교회됨은 교회의 구성원인 그리스도인 각자가 “주님께 속한 삶”을 사는 것에서 출발하고 완성된다 하겠다. 이를 위해 “가르치고 배우며 교제”하는 “것”이 교.. 2015. 2. 4.
천천히 가자 한희철의 두런두런(20) 천천히 가자 창립 예배를 마치고는 모두들 돌아갔다. 지방 교역자들도, 몇 몇 지인들도, 부모님도, 결혼을 약속한 사람도 모두 돌아갔다. 흙벽돌로 만든 사랑방에서 혼자 맞는 밤, 얍복 나루의 야곱이 생각났다. 그래, 편안히 가자. 맨 앞장을 선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그럴수록 천천히 가자. 비를 처음 맞을 때에야 비를 피하기 위해 뛰지만, 흠뻑 젖은 뒤엔 빗속을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법, 희망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갈라진 틈이나 옹이 구멍을 통해 보더라도 세상의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다’ 했던 H.D. 소로우의 말이 떠올랐다. 아니라 하십시오 아니라 하십시오. 동정이나 연민으로, 안쓰러움으로 내 손을 잡질랑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2015. 2. 3.
하갈, 모든 박해를 탄원으로 이겨내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6) 하갈, 모든 박해를 탄원으로 이겨내다(1) 1. 하갈이라는 여인. 아브람과 사래가 엮어가는 이야기에 하갈이 등장하는 것을 썩 좋아할 기독교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선 출신이 걸린다. 하갈은 애굽 사람이었다. 히브리인도 아니고 이방인인 애굽 여인이 믿음의 조상 아브람과 사래 이야기에 상당히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래의 종이었단다. 여종 주제에 아브람 아이를 임신했다고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고 감히 여주인인 사래를 깔보았다는 것이 괘씸할 것이다. 이것은 개역개정 번역자에게서도 드러난다. 개역개정은 각주에 “히, 아내”라고 표기하면서도 하갈을 아브람의 “첩”으로 번역한다. 이에 비해 새번역은 “아내”로 번역한다. 개역개정은.. 2015. 2. 3.
“악보에 머리를 처박지 말고” 지강유철의 음악 정담(6) “악보에 머리를 처박지 말고” 악보를 외워 지휘하는 게 대세라지만, 누구도 지휘자들에게 암보(暗譜)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지휘 콩쿠르라면 모를까, 지휘자는 원칙적으로 암보에서 면제됩니다. 암보보다는 더 중요한 역할이 지휘자에게 있다는 음악계의 오래된 합의가 아직은 유효합니다. 그러나 직업적인 지휘자가 생긴 19세기 후반에 이미 암보로 포디엄에 오른 지휘자들이 있었습니다. 직업 지휘자의 원조 격인 한스 폰 뷜로가 최초로 악보를 외워 지휘한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입니다. 멘델스존이나 바그너처럼 지휘까지 했던 “작곡가의 손에서 뷜로나 니키슈 같은 직업 지휘자의 손으로 지휘봉이 넘어”간 것은 19세기 후반이었습니다. 음악계에 대단한 변화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중부 유럽의 산업 발.. 2015. 2. 2.
깊은 인생 홍순관의 노래 신학(6) 깊은 인생 홍순관 글 곡 (2000년 만듦,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지’ 음반수록) 인생은 너무 깊어 때론 건널 수 없네 걸어도 걸어도 끝은 없고 쉬어도 쉬어도 가쁜 숨은 그대론데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야하나 분명 길은 있을 텐데 언덕을 너머 저 하늘의 세상 인생은 너무 깊어 때론 건널 수 없네 걸어도 걸어도 끝은 없고 불러도 불러도 이 노래는 그대론데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야하나 이 깊은 아픔이 징검다리겠지 저 하늘의 세상 신앙이란 신비한 것입니다. 인생에 고비를 넘거나, 고난을 딛고 일어설 때 절대적인 힘이 되지만 다른 이에게 보여줄 수도 없고, 가져다 줄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육안으로 보면 다른 것이 없습니다. 누구나 사는 동안에는 힘들고 아프고 낙심됩니다. 하지만 그.. 2015.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