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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가리산, 한국교회(?)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27) 지리산가리산, 한국교회(?) 인간은 시간의 동물이다. 많은 동물들 중 인간만이 유별나게 시간을 미리 느끼고, 그것을 궁금해 하며, 또 그 때문에 고민한다. 보통 우리 주변의 동물들은 지금의 생존을 가장 중시한다. 물론 몇몇은 내일의 먹을 것을 위해 음식을 저장한다. 나무 위에 걸쳐놓거나 땅 속에 묻어놓거나, 아예 몇 개의 위장에 나누어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이지 인간처럼 일주일, 한 달, 1년, 아니 그 이후까지 로드맵을 만들어 준비하고 고민하고 안타까워하는 동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이는 인간만이 지닌 특권이요 혹은 본질적 천형(天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는 요상한 버릇이 인간에.. 2015. 7. 8.
너희는 너희 하느님의 이름 야훼를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3) 너희는 너희 하느님의 이름 야훼를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 어느 선택에 관한 이야기 - 내 이름을 불러다오! 동생 넷을 가진 젊은이가 결혼을 했다. 시집와서 나흘 밤을 지낸 후 신부는 신방에서 나와 죽을 끓여 시동생들에게 갖다 줬다. 그런데 시동생들은 죽 그릇을 받아 들고는 “우리 이름을 말해야 죽을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시집 온지 나흘 밖에 안 되는 새색시가 넷이나 되는 시동생 이름을 기억할 수 있겠나. 그녀가 “나는 도련님들 이름을 모릅니다”라고 말하자 그들은 “우리 이름을 모르면 죽을 먹지 않겠습니다. 도로 가져가세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죽을 자기 방으로 가져가서 남편과 나눠 먹었다. 이튿날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신부는 속으로 생각했다. ‘시동생들.. 2015. 7. 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1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 나에게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나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답변해왔다. 말이 정중이지 내 사양은 신경질이었다. 나는 그 인터뷰어들이 내게서 원하는 것들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내 말을 빙자하여 그들이 하고 싶은 말들이었거나 혹은 그들조차도 왜 그래야하는지에 관한한 여하간의 성찰도 없이 마치 서로의 역할이 그래야만할 것 같은 세상살이의 상투성으로 나의 신경질은 그 피곤함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에 동원되어야 한단 말인가. 혹은 이것이 누군가에게 무슨 유익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 2. 나의 장인은 지난 6월 1일 국가지정격리병동에서 돌아가셨다. 향년 71세. 공식적으로 메르스로 사망한 첫 번째 케이스였다. 언론들은 앞 .. 2015. 7. 7.
그럴 수 있다면 한희철의 두런두런(24) 이불 말리듯 예배당 옆 영안아파트 후문 담장을 따라 누군가 이불을 널어 말리는데 한낮의 볕이 이불 위에 맘껏 머문다 지나가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것은 마음 널어 말릴 곳 보이지 않기 때문 눅눅한 마음 지울 곳 보이지 않기 때문 눈부신 볕에 온몸을 맡기고 단잠에 빠진 이불을 두고 그럴 수 있다면 너희들 이름 하나에 별 하나씩을 바꿔 이름 하나 부르는데 별 하나 사라지고 기억 하나 붙잡는데 별자리 하나 지워진다 해도 그러느라 우리 어둠에 갇히고 어둠 속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해도 그 어둠 견뎌야 하리 그 울음 울어야 하리 그래야 칠흑 같은 어둠 속 빛 다시 스밀 터이니 스민 빛 별자리로 모여 비로소 끊긴 길 이을 터이니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2015. 7. 7.
신앙은 투기요 모험이다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22) 신앙은 투기요 모험이다 “주인께서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시는 무서운 분이시라서…”(마태복음 25:14-30). 성서 말씀은 “살아 있는 말씀”이라 한다. 머리를 끄덕거리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금언명구가 아니라 하느님과 나 사이에 일대일의 시비(是非)를 붙이는 말씀이다. 따라서 어디에다 인용을 하고 사람을 훈계하기 위해서나 겨우 성경을 뒤적거리는 일은 매우 어리석다. 더구나 누구한테나 찍어 붙여 욕하고 비난하고 단죄하려고 성경 말씀을 끌어대는 일은 너무도 위태하다. “남을 저울질하는 대로 너희도 저울질을 당할 것이다”는 예수님 말씀은 공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그 사람이다. 나는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다. 그래도 .. 2015. 7. 5.
“어부사시가”의 즐거움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0) “어부사시가”의 즐거움 윤선도의 “어부사시가”의 여름 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합니다. “궂은 비 멈추고 시냇물 맑아 온다 낚싯대를 둘러매니 깊고 깊은 흥겨움 금할 길이 없구나 안개가 자욱한 강은 누가 그려 냈는가 연잎에 밥 싸두고 반찬일랑은 장만하지 마라 대삿갓을 쓰고 있다, 도롱이를 가져왔느냐? 무심한 갈매기야, 내가 저를 쫓아가는가, 아니면 저가 나를 쫓아오는가? 물결이 흐리다고 그에 발을 씻은 듯 어떠하리 오강을 찾아가려하니 천년의 노여움이 슬프구나 두어라 초강으로 가자하니 고기 뱃속의 충혼으로 사라진 굴원의 넋을 낚을까 두렵구나” 주위의 풍경을 가만히 응시해보면 아무런 풍파도 없고 다만 비가 내린 후 해가 떠오를 뿐입니다. 하여 어부는 흥겨움에 몸을 들썩거리며 .. 2015. 7. 5.
여는 글 - 다윗 이야기의 처음과 끝, 미갈 다윗 이야기(1) 여는 글 - 다윗 이야기의 처음과 끝, 미갈 편집자 주/지난번에 실린 첫 회 “사무엘, 양다리 걸치다”는 다윗 이야기의 두 번째 글이었습니다. 이번 첫 글을 읽어보시면 앞으로 ‘다윗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1. 그녀를 박복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팔자가 드세다고 해야 할까. 사울의 둘째 딸이자 다윗의 두 번째 아내였던 미갈 말이다. 다윗에 대한 얘기를 왜 느닷없이 미갈에 관한 에피소드로 시작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다윗 이야기의 성격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서 미갈이 처음 등장하는 때는 사울의 자녀들을 소개하는 사무엘상 14장 49절이다(이하 책 이름이 지칭되지 않으면 모두 의 인용이다).. 2015. 7. 5.
십보라, 기지(機智)로 남편을 살리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5) 십보라, 기지(機智)로 남편을 살리다(2) 1. 도망자 모세. 그는 미디안으로 와서, 어느 날 한 마을에 들어가, 우물곁에 앉아있었다(출애굽기 2:15). “우물가의 여인"이 아니라 "우물가의 모세"이다. 모세가 우물가에 앉았다는 것은, 한낮에 우물로 물 길러온 사마리아 여인이 실제로는 영적으로 목말라했던 것처럼, 우물가에 앉아 있는 모세도 무엇인가에 목말라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모세의 목마름. 2. 그런데 성경기자는 갑작스럽게 미디안의 제사장에게 딸이 일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출애굽기 2:16). 미디안의 한 딸 부잣집 이야기이다. 미디안 제사장에게 딸이 일곱이 있다는 이 엉뚱한 말돌림이 "최진사댁에 딸이 셋 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노래처럼, 그리고 그 노래의.. 2015. 7. 4.
하늘은 빛을 잃고 땅은 흔들리고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4) 하늘은 빛을 잃고 땅은 흔들리고 “내가 땅을 본즉 혼돈(混沌)하고 공허(空虛)하며 하늘들을 우러른즉 거기 빛이 없으며 내가 산(山)들을 본즉 다 진동(震動)하며 작은 산(山)들도 요동(搖動)하며 내가 본즉 사람이 없으며 공중(空中)의 새가 다 날아갔으며 내가 본즉 좋은 땅이 황무지(荒蕪地)가 되었으며 그 모든 성읍(城邑)이 여호와의 앞 그 맹렬(猛烈)한 진노(震怒) 앞에 무너졌으니”(예레미야 4:23~26). 멸망으로 기울어진 절망의 시대, 예언자가 세상을 둘러본다. 어둠의 시대, 그나마 어둠 속에서 잠들지 않고 어둠을 응시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일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보이느니 어둠 밖에 없는데 하릴없이 어둠을 바라보느냐며 절망하지 않는 사람, 절망.. 2015.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