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676

아름다움과 부조리가 공존하는 세상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3) 아름다움과 부조리가 공존하는 세상 인생은 아름다운가? 아름답다. 인생은 덧없는가? 덧없다. 허무하다. 부조리하다. 저마다의 인생은 역설과 모순투성이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의 인생도 세상사도 온통 아름다움과 부조리로 뒤엉켜있다. 그러하여 격한 희망에 감격하다가도 삶의 낙관은 여지없이 무너지곤 한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인가.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 선생이며 전도서의 저자 코헬렛은 이미 간파했으니, 그는 세상사의 양극적인 현실과 역설에 큰 관심을 가졌다. 이것은 그가 그토록 집요하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헤벨’(헛됨, 무익함, 덧없음, 허무, 부조리)과 생의 ‘즐거움’을 말한 이유다. 전도서는 ‘헤벨’의 책이지만, 동시에 삶의 즐거움을 촉구하는 “기쁨의 복음서”다. 저자 .. 2017. 6. 27.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1) 걷는 기도를 시작하며 필시 그럴 것이다. 불볕더위 아래 한 마리 벌레 같을 것이다. 지렁이나 굼벵이나 송충이가 길 위를 기어가는 것 같을 것이다. 한 마리 벌레 같은 모습으로, 한 마리 벌레 같은 심정으로 길을 걷기로 한다. 허리가 잘린 내 나라 강토, 그 아픔의 땅인 DMZ를 따라 걸어야지 했던 것은 오래 전부터 마음에 있던 생각이었다. 한 형제요 자매, 그럼에도 서로를 향해 불신과 증오의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곳, 그 아픔의 땅을 걷고 싶었다. 문득 더는 미룰 수 없는 일로 여겨졌다. 두 가지 이유가 마음을 재촉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걷고 싶어도 걷지 못할 것 같았다. 한두 살 나이를 더 먹으며 건강이 따르지 않으면, 그래서 마음뿐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하.. 2017. 6. 26.
그를 택한 걸 후회한다! 사울 이야기 2 그를 택한 걸 후회한다!사무엘상 15:10-11 사울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읽기오늘은 사울 이야기를 갖고 하는 두 번째 설교를 하겠습니다. 사울의 생애는 다윗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울 이야기 첫 번째 설교에서 저는 다윗을 만나기 전의 사울의 생을 간추려 얘기하고 설교 말미에 하느님이 사울을 왕으로 선택한 걸 후회했다고 얘기했습니다. 하느님이 당신이 내린 결정을 후회했다고 사실만도 놀라운데 성서는 몇 줄 아래에서 하느님은 사람이 아니므로 뜻을 바꾸는 법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독자를 더욱 놀라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또 몇 줄 아래서 하느님은 다시금 사울을 왕으로 세운 걸 후회했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반복해서 말을 바꾸니 우리는 어느 장단에 춤춰.. 2017. 6. 23.
이 사람이 내 백성을 다스릴 것이다 사울 이야기 1 이 사람이 내 백성을 다스릴 것이다- 사무엘상 9:15-17 - 이스라엘의 첫 왕 사울오늘부터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 ‘사울’ 이야기를 갖고 설교하려 합니다. 다섯 번 정도 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가급적이면 구약성서를 갖고 자주 설교할 생각입니다. 올해 초에 예언자와 예언서를 갖고 설교했고 이번에는 사울 이야기를 갖고 설교합니다. 분량만 갖고 보면 구약성서가 신약성서의 세 배 정도 되므로 구약 대 신약의 설교 비율이 3:1이 돼야겠지만 우리는 기독교인이므로 예수님에 관한 말씀인 신약성서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구약성서가 시효가 끝난 하느님 말씀이 아님을 상기하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자주 구약성서를 갖고 설교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사울 이야기에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2017. 6. 22.
지혜는 생명나무라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2) 지혜는 생명나무라 구약의 지혜는?지혜란 무엇인가? 인생의 방향을 잡는 기술인가, 아니면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가를 아는 지식인가. 구약에서 지혜는 전문적이고 숙련된 기술이나 예술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지만(출애굽기 36:1-2), 능숙한 기술보다는 앎과 태도에 강조점이 있다. 구약신학에 큰 보폭을 남긴 폰 라트(G. von Rad)는 “지혜는 사물의 근저에 하나님의 질서, 즉 조용하고 거의 느낄 수 없지만 균형을 이루게 하는 질서가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자연과 세계 질서, 그리고 인간의 삶에 깃든 창조주 하나님을 표현한 멋진 정의다. 이것에 더해 구약 지혜서의 독특한 지혜개념은 기술이나 지식의 중성적 가치보다는 도덕화되고 신학화되었다. 왜냐하면 지혜와 .. 2017. 6. 19.
설교(說敎)인가 썰~교(敎)인가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36) 설교(說敎)인가 썰~교(敎)인가 - 소 모 씨의 설교를 감상하고 정신이 확 깨서 쓴다 -“그런즉 너희가 세상 사건이 있을 때에 교회에서 경히 여김을 받는 자들을 세우느냐”- 사도바울 1.월요일 산책하며 주제를 정한다. 화요일 농사를 지으며 생각을 정리 메모한다. 수요일 운동을 하면서 자료를 참고하여 거칠게 초고를 쓴다. 목요일 치료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끝까지 다 쓴다. 금요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처음부터 문장의 맥락을 가다듬어 정리한다.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새벽사이. 클럽에 전문을 업데이트한다. 토요일 놀면서 아내에게 리허설을 한다. 아내가 통과를 시켜주면 영화 한편 보고 기대하며 잘 수 있다. 그러나 오늘처럼 내 리허설의 맥락은 따라잡지 못하고 날 바라보는 얼굴만 .. 2017. 6. 17.
문제는 ‘어떤 성품이 주도하는가’이다 한종호의 너른마당(61) 문제는 ‘어떤 성품이 주도하는가’이다 그런데 사라가 보니, 이집트 여인 하갈과 아브라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이삭을 놀리고 있었다. 사라가 아브라함에게 말하였다. “저 여종과 그 아들을 내보내십시오. 저 여종의 아들은 나의 아들 이삭과 유산을 나누어 가질 수 없습니다.”(창세기 21:9-10) 고대사회에서 여성들은 모계사회의 종식과 더불어 부차적 지위에 머물게 되었다. 여성들은 생물학적으로 아이들을 생산하는 존재였고, 인간이라기보다는 남자에게 종속된 재산과 같은 위치에 있게 되었다. 여기서 여성에 대한 억압은 구조화되었고 문명의 생리처럼 되어갔다. 이스라엘의 고대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사렛 예수의 선교는 그러한 이스라엘 문명의 여성관에 대한 놀라운 도전을 드러내었다. 그리하여.. 2017. 6. 12.
예수가 아름다운 이유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12) 예수가 아름다운 이유 중학생 때 프랑스로 떠났던 알고 지내던 아이가 방학이 되어 찾아왔다. 우리나라에서 너무 말썽을 피운 까닭에 더 이상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할 수 없이 부모가 낯선 땅으로 보내버렸던 아이다. 쫓기듯 떠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당당하고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내던 내내 학생들과 학교로부터 제발 곁에서 떠나달라는 요청을 받아왔던 아이였다. 잘 지내냐는 의례적 인사를 건네고 나자 그 아이는 신이 나서 지나간 이야기를 시작했다. 프랑스 가길 잘했다고 너무도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기에 도대체 우리나라와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이는 크게 씩 미소를 짓더니 한마디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의 .. 2017. 6. 8.
가뭄의 의미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35) 가뭄의 의미 고라니가 마당까지 내려와 생전 먹잖던 비비추와 개망초까지 뜯어먹고 있다. 잎이 겨우 나기 시작한 고추 모종을 몽당가리로 만들어 놓은 진 오래되었다. 알뜰살뜰 부쳐놓은 싹들을 생각하니 애끓는 마음. 비를 비는 기도를 드린다. 허나 무슨 엘리야의 예지로 구름을 헤아릴까. 그보단 간절한 시절 속 태우는 가뭄이 무슨 뜻인지 하늘에 물어본다. 󰡔사무엘󰡕은 하권의 끝에(21) 다윗왕의 남은 치세를 정리한다. 소임이 끝난 창립자에게 역사가가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스라엘엔 삼년 동안 비가 오지 않고 있었다. 하나님의 뜻을 물은 결과(어떻게 물었을까?) 전왕(前王)과 그 집안이 저지른 기드온 학살사건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왕은 그 하회(下回)를 희생자의 유가족들에.. 2017.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