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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존재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55) 향기로 존재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목양실에 올라와 앉으면 세상이 고요하다. 아직 만물이 깨어나지 않은 시간, 시간도 마음도 고요해진다. 설교를 준비하기에도 좋고, 글을 쓰기에도 좋고, 책을 읽기에도 좋은, 가히 아낄만한 시간이다. 때로는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고요함을 깨트린다 싶으면 얼마든지 삼간다. 며칠 전이었다. 그날도 새벽기도회를 마치고는 목양실로 올라와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기 시작을 했는데, 어디선가 알 수 없는 향기가 전해졌다. 모르던 향기였다. 흔한 향기가 아니었다. 애써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그러느라 무심결에 드러났다 잠깐 사이 사라지는 향기였다. 내가 맡은 것은 그런 향기의 뒷모습이지 싶었다. 그럴수록 향기는 예사롭지가 않았다... 2019. 6. 6.
전도는 전도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54) 전도는 전도다 제자들은 길에서 다퉜다. 누가 가장 높은지를 두고서. 설마 모르시겠지 했지만 예수님은 아셨다. 무슨 일로 다퉜는지를 묻자 유구무언이다. 다투기 바로 전, 예수님은 당신이 당해야 할 고난을 일러주신 터였으니 스스로도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첫째가 되고자 하면 그는 모든 사람의 꼴찌가 되어서 모든 사람을 섬겨야 한다.” 그런 뒤 어린이 하나를 가운데 세우신 다음 그를 껴안아주시며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들 가운데 하나를 영접하면, 그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는 사람은 나를 영접하는 것보다 나를 보내신 분을 영접하는 것”이라고 하신다. 꼴찌가 되라는 것은 세상의 기준과는 정반대다. 어린이를 영접하.. 2019. 6. 5.
같은 길을 가면서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53) 같은 길을 가면서도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면서 누가 가장 높은지를 다퉜던 제자들, 예수님은 모르실 거라는 제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예수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모두 알고 있었다. 제자들이 서로 다퉜다는 것도, 무얼 두고 다퉜는지도. 주님은 우리가 기도를 해야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겨우 알아차리시는 분이 아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새가 없는 곳에서 말하면 되고, 쥐가 없는 곳에서 말하면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어디서 무슨 말을 하든 새와 쥐가 듣는 것이라면, 새와 쥐를 만드신 분이 우리가 하는 말을 모두 듣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기도를 들으시는 주님은 우리가 어디에서 어떤 말을 하건 모두 .. 2019. 6. 3.
답장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52) 답장 "한 목사님 갑자기 그리움 탑니다. 바람이 살랑거리는데 해가 막 넘어갑니다. 홍순관님의 노래 한 곡 들으며 해를 보냅니다." 멀리 부산에서 보내온 문자, 기쁨지기였다. 또 다시 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여름이면 어김없이 모이는 모임이 있다. 올해로 스물두 번째를 맞는 독서캠프다. 올해는 이야기 손님으로 김기석 형과 함민복 시인을 모시기로 했단다. 독서캠프는 유난을 떨지 않아 늘 소박하지만 소중한 밥상이다. 분주하게 하루를 보낸 뒤 아침에 답장을 보낸다. "길을 쓸고 마루를 닦는 이의 마음에 어찌 그리움이 없겠습니까? 먼 산 볼 때 누군가 빙긋 웃는, 그 선한 웃음 마음에 담기를 바랍니다." 2019. 6. 3.
하나님의 천칭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51) 하나님의 천칭 ‘한 사람이 소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던 시간, 하나님의 천칭 이야기를 했다. ‘천칭’(天秤)은 ‘천평칭’(天平秤)의 약자로, 가운데의 줏대에 걸친 가로장 양쪽 끝에 저울판을 달고, 한쪽에 달 물건을 놓고 다른 쪽에 추를 놓아 평평하게 하여 물건의 질량을 다는 저울의 일종이다. 하나님의 천칭은 세상의 천칭과는 다를 것이다. 세상의 저울은 양쪽의 무게가 다를 경우 금방 저울이 반응한다. 저울의 한쪽은 솟고 한쪽은 가라앉는다. 하지만 하나님의 천칭은 다르다. 천칭 한쪽 저울판에 단 한 사람이 서고 반대편 저울판에 백 사람이 선다고 해도 저울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흔들림도 없이 수평을 유지할 것이다. 설마 하늘의 저울이 고장이 났을까,.. 2019. 6. 2.
하마터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50) 하마터면 오늘 아침에는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한 뻔했다. 새벽기도를 마친 후 목양실 책상에 앉아 있다가 창문을 통해 할머니 두 분이 예배당 마당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한 할머니의 손에 검정색 비닐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 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대하기 얼마 전, 할머니 두 분이 예배당 마당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은 예배당 앞 화단 쪽으로 갔다. 할머니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예배당 화단에 심어 놓은 꽃을 누군가가 캐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귀한 꽃을 골라 캐간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었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검은 .. 2019. 6. 1.
어느날의 기도 2019. 5. 31.
짐승 같은 이들이 발견한 아름다운 슬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48) 짐승 같은 이들이 발견한 아름다운 슬픔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을 조사하던 과학자들이 뜻밖의 성분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꽃가루였다. 네안데르탈인의 유골 곁에 있는 흙에서도 다량의 꽃가루가 발견되었다. 대체 꽃가루의 의미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추정을 한다. 네안데르탈인들은 같이 살던 누군가가 죽으면 죽은 이를 야생의 꽃이불 위에 눕히고 그 위를 다시 꽃으로 덮었던 것 같다. 죽은 이를 아무렇게나 버리거나 처리한 것이 아니었다. 사방에 피어난 온갖 꽃을 따서 바닥을 장식한 후에 죽은 이를 눕히고, 다시 그 위에 꽃을 수놓았을 것이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를 아무렇게나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라는 책을 쓴 .. 2019. 5. 30.
그래서 어렵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47) 그래서 어렵다 처음으로 그 말을 듣던 때의 떨림을 지금도 기억한다. 나직한 목소리, 그러나 울림은 묵중했다. 孰能濁以靜之徐淸(숙능탁이정지서청) 노자 에 나오는 말로 ‘누가 능히 흐린 것들과 어울리기 위하여 자신을 흐리게 만들어 고요함으로써 더러움을 천천히 맑게 해줄 수 있겠느냐’는 뜻이었다. 문득 아뜩하면서도 환했다. 어려울 것이 없다. 그래서 어렵다. 2019.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