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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마주보고 가는 바보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5) 바람을 마주보고 가는 바보 “그 양반은 독서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잠은 안자고 책만 읽는 바람에 머릿속 골수가 다 말려버려 마침내 정신이 이상해지고 말았다.” 문제는 책이었다. 아, 독서도 적당히 하지 않으면 정신건강에 해롭단다. 그걸 염려하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그 반대로 골수가 넘쳐나서 문제가 되려나? 이에 대한 최근 학계의 결론은 어떠한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이 사나이는, 기사 소설을 잔뜩 읽은 탓에 마침내 방랑 기사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골수가 동이 나도 그런 결심은 가능한 모양이다. 아니 그러 길래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건가? 이리하여 라 만차의 어느 시골에 사는 영감 “돈 끼호떼”의 기이한 유랑 행각이 시작된다. 돈 끼호떼와 산초 (출처: spotter_nl.. 2015. 1. 27.
금지된 시를 위한 변명 장동석의 '금서 읽기'(2) 금지된 시를 위한 변명 한 편의 시를 읽는다.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때론 고통을, 그것을 통과한 마음자리를 시보다 절절하게 표출하는 그 무엇이 있을까. 시는, 아니 모든 문학은 인간의 모든 절체절명의 순간을 기록하는, 인류가 발명(혹은 발견)한 최고의 선물이다. 그렇게 시는 삶의 아름다움을 표출하지만 한때는 권력에 의해 금지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시 자체로 금지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그보다는 시인이 금지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 땅의 질곡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받아내면 새벽을 노래했던 시인들은 오랜 시간 금지된 인물로 살아야만 했다. 월북 시인들에게 남겨진 꼬리표 일제강점기 독립의식을 고취하는 시와 시인들은 모두 금지되었고, 한국 전쟁 전후로는 정치적 이유로 많은.. 2015. 1. 25.
가장 내밀한 곳에 계신 하나님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 가장 내밀한 곳에 계신 하나님 * 까막눈을 어떻게 뜰 것인가 나는 하나님만큼 내 “가까이” 있는 것도 없다고 확신합니다. 하나님은 나 자신보다도 더 내 가까이 계십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내 ‘안’에 계신 분이라는 말이다. ‘안’이란 말보다 그분이 가까이 계신 것을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제 ‘안’에 있는 분을 몰라보는 이가 있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제 ‘안’에 있는 분을 몰라 사람들은 방황한다. 사실 모든 고등종교의 가르침의 고갱이는 제 ‘안’에 있는 그분을 알라!는 것이다. 티베트어로 불자(佛子)를 뜻하는 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즉 마음의 본성 바깥이 아닌 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란 뜻.. 2015. 1. 25.
개구리 함정 한희철의 '두런두런'(2) 개구리 함정 종례 시간에 들어온 선생님 얼굴은 무서웠다. 오늘은 집에 늦게 가야겠다며 지금부터 밖에 나가 개구리를 한 마리씩 잡아오라 했다.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우리들은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매운, 땅이 얼어붙은 그 때 웬 개구릴까,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채 우리는 각기 흩어져 학교 주변을 헤집고 다녔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다시 교실로 모였다. 교탁 위에는 무엇인가 시커먼 보자기에 덮인 것이 놓여 있었다. 어항이었는데 어항 속엔 우리가 잡아온 개구리 중(세 마리를 잡았다 했다) 제일 큰 놈 한 마리를 넣었다고 선생님이 설명을 했다. 그리고는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와서 어항 속에 손을 넣으라 했다. 검지가 어항 바닥에 닿도록 끝까지 쑥 넣으라고 했다. (출처:Oli.. 2015. 1. 24.
트루에 오르겔, '바람 피리의 꿈' 꽃자리의 ‘사람 사람 사람’ (1) 트루에 오르겔, '바람 피리의 꿈' - ‘파이프 오르간’을 짓는 사람, 홍성훈을 만나다 - 어릴 적 교회 예배당에는 성가대 자리 바로 옆에 피아노가 있었고, 반대편 저 멀리 한쪽 구석에 파이프 오르간이 외롭게 있었다. 그 큼지막한 나무 상자 뒤에는 반주하는 선생님이 숨어있었다. 그 속에서 무얼 하는지 늘 궁금했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가까이 가 보았던 오르간의 정체는 조금 더 큰 피아노 정도일 거란 예상을 깨고, 층을 이룬 건반들과 바닥을 뒤덮은 여러 개의 페달로 독특한 모양을 한, 이제껏 보지 못했던 괴상한 물건이었다. 예배 시간에 성가대의 찬양이 시작되면, 파이프 오르간은 그만의 신비하고 묵직한 소리로 예배당 공간을 온전하게 채우고 울렸다. 그때 내 몸을 진동시켰던.. 2015. 1. 23.
문명충돌? 아니, 원초적 살인의 추억! 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4) 문명충돌? 아니, 원초적 살인의 추억! 1. 와 을 쓴 존 스타인벡은 이런 말을 했다 한다. “이 열여섯 절[창세기 4:1-16]은 시대, 문화, 인종과 상관없는 모든 인류의 역사다.” 창세기 1장부터 11장이 종족 분화 이전의 얘기임을 그가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글의 성격을 제대로 알고 한 말이다. 아담과 하와 얘기가 그렇듯이 가인과 아벨 얘기 역시 개인 간에 벌어진 사건 얘기가 아니라 인류 전체에 관한 얘기니 말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읽다 보면 이 점을 깜빡 잊고 이 얘길 개인들의 얘기로 읽는 경우는 있지만 말이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가끔 그래왔다. 그럴 때마다 ‘아차, 이건 개인 간의 얘기가 아니라 일종의 원형적 이야기(an archetypa.. 2015. 1. 23.
해방군 또는 점령군, 미군정 3년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5) 해방군 또는 점령군, 미군정 3년 일본이 미국에 공식 항복한 날은 1945년 9월 2일 도쿄만의 미국 군함 미조리호 함상에서였다. 일본 정부 대표 시게미쯔 가오루, 일본군 대표 우메즈 미찌로우는 맥아더 장군 앞에서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고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하여 일본의 통치 권한을 연합국 최고사령관의 제한 하에 둔다는 항복 문서에 조인했다. 시게미쯔 가오루는 주중 일본 공사로서 1932년 4월 상하이 일왕 생일 및 전승기념행사장에서 윤봉길 의사가 던진 폭탄에 한쪽 다리가 잘린 장본인이다. 맥아더는 이날 연합군 최고 사령부 일반 명령 제1호로서 동아시아 각 전선의 일본군의 항복을 수락하고 그 무장을 해제하기 위한 연합국간의 지역적 분담을 발표했다. 이는 .. 2015. 1. 23.
‘돈, 섹스, 권력’ - 말씀의 타락 한종호의 '전병욱 그 병폐의 프리즘'(2) ‘돈, 섹스, 권력’ - 말씀의 타락 한때 청년들에게 존경하고 따르는 목사의 아이콘이었다가, 성문제로 파문을 일으켰던 전병욱 목사가 다시 교회 개척에 나선지 3년이 흐르고 있다. 현재 그가 속한 합동측 평양노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목사직 면직 문제는 일반 법정에 고소 고발까지 가는 사태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가 이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죄하고 자숙하기보다는 사건 자체가 일어나 본 적도 없는 듯이 여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원래 시무하던 삼일교회에서 물러날 때 상당한 액수(10억대)의 전별금을 챙겨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결국 전병욱 목사는 그의 설교 메시지가 담고 있는 문제를 넘어서서 한국교회의 “성과 권.. 2015. 1. 23.
유대인의 안식일(1)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4) 유대인의 안식일(1) 이스라엘 유학중의 일이었다. 성공적인 수술로 죽을 고비를 넘긴 아내는 예루살렘의 샤아르 쩨덱 병원에 입원중이었다. 수술 후 며칠이 지난 안식일이었다. 그날도 늘 그러던 것처럼 유대인 간호사가 환자들의 상태를 검진하기 위해 병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매일 혼자 들어와 체온과 혈압을 재고 기록하던 간호사가 그날은 이상하게도 아랍인 간호조무사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달리 혈압과 체온을 직접 기록하지 않고 아랍인 간호조무사에게 받아 적게 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록하는 것은 창조 행위이기 때문에 안식일에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아랍 사람에게 글을 쓰도록 시키는 것이 위선처럼 보였다. 그러나 단순히 위선으로 보기.. 2015.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