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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57

촛불은 심지만으로 탈 수 없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5) 촛불은 심지만으로 탈 수 없다 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촛불을 켜는 일이 더 많아졌다. 촛불은 촛불만의 미덕이 있다. 촛불을 켜면 마음이 환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백열전등과 다르고 난로와도 다르다. 밖에 다녀올 일이 있어 켜둔 촛불을 껐다. 거반 다 탄 초였는데, 그렇다고 촛불을 켜 둔 채 외출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을 보고 돌아와 다시 초에 불을 붙였다. 자기 몸을 다 태워 키가 사라진 초는 촛농으로만 남아 접시에 물 담긴 듯 촛대 안에 담겨 있었다. 그래도 한 가운데 심지가 서 있어 불을 붙였는데, 잠시 불이 붙던 심지는 하얀 연기를 내며 이내 꺼져버리고 말았다. 심지가 다 타기 전에 촛농을 받아들여 태워야 하는데, 백록담처럼 가운데가 파인 상태였기에 녹여낼 촛.. 2019. 11. 28.
용한 재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4) 용한 재주 아가페 위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주일마다 교우들의 점심 식사를 준비한 고마운 분들이다. 적지 않은 교우들이 주일오전예배를 드린 뒤 점심 식사를 한다. 그 많은 인원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니 얼마나 고된 일일까. 일 년 동안 묵묵히 감당해 준 교우들이어서 고마운 마음이 컸다.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교우가 웃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즐겁게 일을 해왔지만 때로는 속상할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수고하는 이들의 진심과는 전혀 다른,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 발품을 팔아 음식을 준비하면 싼 것으로 했다고 핀잔을 하는 식이었다. 모두의 마음이 같았으리라. 봉사를 하다보면 그런 서운함과 무심으로 인해 생긴 상처들이.. 2019. 11. 27.
그 길을 걷지 않으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3) 그 길을 걷지 않으면 원주 청년관에서 열린 북콘서트, 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자연스럽게 단강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모임에 참여한 이들 중 목회자가 절반쯤, 교우들이 절반쯤이 된다는 말을 듣고 이야기를 ‘두 개의 강’으로 마쳤다. 단강에서 보았던 그 중 아름다운 풍경으로, 박보영 집사님이 곡을 붙여 내게는 흥얼흥얼 노래로도 남아 있는 짤막한 글이다. 바다까지 가는 먼 길 외로울까봐 흐르는 강물 따라 피어난 물안개 또 하나의 강이 되어 나란히 흐릅니다. 나란히 가는 두 개의 강 벌써 바다입니다. -두 개의 강 목회자와 교우와의 만남이 두 개의 강처럼 은총의 바다를 향해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마음을 전하며 하고 또 하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글.. 2019. 11. 26.
밟고 싶어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2) 밟고 싶어요 책장을 정리하다가 종이 한 묶음을 발견했다. 악보였다. 지난여름 힐링 콘서트에 노래손님으로 다녀간 성요한 신부님이 전해준 악보였다. ‘두 개의 강’ ‘그럴 수 있다면’ ‘나처럼 사는 건’ ‘만 냥보다 더 귀하신 어머니’ ‘참새 다녀간 자리’ ‘울지 못하는 종’ ‘환대’ 등, 그동안 내가 썼던 짤막한 글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었다. 글이 곡이 된다는 것은 몰랐던 새로운 경험이 된다. 악보 중에는 ‘밟고 싶어요’가 있었다. ‘밟고 싶어요’는 내가 쓴 글이 아니었다. 심방 중에 만난 정릉 어느 골목길 전봇대에 붙어 있던 방, ‘개 주인은/ 개 때문에/ 개 망신 당하지 말고/ 개 똥 치우시오’라는 글을 읽고 그 내용이 재미있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읽고서 예.. 2019. 11. 25.
작은 배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1) 작은 배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목양실로 올라와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다보면 서서히 아침이 밝아온다. 이젠 겨울, 급한 무엇 있겠냐는 듯 느긋하게 밝아온다. 오늘도 그랬다.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는 중에 아침이 밝아왔다. 잠깐 일을 멈추고 커피를 마시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맞은 편 전깃줄 위로 날아와 앉았다. 비둘기가 저렇게나 큰 새였나 싶을 만큼 덩치가 큰 비둘기였다. 그런데 비둘기는 무슨 맘을 먹은 것인지 목양실 창문 난간으로 날아왔다. 전선과 난간의 거리가 가까워 폴짝 뛰는 것 같기도 했다. 난간이래야 좁은 공간, 그래도 그 공간으로 날아오자 비둘기가 창문과 닿을 정도였다. 퍼뜩 드는 생각이 있어 음악을 틀었다. 첼로 연주곡이었는데 볼륨을 높였다. 원래 그런 것인.. 2019. 11. 24.
고마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0) 고마움 담임목사실 화장실 창문 쪽에는 다육이 화분이 두 개 있다. 모두 세 개였는데 지난여름을 지나며 한 개는 죽고 말았다. 물을 너무 안 주어 그런 것인지 많이 주어 그런 것인지 시들시들 거리다가 말라버리고 말았다. 주인의 고르지 못한 관심 속에서 그래도 두 개의 다육이는 잘 살아주고 있다. 오늘 아침 화장실에 들어가니 다육이 하나가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유난히 맑은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며칠 전의 일이 떠올랐다. 다육이를 보니 힘이 없는 것 같아 물을 준 적이 있다. 그 물을 먹고 다육이는 저리도 윤기 있게 생기를 되찾은 것이었다. 그래야 물 한 모금, 저만한 고마움도 드물겠다 싶다. 2019. 11. 23.
지지 못한 지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9) 지지 못한 지게 북콘서트가 있어 원주를 다녀왔다. 원주청년관과 하나복강원네트워크가 함께 주관하는 행사였다. 여전히 원주청년관 지하의 는 친근하게 느껴졌다. 목회자들과 교우들, 독서모임에 속한 이들이 함께 참석을 했는데, 오랜만에 대하는 얼굴들도 있어 반가운 마음이 더욱 컸다. 처음 제안을 받을 때만 해도 DMZ를 걸은 이야기를 담은 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했는데, 로 바꾸게 되었다. 몇 명이 참석할지를 알지 못하는 터에, 출판된 책 중에서 거의 판매가 끝난 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자연스럽게 단강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마침 단강도 원주권에 속한 마을, 그런 점에서는 일리 있는 선택일지도 몰랐다. 예배당이 없던 외진 마을, 내게는 첫 목회지, 창립예배.. 2019. 11. 22.
할망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8) 할망구 민영진 선생님의 팔순을 맞아 몇 몇 지인들이 모여 식사를 했다. 가볍고 조촐한 자리였다. 오랜만에 선생님 내외분을 뵈었다. 팔순을 맞은 소감을 여쭙자 뜻밖의 이야기를 하신다. 할망구 이야기였다. 71세를 맞았을 때 누군가가 ‘망팔’을 맞으셨다며 선생님께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望八’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뜻으로 71세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81세는 ‘망구’라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는데, 가벼운 상상은 맞았다. ‘望九’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로 81세를 이르는 말이었다. ‘망구’에 이어진 말이 ‘할망구’였다. 설마 할망구가 망구에서 왔을까 했는데, 정말로 그랬다. 할망구라는 말은 망구에서 온 말이었다. 익숙한 말 할망구가 낯선 말 망구에서 왔다는.. 2019. 11. 20.
라면이 일으키는 사랑의 파장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17) 라면이 일으키는 사랑의 파장 선배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를 방문하여 대화를 마치고 막 헤어지려 할 때, 선배는 우리를 예배당으로 안내했다. 추수감사절을 지낸 제단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제단의 불을 켜자 제단에 쌓여 있는 라면이 보였다.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상표와 크기가 다른 라면 박스들이 나란히 쌓여 있었는데, 그 양이 상당했다. 유심히 보니 회사는 달랐지만 모두가 컵라면이었다. 추수감사주일이 되면 대부분의 교회가 과일을 드리는 것에 비해 선배가 목회하는 교회에서는 몇 년 전부터 라면을 드리고 있다. 노숙자 사역을 하는 목사님에게 라면을 전달하고 있는 것인데,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교우들도 이제는 뿌듯한 마음으로 참여를 한다고 했다. 마침 감사절인 전날 비가 .. 2019.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