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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1157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4)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 아침 기도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희끗희끗 뭔가 허공에 날리는 것이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니 눈이었다. 작은 눈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눈이 오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보는 눈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는데 생각하니 마침 절기로 ‘대설’, 자연의 어김없는 걸음이 감탄스러웠다. 잠시 서서 눈을 감상하고 있을 때 담장 저쪽 끝에서 참새 몇 마리가 날아오른다. 언제라도 참새들의 날갯짓과 재잘거림은 경쾌하다. 참새들의 날갯짓과 희끗희끗 날리기 시작하는 눈이 절묘하게 어울렸다. 맞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이처럼 가벼운 것들이다. 대설과 눈, 눈가루와 참새,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서로 어울려 세상은 넉넉히 아름답다. 2019. 12. 7.
저는 아니겠지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3) 저는 아니겠지요? 녹은 쇠에서 나와 쇠를 삼킨다. 눈물겨운 사랑도 눈물겨운 배신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어느 것보다도 고맙고 아프다. 십자가를 앞둔 최후의 만찬자리, 음식을 먹던 중에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 곧 나와 함께 먹는 자가 나를 팔리라.” 주님이 말씀하시던 중 ‘진실로’라 하면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듯 마음을 가다듬고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진실로’를 다른 성경은 ‘진정으로’(새번역), ‘분명히’(공동번역)로 옮겼다. 나를 파는 자가 너희 중의 하나라는 말을 듣는 제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두렵고 떨렸을까? “나는 아닙니다.” 하지 못하고, “저는 아니겠지요?” 했던.. 2019. 12. 6.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2)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대림절을 시작하는 주일, 우리 속담 하나를 소개했다. ‘친정 길은 참대 갈대 엇벤 길도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간다’는 속담이었다. 참대와 갈대가 있는 곳을 지나면 신을 제대로 신어도 발이 베이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친정을 찾아갈 때는 발이야 베든 말든 신을 벗어들고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간다는 것이다. 친정을 찾아가는 집난이(시집간 딸)의 기쁨이 마치 숨결까지 묻어나는 듯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신을 벗어들고 갈까? 길이 멀 터이니 당연히 신을 신고 가야 하고, 참대 갈대가 있는 길이라면 더욱 더 신을 단단히 신어야 하는 법, 그런데도 왜 신을 벗고 간다고 했을까? 우선 드는 생각은 맨발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걸음 아.. 2019. 12. 5.
어리석은 생각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1) 어리석은 생각 베다니 시몬의 집에서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예수님께 부은 일을 두고 예수님은 ‘좋은 일’이라고 한다. 노동자 1년 치 품삯에 해당할 만큼 값비싼 향유, 제자들의 불만처럼 그 향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가난한 자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품었던 예수님의 삶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여인을 책망하는 제자들의 입장에 동조를 하실 것 같은데, 그 일을 ‘좋은 일’이라 하시는 주님의 말씀은 뜻밖이다. 주님의 말씀은 이어진다.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 주님은 언제라도 할 수 있.. 2019. 12. 4.
달라진 것이 없다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0) 달라진 것이 없다면 온유 지역이 부른 찬양은 ‘주 예수님 내 맘에 오사’였다. 대림절이 시작되었기 때문일까,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으로 다가왔다. 찬양을 들으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지구는 손주를 중심으로 돈다는 말이 있다. 손주가 태어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마음도 달라지고, 생활의 우선순위도 달라지고, 집안의 서열도 달라진다. 집안 가구도 달라지고 얼굴표정도 달라진다. 늘 입이 귀에 걸린다. 기회만 되면 자랑을 하고 싶어 안달이다. 손주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일 때마다 만원씩을 내야 한다고 해도 십만 원을 선불로 낼 의향이 있다. 오랜만에 손주가 찾아와도 마찬가지다. 일정도 손주를 중심으로 짜고, 약속도 손주를 최우선으로 정한다. 음식점 앞에서건 장난감 가게 앞에서.. 2019. 12. 2.
사나운 짐승이 사는 곳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9) 사나운 짐승이 사는 곳 12월을 시작하며 모인 월삭기도회, 마침 온유 지역이 찬양을 드렸다. 모든 찬양이 그러하겠지만 새벽에 드리는 찬양은 여느 때보다도 더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한다. 온유 지역의 찬양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으며 덕담을 했다. 온유한 사람들이 되시라고. “‘온유’라는 말 속에는 ‘사나운 짐승을 길들이다’라는 뜻이 있어요. 가장 사나운 짐승은 깊은 산이 아니라 사람 마음속에 사는지도 몰라요. 길들여지지 않은 난폭한 자기감정에 끌려가지 말고, 내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도록 하세요. 온유한 자에게 ‘땅을 기업으로 받는 복’이 임한다고 주님은 말씀하셨지요. 예수님이 그 말씀을 하시던 때는 로마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였어요. 온갖 무기를 든 자들이 땅의 주인이던 시.. 2019. 12. 2.
낫게와 낮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8) 낫게와 낮게 책을 읽다말고 한 대목에 이르러 피식 웃음이 났다. 재미있고 일리가 있다 싶었다.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립보서 2:3)라는 말씀이 있다. ‘낫게’ 할 때 ‘낫’의 받침은 ‘ㅅ’이다. 그런데 그 받침을 ‘ㅈ’으로 바꾸면 뜻이 엉뚱하게 바뀌게 된다. ‘낮게’가 되기 때문이다.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는 것과, ‘낮게’ 여기는 것이 어찌 같은 수가 있겠는가. ‘낫게’와 ‘낮게’는 묘하게도 발음이 같다. 다른 이를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과 나보다 ‘낮게’ 여기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얼마든지 말로는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긴다 하면서도 마음이 그렇지 못하면 결국은 ‘낮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말로 마음을 가릴.. 2019. 12. 1.
가르마 타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7) 가르마 타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머리를 깎는 것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편하고 익숙한 스타일이 있는데, 그걸 말로 설명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정릉에 온 뒤로 교우가 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데 때가 되어 미용실을 찾았더니, 집사님은 손을 다쳐 머리를 깎을 수가 없었고 집사님 대신에 낯선 미용사가 머리를 깎고 있었던 것이었다. 중년의 여성이었는데, 잠시 기다리며 보니 손놀림에 막힘이 없어 보였다. 내 차례가 왔을 때 혹시라도 머리를 어색하게 깎을까 걱정이 된 아내가 한 마디 부탁을 했다. 오른쪽 이마 부분이 휑하지 않게 깎아달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미용사는 선뜻 가위를 드는 대신 이리저리 머리를 만지고 넘겨보더니 대뜸 이야기를 했다. “.. 2019. 11. 30.
문을 여는 방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26) 문을 여는 방법 닫혀 있는 문을 여는 방법에는 두어 가지가 있다. 문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면 두 가지라 해도 되겠다. 하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열쇄로 열든 비밀번호를 누르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집의 주인이 당연히 선택하는 방법이자 주인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문을 여는 다른 하나는 문을 두드리는 일이다. 손으로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을 하고는 주인이 문을 열어줄 때를 기다려야 한다. 열쇄가 없고 비밀번호를 모르는 이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며 신앙에 대해 생각한다. 신앙도 마찬가지구나 싶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앙을 은총의 문을 여는 열쇄를 얻거나 비밀.. 2019.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