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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299

조율하는 날 신동숙의 글밭(269) 조율하는 날 밥은 먹었니?가슴 따뜻해지는 말 차 한 잔 하자가슴 설레이는 말 어느 날 문득그러한 초대에 따뜻해지지도 설레이지도 않는 날 내 마음의 결을 고요히 조율하는 날 2020. 11. 5.
귀를 순하게 하는 소리 신동숙의 글밭(266) 귀를 순하게 하는 소리 낮동안 울리던 귀를밤이면 순하게 슬어주던 풀벌레 소리 멈추고가을밤은 깊어갑니다 오늘밤엔 창문 틈으로 들려오는가을비 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우리의 귀를 순하게 하는 자연의 소리는 늘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멈추어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어느 곳에서든 누구나 들을 수 있는 2020. 11. 2.
멈출 수 없는 사랑 신동숙의 글밭(259) 멈출 수 없는 사랑 물이 흐르는 것은멈출 수 없기에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을무슨 수로 막을까 매 순간 흐르고 흘러서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물처럼 멈출 수도 없는 끊을 수도 없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멈출 수 없는 사랑 햇살이 좋은날엔 무지개로 뜬다 2020. 10. 28.
알찬 온기 신동숙의 글밭(257) 알찬 온기 혼자 앉은 방어떻게 알았을까 책장을 넘기면서 숨죽여 맑은 콧물을 훌쩍이고 있는 것을 누군가 속사정을 귀띔이라도 해주었을까 있으면 먹고 없으면 저녁밥을 안 먹기로 한 것을 들릴 듯 말 듯 어렵사리 문 두드리는 소리에마스크를 쓴 후 방문을 여니 방이 춥지는 않냐며 내미시는 종이 가방 속에는노랗게 환한 귤이 수북하다 작동이 되는지 모르겠다며놓아주시는 난로에 빨간불이 켜지고방 안에 온기가 감돈다 가을 햇살처럼알찬 온기에 시간을 잊고서 밤 늦도록 과 의 허공 사이를유유자적(悠悠自適) 헤매어도 좋을 것이다 2020. 10. 26.
고독의 방 신동숙의 글밭(255) 고독의 방 가슴으로 쓸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못 견디게 시리도록 때론 아프도록 바로 이때가 고독의 방이 부르는영혼의 신호 사람을 찾지 않고 홀로 침잠하는 날숨마다 날 지우며시공간(時空間)을 잊은 無의 춤 처음엔 온통 어둠이었고 언제나 냉냉하던 골방입니다 홀로 우두커니 선 듯 앉은 듯 추위에 떨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저 멀리 반짝이는 한 점 별빛그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그 먼 별이 살풋 짓는 여린 미소에 가슴 속 얼음이 녹아 눈물로 흐르면 흘러가기를 목마른 곳으로 골방에 나보다 먼저 다녀간 이가 있었는지아궁이에 군불이라도 지폈는지 훈훈한 온기가 감돕니다 문득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아.. 이제는 고독의 방으로 드는 일이 견딜만합니다 고요히 머무는 평온한 침묵의 방.. 2020. 10. 16.
풀어주세요 신동숙의 글밭(254) 풀어주세요 천장의 눈부신 조명 위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창문틀 너머로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멘트 바닥 아래 흙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벽돌 우리에 갇혀 매여 있는 나를 풀어주세요 안락이라는 족쇄에 묶여 꼼짝 못하는천국이라는 재갈을 입에 물고 말 못하는 몸 속에 갇힌 나를 풀어주세요 2020. 10. 15.
달개비 신동숙의 글밭(253) 달개비 인파人波에 떠밀려 오르내리느라 바닷가 달개비가 들려주는 경전經典을 한 줄도 못 읽고 말 한마디 못 붙이고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답니다 2020. 10. 12.
알고 보면 신동숙의 글밭(252) 알고 보면 허리 굽혀 폐지 주우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알고 보면 어느 독립운동가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더욱 허리 굽혀 인사드려야겠다 2020. 10. 11.
헛걸음이지 않도록 누군가 신동숙의 글밭(251) 헛걸음이지 않도록 누군가 가을날 산길을 걷는 걸음이헛걸음이지 않도록 누군가 떨어진 잎 사이로도토리 알밤이 반질반질 땅바닥을 보며 걷는 걸음이헛걸음이지 않도록누군가 집안에 뒹구는 종이 조각들 차곡차곡 하늘을 보며 걷는 걸음이헛걸음이지 않도록누군가 까맣게 태우는 밤별들을 흩어 놓으신 2020.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