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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말 한 톨

by 한종호 2021. 9. 9.




내려주신 말 한 톨 
어디에 두어야 하나

글을 아는 이는
종이에 적어두고

글을 모르는 이는 
가슴에 심더라

종이에 적어둔 말은
어디로 뿌리를 내려야 하나

가슴에 심어둔 말은 
잊지 않으려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기다가 
마음밭으로 뿌리가 깊어져

제 육신의 몸이 곧 말씀이 되어 
마음과 더불어 자라나고

단지 말을 종이 모판에 행과 열을 맞추어
가지런히 글로 적어두었다면

다시금 마음밭에다가
모내기를 해야 할 일이다

말이란 모름지기 
마음을 양식으로 먹고 자라나는 생명체이기에

마음밭에 뿌리를 내린 말의 씨앗에서 
연두빛 새순이 움터

좁은길 진실의 꽃대를 지나는 동안
머리를 하늘에 두고서 발은 땅으로 깊어져

꽃과 나무들처럼
너른 마음밭에 저 홀로 서서

꿈처럼 품어 
꽃처럼 피울 날을 기다리는 말 한 톨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마음밭으로 모내기를 하기도 전에
종이 모판에서 메말라버린 글씨들이 얼마나 많을까?

윤동주 시인이 우러러본 밤하늘의 별처럼 많을까?
다석이 헤아린 일평생 우리 몸을 드나드는 숨처럼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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