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



단강, 참 조용한 마을입니다.
아침 일찍 어른들이 일터로 나가면
쟁기 메고 소 몰고 일터로 나가면
서너 명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고
어슬렁어슬렁 짖지 않는 개들이 빈 집을 지키는 
조용한 마을입니다.


지나는 경운기 소리가 가끔씩 들리고 
방아 찔 때 들리는 방앗간 기계소리
들리는 건 그런 소리뿐입니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시끄러운 마을이 되고 말았습니다.
팀스피리트 훈련이 시작되어 군용 지프차가 지나기도 하고 
덩치 큰 트럭과 탱크와 장갑차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아이들이야 구경거리 생겨 신기하고 좋지만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닙니다. 
휙휙 달리며 피워대는 먼지야 그렇다 해도
농사지을 밭에 들어가 푹푹한 흙을 딱딱하게 만드는 건 딱 질색입니다.
또 한 가지 나쁜 건 잠든 우리 아기 깨우는 겁니다.


꼬리에 꼬리 물고 하늘을 나는 헬리콥터하며 
유리창 요란하게 흔들며 지나가는 전투기
곤히 자던 아기가 놀라 깹니다. 
놀라 깨선 울어댑니다.


곤히 자는 우리 아기 놀래 깨우는 
그런 훈련 언제나 없어질까요. 
없어져서 모두가 좋을까요.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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