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잡기



며칠 동안은 저녁마다 꼬리잡기를 했습니다.교회 앞마당, 나는 도망가고 아이들은 나를 잡는 겁니다.


승호 종순이 승혜 종숙이 아직 어린 그들의 손을 피하기는 쉽지만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간 종설이는 만만치가 않습니다.뜀도 잘 뛰지만 웬만한 속임 동작에도 속아주질 않습니다. 키 큰 전도사가 어린 꼬마들과 어울려 이리저리 겅중겅중 뛰는 모습은 누가 봐도 우스운 일일 겁니다.


잡힐 듯 도망가는 전도사를 아이들은 숨이 차도록 쫒아 다닙니다. 모두의 얼굴엔 이내 땀이 뱁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예배당 계단에 앉아 지는 해를 봅니다. 다시 또 하자 조르는 아이들을 달래 집으로 보냅니다.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줍니다.


“제일 먼저 이를 닦고, 이를 닦을 땐 위 아래로, 그렇지 그렇게 말야. 그 다음엔 손을 씻고, 그 다음엔 얼굴, 얼굴을 씻을 땐 목도 벅벅 씻어야 해. 그 다음엔 발을 씻어야 하구. 비누칠 해가지고 발가락 사이를 잘 씻어야 한다구. 알았지?”
“네!!!”
“자. 그럼, 자기 집을 향하여 앞으로 가!”


더 하자고 조르던 승호와 종순이도 누나 승혜와 언니 종숙이를 따라 집으로 갑니다. 덩그런 예배당 마당엔 저녁나절 함께 뛰며 까르르 쏟아놓은 아이들 웃음이 가득합니다. 일어서려는데 승혜가 뛰어옵니다.


“전도사님, 뭣부터 하라고 그랬죠?”
“응, 이부터 닦으라고. 이렇게 말야.”
“히잉, 알았어요.” 


이내 집까지 뛰어간 승혜가 그제야 생각난 듯 뒤돌아서서 인사를 합니다.


“전도사님, 안녕히 계세요.”
“그래 이쁜 꿈 꿔라.”


하지만 뜀박질에 피곤한 승혜는 꿈꿀 새도 없이 잠을 잘 겁니다. 어쩌면 꿈속에서도 또 하고 싶던 꼬리잡기를 할지도 모르고요.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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