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늦게 끈 등 by 한종호 2021. 6. 8. 사진/김승범 작실 마을 올라가는 길 쪽으로 등을 하나 달았습니다. 집 지을 때 부탁해서 사택 옥상에 등을 달았습니다. 밤이면 등을 켭니다. 둥근 달이 걸리면 그런대로 걸을 만하지만 달이 없으면 길도 없습니다. 더듬더듬 발걸음이 더디고 산을 끼고 도는 길, 오싹 오싹 합니다. 사랑의 빛 되었음 싶은 마음으로 불을 켭니다. 작실로 오르는 길, 밤이면 불을 켭니다. 그러나 가끔씩 실수를 합니다. 불을 켜는 걸 잊기도 하고 끄는 걸 잊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가르쳐 줘 날 밝은 한참 뒤 뒤늦게 끄기도 합니다. 사람 발길 끊긴 빈 길을 밤새워 밝힌 걸 생각하면 속상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날 밝도록 켜져 있던 불을 뒤늦게 끄며 마음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 마음속 그 어느 곳에도 뜻도 없이 켜져 있는 불은 없는 것일까, 때 지난 마음 접지 못하고 무심히 계속되는 미련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뒤늦게 끈 불 덕분에 마음 한 번 돌아봅니다. -<얘기마을> 1988년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구독하기꽃자리 저작자표시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꼬리잡기 (0) 2021.06.10 무소유욕 (0) 2021.06.09 멀리 사는 자식들 (0) 2021.06.07 교우들의 새벽기도 (0) 2021.06.06 똥줄 타는 전도사 (0) 2021.06.04 관련글 꼬리잡기 무소유욕 멀리 사는 자식들 교우들의 새벽기도 댓글0 비밀글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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