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통과

사진/김승범



가나다순이어서 그랬을까, 58명 중에 내 차례는 맨 나중이었다. 우르르 나가 선 채 한참을 기다렸다가 마지막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사람들 앞에서 인사를 했다. 간단한 소개를 들은 뒤 뒤로 돌아섰다.


“可한 사람 손드시오.”
“否한 사람 손드시오.” 


잠시 후, “네, 됐습니다. 이상으로 준회원 허입자 성품통과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그렇게 준회원 허입 성품통과가 끝났다. 이제 준회원이 된 것이다. 솔직히 난 아직도 잘 모른다. 한편 모르고도 싶다. 얼마나 지나야 목사가 되는 건지, 또 얼마가 지나야 그 불편한 시험 안 치러도 되는 건지. 


지난번 시험 볼 땐 그럭저럭 외웠었는데 쉽게 잊고 말았다. 한심한 노릇이다. 잠깐, 정말 잠깐이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돌아서 있던 그 시간에 정말 기분이 묘했다.


사람들은 날 두고 손을 들고 내렸다. 내 모르고, 날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알고 손을 들었을까.


‘否한 사람 손드시오’ 했을 때 더러더러 손 좀 들지 그랬습니까. 저놈은 안 된다고, 머리가 빈 놈이라고, 용기 없고 믿음 없고, 아직 먼 놈이라고 번쩍 손을 들어 큰 소리로 외치지 그랬습니까.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요. 편한 웃음으로 손 든 당신을 이해하며 고마워했을 텐데요.


생각뿐, 그날 밤 나는 주님 앞에 홀로 엎드리질 못했다. 중요한 건 그분 앞에 바로 서는 것인데.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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