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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동몽(異床同夢), 대동소이(大同小異L의 길을 가는 수도자 김기석 목사님께(3) 이상동몽(異床同夢), 대동소이(大同小異)의 길을 가는 수도자 한여름 산중은 만원입니다. 남도답사 일 번지 땅 끝 마을 대흥사 십리 숲길은 수시로 차량이 엉키고 꼬입니다. 왜 그런지 미루어 짐작하실 줄 압니다. 중복이 지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그래서 풍광 좋고 유서 깊은 산중 절의 수행자들에게 이 시기는 손님맞이로 과로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십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템플스테이 바람으로, 산사는 지친 몸을 쉬고 헝클어진 마음을 살피고 다잡는 사람들의 쉼터와 깸터가 되고 있습니다. 모처럼 맞이하는 휴식마저도 번잡하고 과다한 소비로 허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하는데,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작년 여름에는 한 달 내내 하루에 대여섯 차례 오는 벗들에게 차.. 2017. 12. 8.
예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김기석 목사님께(2) 예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그리운 김기석 목사님, 무더운 날씨에 고생 많으셨지요? 예수도 우리처럼 불면의 여름밤을 지새우지 않았을까요? 다시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성서에서 예수는 가을보다 봄에 더 열심히 활동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가을에 갈릴리 호숫가에서 묵상에 잠긴 예수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예수는 어떤 주제로 일생을 고뇌하였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오늘 한국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무슨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믿음과 이해의 관계가 중요한가 그리스도교 한쪽에서는 여전히 믿음과 이해의 관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것이지요. 성서학의 연구 성과를 받아들이고 여러 학문의 질문과 시대.. 2017. 12. 8.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을까요? 김기석 목사님께(1)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을까요? 목사님, 송구스런 고백부터 해야겠습니다. 목사님이 쓴 편지들을 묶은 책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를 받아 들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게 쓰신 편지도 있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물론 저도 이게 터무니없는 생각인 걸 압니다. 왜 모르겠습니까? 제가 목사님을 알게 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제게 편지를 쓸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란 걸 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우습지요?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담은 편지란 걸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젠지도 기억 못하는 주제에, 게다가 목사님에게 편지 한 줄 쓴 적도 없는 처지에 목사님에게 편지 받을 기대를 했다는 게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는 중에 ‘혹시 .. 2017. 12. 8.
지고한 의인 욥과 지혜자 코헬렛이 만났을 때 김순영의 구약 지혜서 산책(13) 지고한 의인 욥과 지혜자 코헬렛이 만났을 때 구약의 지혜서 중 와 는 구약지혜 전승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의 시각으로 존재한다. 중심을 탈피하고 위계적인 존재 방식을 넘어 대안적인 사유방식으로 존재한다. 구약에서 이 두 권의 책은 모호성과 불가해성으로 독자를 당혹스럽게 하지만, 성급하고 억지스러운 판단과 주장을 피하도록 인내심을 길러준다. 어떤 사태의 복잡성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다. 코헬렛(전도자)은 ‘미지’(the unknown)의 세계, 곧 ‘영원’ 안에서 세심하고도 열린 사고를 요청한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우주와 역사의 ‘비밀’을 풀고 싶은 열정을 주셨지만, 하나님이 어떻게 일을 시작하셔서 끝내실지 아는 사람은 아무.. 2017. 12. 8.
불씨 - 질문의 값 이신정의 읽고 쓰는 공동체(1) 시작하며, 불씨 - 질문의 값 넌 왜 쓰레기를 그리니? 이런 걸 그리는 애는 첨 봤다. 중학교 입학하고 처음 맞는 야외 미술수업시간이었다. 운동장에 나가 풍경화를 그리라는 말에 난 건물 뒤꼍에 버려진 폐자재더미를 그렸다. 아이들은 구름과 나무와 잔디와 벤치를 그렸다. 나는 내가 그리고 있는 게 쓰레기라고 불릴 줄은 몰랐다. 내 눈에는 그저 버려졌을 뿐 여전히 나무이고 플라스틱이고 쇠붙이인, 그러므로 저마다 나름의 표정을 갖고 달리 살 길을 찾고 있는 무언가로 보였으니까. 학기 초 새로 부임해 온 미술선생은 이름이 꽤 알려진 화가라고 했다. 각이 많이 진 금테안경에 체크무늬가 들어 간 더블버튼 양복을 제복처럼 빼입고 다니는 남자였다. 두 차례에 걸친 풍경화 수업이 끝나자 그.. 2017. 12. 7.
아직도 아프니?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42) 아직도 아프니? 옥계리 마을회관에서 하룻밤 묵은 다음 날, 아침을 부녀회장님 집에서 먹었다. 새로 만든 두부와 순두부로 아침상을 차렸는데, 밑반찬으로 오른 반찬들이 더없이 정겨워 보였다. 시골에서 만날 수 있는 찬이었다. 정겨운 것은 상 위에 오른 반찬만이 아니었다. 부녀회장님 내외는 물론 함께 사시는 어머니, 이웃에 사는 시동생 내외 등 가족들이 둘러앉으니 대가족이었다.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아침상에 활기가 넘쳤다. 식사를 마친 뒤 냉장고에서 꺼내주는 시원한 물 한 병을 받아들고 길을 나섰다. 여느 농촌과 다를 것이 없는 평화로운 길이 이어졌다. 곳곳에 밤꽃이 피어있고, 드문드문 집이 나타나고, 도로 옆으로는 논이 이어지고 있었다. 눈앞에 펼.. 2017. 12. 6.
낯선 곳, 어색한 잠자리와 꿀잠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41) 낯선 곳, 어색한 잠자리와 꿀잠 구름에 달 가듯이 그렇게 가면 얼마나 좋을까만, 시간이 지날수록 길은 멀게 느껴졌고 걸음은 무겁고 더뎌졌다. 긴장으로 응축되었던 몸과 마음이 점점 풀어지는 듯 시간이 지날수록 헐거워지고 느슨해진다 싶었다. 먼 길을 격려차 찾아온 어머니와 형과 함께 점심을 먹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어머니는 군대 간 아들 면회를 오신 듯 바리바리 간식이며 과일 등을 챙겨 오셨다. 철도 중단역인 백마고지역으로 달리는 경원선 열차, 언제나 길이 열려 북쪽 끝까지 숨가쁘게 달릴 수 있는 날이 찾아올지. 오후에는 하루를 묵기로 한 대광리역까지 가야 했다. 길은 거반 개울을 따라 이어졌다. 개울을 따라 걷는 것은 아스팔트를 걷는 것에 비하면 거의 천국과.. 2017. 11. 29.
나의 말이 철필과 납으로 영원히 새겨졌으면 김순영의 구약지혜서 산책(12) 나의 말이 철필과 납으로 영원히 새겨졌으면 글 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자기 이름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쓴다. 또 누군가는 입신출세의 길이어서 쓴다.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쓰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기기 때문에 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속 지병이 되기 때문에 쓰는 이도 있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쓴다는 것은 기도의 형식과 같다고 했다. 간절한 무엇이 있기에 글을 쓴다는 것인데, 그러면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행위일까? 글쓰기가 자신의 존재이유인 사람도 있지만, 인류에 대한 연민 때문에 글을 쓰는 이도 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글쓰기는 자신의 결백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멸의 기록이 되기를 염원했던 .. 2017. 11. 24.
어머니의 마중 한 마리 벌레처럼 가는, ‘걷는 기도’(40) 어머니의 마중 아흐레째 일정은 철원 고석정에서 시작했다. 게르마늄 온천수가 솟는 호텔이 있다고 로드맵에는 적혀 있었지만, 호텔 인근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빨래 말리는 건조대까지 구비가 된 좋은 숙소였다. 입구에 걸려있는 달력을 보고 주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눴던 것은 성지교회 청년들이 수련회를 다녀오기도 한 구수감리교회 달력이 벽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펜션 주인은 구수교회 권사님이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 내게 권사님은 작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꿀을 전해주었다. “정말로 좋은 꿀이에요. 걸으면서 드세요.” 따뜻하고 진심어린 응원이었다. 권사님이 주신 꿀을 배낭에 넣고 물을 마실 때마다 섞어서 마셨다. 걸음을 서둘렀다. 전날 희준 형(兄).. 2017.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