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76 띳집과 나물국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8) 띳집과 나물국 책장 한 구석에 꽂혀 있는 책 에 눈이 간다. 책을 꺼내 전에 밑줄 친 곳을 읽다보니, 마음에 닿는 구절이 있다. “마음이 편안하면 띳집도 안온하고, 성정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心安茅屋穩(심안모옥온)이요, 性定菜羹香(성정채갱향)이니라. ‘모옥’(茅屋)할 때의 ‘모’(茅)는 여러해살이풀을 말한다. ‘띳집’이란 띠라는 풀로 지붕을 이은 집으로, 누추(陋醜)한 거처(居處)를 말한다. 초라한 초가삼간에 누워도 마음이 편안하면 안온함을, 편안함과 따뜻함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채갱’(菜羹)은 나물국을 말한다. 산해진미(山海珍味) 없이 집 주변의 나물을 뜯어 국을 끓여도 성정이 안정되면 그 국이 향기롭다는 뜻이다. 길지 않은 글을 한 자 한 자 읽으니 띳.. 2019. 10. 14. 걸음을 옮길수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7) 걸음을 옮길수록 오늘 새벽기도예배에서 나눈 본문은 마가복음 12장 1~12절이었다. 예수님이 들려주시는 포도원 비유였다. 어느 순간부터 예수님의 걸음과 말과 태도는 점점 십자가에 가까워진다. 포도원 비유만 해도 그렇다. 종교 지도자들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것이 자신들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예수님을 죽이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십자가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님의 뜻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부터 돌아보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싶었다. 2019. 10. 11. 겸손의 빛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6) 겸손의 빛 “너는 하나님을 향하고 있거나 돌아서 있을 수는 있지만, 하나님 없이 있을 수는 없다.” 한 러시아인이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왜 굳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일까? 돌아보면 누구의 가슴 속에나 있는, 너무도 지당한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이 말을 내가 했다고, 이렇게 멋진 생각을 내가 했다고 이름을 밝히는 대신 무명으로 남아 그가 한 말은 또 하나의 빛을 발한다. 말의 의미는 물론 이름을 드러내지 않음으로 드러내는 겸손의 빛까지를. 2019. 10. 11. 다윗을 찬란한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서 사울을 일그러뜨려야 만 했을까? 다윗을 찬란한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서 사울을 일그러뜨려야 만 했을까? 사울은 오랫동안 잊혔던 인물이다. 그의 이름과 생애를 대충 아는 사람에게조차 잊혀왔다. 반면 다윗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추앙받아왔다. 무엇이 사울을 잊힌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다윗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추앙받아왔을까? 우리가 갖고 있는 사울의 초상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 반면 다윗은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다. 누가 사울을 이토록 일그러뜨렸을까? 무엇이 다윗을 이처럼 화려하게 꾸몄을까? 사울은 이스라엘의 사사들이 다스렸던 지파공동체시대에서 왕이 통치했던 군주제시대로 넘어가는 이행기의 첫 왕이었다. 당시 고대 중동지역의 거대 문화권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는 물론이고 가나안의 작은 종족들도 모두 왕이 다스렸다. 이스라엘에도 왕정이 낯선 제.. 2019. 10. 11. 어떤 소명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5) 어떤 소명 과녁이 아닌데도, 우리 가슴엔 수많은 화살들이 박혀 있다. 누군가의 말, 원치 않았던 사람, 피할 수 없었던 일, 때로는 피를 철철 흘리기도 했고, 겨우 아물던 상처가 덧나기도 했다. 상처투성이의 모습은 과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돌아보면 화살이 어디 내 가슴에만 박힌 것일까? 함부로 쏘아댄 화살이 내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숙함으로 성급함으로 쏜 내 화살에 맞은 가슴이 왜 없을까? 나로 인해 잠을 못 이루며 괴로워하는 이가 왜 없을까? 서로의 화살을 뽑아줄 일이다. 떨리는 손으로 깊이 박힌 화살을 뽑아내고, 눈물 젖은 손으로 약을 바를 일이다. 돌에 퍼렇게 이끼가 낀 신학교 교문만이 아니다. 녹이 슨 봉쇄 수도원의 철문만이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 사람과.. 2019. 10. 11. 손톱을 깎으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4) 손톱을 깎으며 믿음이나 인격이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만, 시간이 지나며 저절로 자라는 것들은 의외의 것들이다. 머리카락과 수염, 손톱이 그렇다. 잠시 잊고 있다 보면 어느새 자란다. 대부분의 경우 손톱은 책상에 앉아서 깎게 된다. 손톱이 자란 것을 우연히 보고는 서랍에 있는 손톱깎이를 찾아 손톱을 깎는다. 손톱에 무슨 생명이 있을까 싶은데, 그렇지가 않다. 잘린 손톱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튀어 오른다. 다시는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 날아간 손톱은 어딘가로 숨는다. 원고를 쓰는 동안 자판을 눈여겨 봐 둔 것인지 키보드 자판 사이로 숨기도 한다. 그러면 자판을 거꾸로 들고 흔들어대어 손톱을 떨어뜨려야 한다.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하고선 다른 선택을 한다. 손톱을 깎을 때가 되.. 2019. 10. 9. 일요일에만 살아계신 하나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3) 일요일에만 살아계신 하나님 예수님께 나아와 가장 중요한 계명이 무엇인지를 물은 한 율법교사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전체로 드리는 모든 번제물과 기타 제물보다 낫습니다.”(마가복음 12:33)라고 새긴다. 이야기를 들은 예수님은 “너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멀지 않다.”(34절)고 하며 그의 대답을 인정하신다. 새벽기도회 시간, 그 말씀을 나누다가 하일의 시 한 구절을 소개했다. 우리의 신앙이 말씀의 실천 없이 번제물과 기타 제물을 드리는 종교적 행위에 머물러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오래 전에 읽었지만 낫지 않는 상처처럼 마음에 남아 있는 구절이었다. 시인은 이렇게.. 2019. 10. 9. 믿는 구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2) 믿는 구석 다가온다는 태풍 앞에서도 거미가 저리 태평은 것은, 태풍의 위력을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촘촘하게 거미줄을 치면서도 실상은 비워놓은 구석이 더 많다. 그것이 비를 견디고 바람을 견디는 길임을 거미는 알고 있는 것이다. 다가온다는 태풍 앞에서도 거미가 저리 태평인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2019. 10. 8. 그레발을 두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2) 그레발을 두자 ‘그레발’은 집 지을 재목을 다듬는 일과 관련이 있다. 보, 도리, 서까래, 기둥 등 집을 지을 때 쓰는 재목을 다듬기 위해서는 ‘마름질’을 한다. 마름질이란 재목을 치수에 맞추어 베거나 자르는 것을 말한다. - 그림/국민일보 재목을 길이에 맞춰 자르기 위해서는 재목에 표시를 하는데, 그렇게 표시를 하는 도구를 ‘그레’라 한다. 그레발이라는 말은 그레와 관련이 있다. 재목을 자를 때 원래의 치수보다 조금 더 길게 늘려 자른 부분을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레발을 두는 것은 혹시라도 오차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처음부터 길이를 딱 맞춰 잘라 놓았다가는 나중에 바로잡을 길이 없어질 수가 있다. 재목의 길이가 길면 잘라 쓰면 되지만 행여 짧을 경우엔 .. 2019. 10. 6. 이전 1 ··· 166 167 168 169 170 171 172 ··· 29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