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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사 사랑하게 되었나이다!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3) 늦게사 사랑하게 되었나이다! “그들은 배를 끌어다 호숫가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누가복음 5:1-11). 내가 주님을 처음 만나 뵌 때는 언제였을까?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사도 요한은 백 살이 다 되어서도 ‘그 날, 때는 네 시쯤이었다’(요한복음 l,39)라고 운명의 시각을 기억하고 있지만, 나는…. 내가 내 아내 된 저 여자를 처음 보았던 그 때였을까? 교통사고가 나던 그 날이었을까? 친구가 성당에 가자며 데리러 오던 가을 아침이었을까? 어느 봄날 문득 좁다란 뜰에 초목 한 포기가 땅을 뚫고 솟아 있음을 발견했을 때처럼, 은총의 씨앗이 언제부터 내게 숨겨져 있었는지 나는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예수와 첫 번 .. 2015. 1. 11.
권력의 묘지가 따로 없다 - ‘땅콩 회항’ 조현아와 박근혜 대통령 한종호의 너른 마당(3) 권력의 묘지가 따로 없다 - ‘땅콩 회항’ 조현아와 박근혜 대통령 - 힘을 가지면 그 힘을 쓰고 싶게 되어 있다. 그런데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그 힘의 가치는 달라진다. 생살여탈권을 가진 권력자가 사형수를 살려준다면 그것은 생명을 향한 권력이 된다. 링컨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 반대는 잔인한 권력이 된다. 이런 예는 들지 않아도 너무나 많다. 권력의 오만 권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이 어떻게 행사되는가에 따라 살게 되는 사람과 죽게 되는 사람의 수는 많아진다. 최근 박근혜 정권 내부의 권력 암투나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된 조현아의 기내 난동사건은 모두 권력자가 자기 권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의 .. 2015. 1. 9.
<럭키 서울>, 그 부푼 꿈을 안고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 , 그 부푼 꿈을 안고 퀴즈 하나. 다음의 가사는 어느 노래에 나오는 것일까? 타이프 소리로 해가 저무는 빌딩가에서도 웃음이 솟네. 오늘날 우리가 키보드라고 부르는 자판의 원조는 타이프 라이터였다. 일제 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해방이 되자, 미군정의 영향 아래 영어 타이피스트 수요가 늘면서 곳곳에서 타자학원이 생겨난다. 타이피스트는 당대 최첨단 직종이었다. 1948년, 현인이 부른 은 “서울의 거리는 태양의 거리. 태양의 거리에는 희망이 솟네”라고 시작한다. 그 다음 이어지는 구절이 바로 퀴즈의 대목이었다. 일제 식민지와는 결별하고 미제(美製)인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근대화”에 대한 기대가 가득 담긴 노래였다. 그래서 제목도 “럭키(lucky) 서울”이라.. 2015. 1. 8.
광복 70주년과 분단 70주년 현재적 의미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1) 광복 70주년과 분단 70주년 현재적 의미 광복 70주년과 분단 70주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그 과제는 무엇인가. ‘70주년’은 생물학적으로는 노령기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성장기에 속한다. 70년은 한 개인에게는 생애의 전부에 속하지만, 민족ㆍ국가의 영속하는 시간으로는 한 순간일 뿐이다. 을미년 2015년은 한민족이 일본제국주의에서 해방된 지 70주년이다. 민족사의 비극은 ‘해방둥이’가 압제로부터 해방과 동시에 허리 잘린 장애아로의 출산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 건강한 옥동자가 되지 못하고 장애가 된 것은 선천성이 아니라 국제열강의 역학정치라는 후천성 때문이었다. ‘후천성 장애’의 구조는 분단, 6.25동족상잔, 냉전으로 이어지고, 이후 남북으로 갈.. 2015. 1. 8.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 우리말 “서로”는 명사로도 쓰이고 부사로도 쓰인다. 명사로는 “짝을 이루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를 일컫는 말이다. 부사로는 “관계를 이루는 둘 이상 사이에서, 각각 그 상대에 대하여. 또는 양방이 번갈아서”를 뜻한다. “서로”에는 이처럼 “둘 사이의 짝 관계”가 들어 있다. 히브리어에는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a woman to her sister”) 라는 표현이 있다. 히브리어로는 ‘잇샤 엘-악호타’라고 한다. 이 표현이 바로 특수한 문맥에서 “서로”를 뜻한다. “한 여자가 자기 자매에게”는 문자대로는 두 자매의 관계를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 표현이 출애굽기 26장에서만 집중적으로 다섯 번 나온다(출 26:3,3,5,6,17).. 2015. 1. 8.
하우와, 믿음으로 실패와 아픔을 이겨내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 하우와, 믿음으로 실패와 아픔을 이겨내다(1) 1.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이런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성서학자로서 내가 하는 일은 이런 의문들을 통해서 성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를 강력하게 지배하는 그릇된 고정관념들이 참 많고, 그것들을 파악해서 넘어서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읽든, 대다수 경우 결국은 우리에게 굳게 박힌 고정관념을 보고 그것을 읽어내는 것 이상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2. 하우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우와”는 인류 최초의 여자라고 하는 하와를 히브리어그대로 읽은 이름이다. 하우와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동사 .. 2015. 1. 8.
벽 없이 홍순관의 노래 신학(2) 벽 없이 홍순관 글 / 한경수 곡 (2002년 만듦, ‘나처럼 사는 건’ 음반수록) 자연은 때를 따라 옷을 입네 소녀 같은 나물냄새 초록의 춤과 바람과 태양 흙보다도 더 붉은 산하 봄여름가을겨울 따로 사는 게 아니지 벽 없이 금 없이 오가며 서로에게 생명을 내어주고 살지 님을 따라 부르는 노래야 겨울은 봄 안에 있고 여름은 가을 안에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은 또 겨울 안에 있습니다. 제 계절을 떠나는 자연은 그래서 살아 있습니다. 치열한 생존으로 세월을 살지만, 조금도 미련 없이 다음 계절에게 모든 것을 내어줍니다. 남김없이 제 것을 내어 주었기에 다음 계절은 살아납니다. 서로에게 생명을 내어주니 또 살아나는 것입니다. 경계가 없으니 생명이 오고갑니다. 죽어야 사는 비논리와 역.. 2015. 1. 8.
늬들이 구약을 알어? 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2) 늬들이 구약을 알어? 1.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러저런 이유로 글을 쓰는 입장에서 보면 구약성서는 독자들에게 대단히 불친절한 책이다. 어떻게든 많이 읽히겠다는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구약성서는 그런 책이다. 하긴 어떤 경전이 많이 읽히려고 글을 쓰고 재미있게 쓰였겠냐마는…. 구약성서는 ‘이야기’(story)와 ‘설화’(narrative)가 큰 부분을 차지하므로 형식만 보면 다른 경전들에 비해 재미있을 수 있는 책이다. 재미있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론 재미없는 책임에 분명하다. 구약성서가 재미로 넘쳐나고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는 사람을 나는 아직까지 한 명도 못 봤다. 여러분은 본 적 있나? 아마 없을 거다. 있다면 그는 구약성서.. 2015. 1. 7.
절망의 산, 그 부박함을 넘어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2) 절망의 산, 그 부박함을 넘어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산에 올라가려 한다’는 말이 있다. 2004년부터인가, 세 차례 중고등학생들을 데리고 중국의 신강(新講)지역으로 선교여행을 간 적이 있다. 서안에서 시작하여 란주를 거쳐 우루무치와 투루판, 카쉬가르를 거쳐 중국과 파키스탄의 국경이 접한 타쉬쿠르간이라는 곳까지 해마다 비슷한 코스였다. 하계와 동계 방학 중 학생들을 모집해 실시하는 선교여행(비전 트립, 혹은 단기선교라고도 부른다)이란 대부분 선교사가 파견돼 있는 현지에 가서 봉사를 하거나 주변 지역을 답사하며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끔 뉴스가 되곤 하는 ‘땅밟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본래 선교적 열정이 풍부한 사람도 못되고 비전 트립이나 땅 밟기 같은 것.. 2015.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