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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어찌하여 나병환자로 저를 찾아 오셨습니까?”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4) “주님, 어찌하여 나병환자로 저를 찾아 오셨습니까?” 영적인 것과 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는 사람이 영적이었던 적은 결코 없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영적인 것과 복을 자기를 위해서만 간직해서는 안 됩니다. 무릇 사람은 자기 몸과 영혼 안에 지닌 모든 것을 서로 나누고, 남이 자기에게 바라는 것이면 무 엇이든지 내주어야 합니다. 비바람이 몹시 심하게 부는 어느 날 밤, 남루한 차림의 거지가 성 프란체스코의 오두막으로 찾아왔다. “너무 배가 고프고 추우니, 먹을 것과 잠자리를 좀 마련해 주세요.” 프란체스코는 얼른 그 거지를 데리고 들어와서 불빛에 비춰 보니, 그 거지는 얼굴과 코가 문드러진 문둥이였다. 그는 서둘러 음식을 준.. 2015. 6. 18.
표절, 위태로운 타락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8) 표절, 위태로운 타락 신경숙 표절은 신경숙의 문학정신 실종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 사태는 1. 허와 실을 교묘히 뒤섞어 직조해서 진실을 은폐하는 현실에 둔감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 2. 역사와의 치열한 긴장을 피하고 아편이 되어가는 문학, 교육, 정치의 타락, 3. 탐미주의가 돈이 된다면 극우의 손도 몰래 잡는 지식인들의 감추어진 전향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문학의 소멸 앞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문학 비평가들의 가짜에 대한 전투개시는 단지 문학에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새 권력이 되어버린 이름의 무게와 허위, 시장의 유혹, 정신적 투쟁의 궤멸 상태 등에 대한 새로운 전선 구축과 관련이 되어갈 것이며 그리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5. 6. 18.
마음 가죽을 베라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2) 마음 가죽을 베라 “유다인(人)과 예루살렘 거민(居民)들아 너희는 스스로 할례(割禮)를 행(行)하여 너희 마음 가죽을 베고 나 여호와께 속(屬)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너희 행악(行惡)을 인(因)하여 나의 분노(忿怒)가 불같이 발(發)하여 사르리니 그것을 끌 자(者)가 없으리라”(예레미야 4:4). 몸에 지닌 흔적보다 더 좋은 표지가 어디 있을까? 누군가가 하는 백 마디 말보다도 그의 몸에 남은 흔적은 그가 누구인지를 더 분명하게 말해준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볍씨를 넣는 바쁜 철에 마을 이장인 병철 씨가 원주시청을 다녀왔다. 병철 씨가 논을 샀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를 묻는다는 것이었다. 바쁜 철에 사람을 오라 가라 한다며 툴툴거리고 나간 병철.. 2015. 6. 17.
메르스가 던지는 메시지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25) 메르스가 던지는 메시지 바이러스. 그 이름은 ‘독’을 뜻하는 라틴어 비루스(virus)에서 왔다. 그런데 사실 바이러스는 그렇게 해롭고, 있어서는 안 될 존재만은 아니다. 늘 있어왔고,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리고 실제로 지구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기물질이 바로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묘하다. 독립 세포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스스로 살아갈 수 없다. 구성체라고는 일정한 유전물질과 단백질, 그리고 그것을 담고 있는 껍질 정도이다. 바이러스는 생명체라 부르기도 애매한 것이 독립적으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기에 반드시 숙주를 필요로 한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세포에 있는 핵산을 통해서만 자신의 고유한 유전정보를 복제하여 증식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생존 방식 때문에 바.. 2015. 6. 17.
너희 하느님은 나 야훼다! 곽건용의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1) 너희 하느님은 나 야훼다! 누구나 알고 있는 십계명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의 인도를 받아 이집트에서 탈출한지 석 달째 되던 초하룻날 그들은 하느님의 산이라고 불리는 시내 산에 도착했다. 그들은 산기슭에 진을 치고 몸을 정결하게 씻고 옷도 깨끗이 빨아 입고 부부관계도 갖지 않고 하느님에게서 계명을 받을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하느님이 백성들에게 직접 말씀하셨다. “너희 하느님은 나 야훼다. 바로 내가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낸 하느님이다.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 너희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떠 새긴 우상을 섬기지 못한다. 그 앞에 절.. 2015. 6. 16.
콘서트 나들이 울렁증 지강유철의 음악정담(24) 콘서트 나들이 울렁증 며칠 전 예술의전당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티켓을 처음 구매한 분이 갑자기 모 소설가 북 콘서트 사회 일정이 겹쳐 표를 후배에게 넘겼습니다. 저도 아는 그 후배 역시 연주회 당일에 메르스 긴급 대책회의에 투입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제게 왔습니다. 서울시향 연주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인지 가물거리고, 그날의 레퍼토리 중에 라이브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슈만의 ‘2번 교향곡 다장조’가 들어 있어 콘서트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그날의 서울시향 연주를 시청하지 못한 대다수 독자들을 앞에 두고 곡목 해설을 길게 하거나, 전문적인 연주회 비평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그럴 능력도 제겐 없습니다. 때문에 지난 6월 10일의.. 2015. 6. 16.
메르스! 모르쇠? 한종호의 너른마당(25) 메르스! 모르쇠? 메르스(MERS-CoV: 중동호흡기 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이 한국사회를 녹다운 시켰다. 방역체계가 뚫리고, 거대 유명 병원이 그 확산의 진원지가 되도록 정부는 모르쇠하다시피 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되었다. 사망자와 환자들이 늘어나고 급기야는 임산부까지 확진명단에 들어가고 말았다. 농경사회에서 태어난 말인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미 세월호 참사를 통해 깨달을 대로 깨달았으리라고 여겼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관료들은 우왕좌왕과 대응능력 빵점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필귀정이다. 관심이 딴 곳에 있었는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순위일 리가 없었다. 결국 당하는 것은 힘없는 백성이고 그 뒤처리까.. 2015. 6. 14.
모남과 눈물, 신앙의 회오리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3) 모남과 눈물, 신앙의 회오리 - 전집 3권 『성서 개요』 예레미야 편 - 성서 어느 인물인들 소중히 여기고 경외하지 아니한 사람이 있을까마는, 김교신은 특히나 예레미야를 좋아하고 아꼈다. 그의 소박한 서재에는 예언자 예레미야의 초상이 걸려 있었고, 김교신은 성서 묵상과 주석 연구를 하는 와중에 예레미야의 얼굴을 쳐다보곤 했다. 저이만큼의 치열함과 진지함과 신실함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생각에 미치면 글을 쓰다가도 성서본문을 다시 한 번 더 읽고 공부하게 된단다. 김교신은 예레미야가 가진 ‘모순적 성격’(?)에 매료되었다. 날카롭게 각진 모서리처럼 살았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여리고 감성 풍부한 ‘눈물의 선지자’가 예레미야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예레미야는 “모나게.. 2015. 6. 14.
설거지를 명상으로 바꿀 수 있는가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3) 설거지를 명상으로 바꿀 수 있는가 내적인 행위가 크면 외적인 행위도 크고, 안이 보잘 것 없으면 바깥도 보잘 것 없습니다. 내적인 행위는 자체적으로 크기와 폭과 길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내적인 행위는 하나님의 심장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합니다. 슈멜케 폰 니콜스부어크라는 이름의 랍비에게 어느 제자가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잘 섬길 수 있겠습니까?” 스승은 그 제자를 여인숙을 운명하고 있는 아브라함 하임이라는 또 다른 랍비에게 보냈다. 아브라함 하임이야말로 현명하고 거룩한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 제자는 그 여인숙을 찾아가서 방을 하나 잡고 여러 주일을 머물렀다. 그리고는 이 스승의 비밀이 무엇인지, 그 흔적이라도 잡아보려고 온갖 노력.. 2015.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