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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양다리 걸치다 다윗 이야기(2) 사무엘, 양다리 걸치다 – 다윗 이야기의 시작 - 1. 새 판을 짠 이는 사무엘이었다. 멍석 깔아놓고 사울과 다윗을 왕으로 만든 이는 사무엘이었다. 그가 주도하지는 않았고 백성들 성화에 밀려서 했지만 이스라엘에 전에 없던 왕이 생겨나고 군주제가 태동하도록 판을 깔아놓은 사람은 마지막 판관(judge)이자 동시에 제사장(priest)이고 예언자(prophet)였던 사무엘이었던 거다.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그 일을 했을 거다. 구약성서에서 인간사 모든 일의 궁극적 원인이자 동력은 야훼 하느님이니까 그가 아니라도 누군가 그 일을 했을 거란 말이다. 하지만 세상사가 누가 해도 마찬가지라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그걸 행한 사람의 기질과 성격과 개성에 따라 사건의 색깔이 달라지니 인생 살만한 게.. 2015. 6. 25.
저린 발, 저린 마음의 기도 두런두런(14) 저린 발, 저린 마음의 기도 새벽 예배를 드리고 제단에 올라 무릎을 꿇으면 이내 저려오는 발 온몸의 무게가 발끝으로 모이는데 저린 만큼 마음이 간절해지기라도 하는 양 작은 불빛 아래 기도 카드를 넘긴다 아픔과 눈물 없는 삶이 없어 더듬더듬 교우들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길 잃듯 뚝뚝 끊기는 마음 그나마 같은 심정으로 같은 기도 바칠 수 있는 길이 더는 없는 듯 저린 발 저린 마음 그것밖엔 없다는 듯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2015. 6. 25.
마음에 핀 꽃 김기석의 톺아보기(6) 마음에 핀 꽃 삶의 특색은 ‘마주함’에 있다. 마주함의 양상을 일러 관계라 한다. 인간관계의 아름다움은 배려에 있다. 배려는 마주 선 이를 위해 마음을 쓰는 것, 곧 제멋대로 하지 않음이다.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은 평화롭다. 반면 매사에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은 불화를 일으킨다. 세월이 가도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이들이 많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영혼이 미성숙한 이들이다. 세월이 가도 자아의 한계에 갇혀 이웃을 향해 한 걸음도 내닫지 않는 이들을 보며 ‘원판 불변의 법칙’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사람의 본바탕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웃자고 하는 말이겠지만 씁쓸하다. 막무가내로 자기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 앞뒤 가리지 않고 뼛성을 내서 주변 사람들.. 2015. 6. 25.
“세상은 아름다운가, 추악한가?”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9) “세상은 아름다운가, 추악한가?” “세상은 아름다운가, 추악한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요? 불교는 “인생은 고해(苦海)다”라고 선언했고 기독교는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이라고 외칩니다. 인류에게 주어진 큰 가르침 가운데 두 흐름이 따지고 보면 모두 현실의 삶은 고되고 힘겨운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그 고단함이 곧 세상의 추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힘겨움이 또한 세상이 절망스러움을 단정 짓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인생사가 어려운가, 쉬운가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안에 들어차 있는 내용물이 어떠한가에 따라 미와 추는 결정되지 않을까 합니다. “세상이 왜 이리 추할까?”라는 .. 2015. 6. 25.
메르스와 왕조 바이러스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26) 메르스와 왕조 바이러스 중동발 호흡기 증후군이 한국사회의 민낯을 어김없이 드러내주고 있다. 그중 압권은 6월 11일 국회 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나온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의 외마디였다. “국가가 뚫린 겁니다. 이것은!” 위 선언은 메르스 환자에 대한 삼성병원의 미숙한 초동대처가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질타에 대한 반박으로 나온 것이다. 뉴스를 통해 젊은 의사의 이 같은 외마디 선언을 듣고 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최고 학부를 나오고, 배울 만큼 배웠고, 거기에 더해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에서 과장 자리에 있는 이른바 우리 사회의 엘리트 입에서 저런 문장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런데 더더욱 놀란 것은 저 발언 이후에 나온 우리 사회의 반응이었.. 2015. 6. 25.
가진 것이 너무 많아지면… 한종호의 너른마당(26) 가진 것이 너무 많아지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세상이 성자 프란체스코라고 부르는 사나이입니다. 제가 살았던 시대는 12세기 말과 13세기 초엽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백 년 전쯤이었지요. 저의 아버지는 부유한 상인이었고 그 덕에 부족한 것 없이 살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느 날 하나님의 역사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새로운 세상이란 가난한 사람들 속에 숨 쉬고 있는 하나님 나라였습니다. 거리의 걸인들과 함께 구걸하면서 저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현실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순수한 영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깨우쳤던 것입니다. 그것은 거대한 땅 부자가 되고 있던 당대의 교회 지도자들의 .. 2015. 6. 24.
내 창자여, 내 창자여!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3) 내 창자여, 내 창자여! “슬프고 아프다 내 마음속이 아프고 내 마음이 답답(沓沓)하여 잠잠(潛潛)할 수 없으니 이는 나의 심령(心靈) 네가 나팔소리와 전쟁(戰爭)의 경보(警報)를 들음이로다”(예레미야 4:19). 마침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던 날 예레미야는 가마가 끓고 있는 환상을 보았다(예레미야 1:13). 끓는 물이 북쪽에서부터 넘쳐흐르고 있었다. 불길한 환상이 환상으로 그쳤다면 좋았을 것을, 마침내 환상은 현실이 되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스라엘을 삼키려 하는 자들이 북쪽으로부터 몰려온 것이다. 적군이 먹구름처럼 몰려오듯 몰려오고, 그 병거들이 회오리바람처럼 밀려오며, 그 군마들이 독수리보다도 더 빨리 달려오고 있으니(4:13), .. 2015. 6. 24.
사제가 된 비르투오조 지강유철의 음악정담(25) 사제가 된 비르투오조 - 프란츠 리스트(4) - 리스트는 1865년부터 1886년에 타계할 때까지 검은 수단(soutane)을 입은 가톨릭 성직자로 살았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신기하다” 또는 “뜻밖이다”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의 생애에서 신기하고 뜻밖인 것은 성직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리스트는 어려서부터 모차르트에 비견될 만큼 피아노 신동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죽을 때까지 정상을 지켰던 음악가입니다. 그런데 리스트는 가톨릭 성직자가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신학교를 보내달라고 반복해 졸랐던 것은 16-17살의 사춘기 때 일이었으니 한 때의 치기로 볼 수 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를 흠모하여 .. 2015. 6. 23.
유대인의 장막절(2)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13) 유대인의 장막절(2) 구약에 나타난 장막절 모세는 그의 고별설교에서 매 7년 마지막 해, 곧 정기 면제년의 초막절에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율법을 선포하라고 명하였다(신명기 31:1-13). 솔로몬의 성전이 봉헌된 후 성전에서 제일 처음 지킨 절기는 다름 아닌 장막절이었다. 이때 이스라엘 모든 족속의 족장들이 소집되었고 엄청난 규모의 축제가 벌어졌다. 다음으로 성경에 기록된 장막절로는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후 느헤미야 시대에 있었던 축제를 들 수 있다. 바벨론의 포로생활 끝에 고국 땅에 돌아온 느헤미야와 에스라는 유대인의 재건을 위해 전 국민적인 장막절 운동을 일으켰다. 느헤미야서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백성이 이에 나가서 나뭇가지를 취하여 혹은 지.. 2015.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