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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계절, 생명성숙의 기회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3) 태양의 계절, 생명성숙의 기회 여름의 태양이 작열하지 않는다면 생명은 성숙의 기회를 잃게 됩니다. 물론 너무 뜨겁게 대지를 달구어 버린다면 만물이 기진맥진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 절묘한 균형을 잡는 일은 그러나 우리에게 속한 능력과 권한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어, 태양의 자비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고대 인류에게 태양은 신적 존재가 되었던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원시적 생존을 좌우하는 것은 날씨입니다. 날씨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그 날의 운명을 결정하는 씨앗이기도 합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과 해가 쨍쨍 비치는 날에 할 수 있는 일은 달라집니다. 빙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해도, 추운 동토에서 견뎌낼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그.. 2015. 7. 20.
도(道)는 ‘평범하고 밝다’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7) 도(道)는 ‘평범하고 밝다’ - 전집 3권 『성서 개요』 「열왕기하」 편 - 오시지 말라고 그렇게 부탁을 드렸는데, 강단에 올라가 보니 ‘계시다.’ 어느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청중 가운데 앉아 계신 특강을 편히 여길까. 늘 사적 공간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로만 지내왔던 사이였는데, 하필 작은어머님께서 다니시는 교회에 초대된 까닭에 일정이 ‘노출’되어 버렸다. 어쩌랴. 애정표현이신 것을... 심호흡을 하고 그냥 준비한 대로 강의를 진행했다. “여러분은 사람을 둘로 나누라고 한다면 어떻게 나누시겠어요?” 서로 첫 대면, 청중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내가 던진 질문에 재미있는 이분법이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남자와 여자,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갑과.. 2015. 7. 20.
큰 스승 옻나무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8) 큰 스승 옻나무 만물 안에서 하나님을 붙잡으십시오. 여러분이 만물 안에서 하나님을 붙잡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여러분의 탄생을 알리는 표지, 하나님이 몸소 여러분 안에서 아들로 태어났음을 알리는 표지가 될 것입니다. 얼마 전 내가 사는 원주 땅에 시인 한 분이 찾아왔다. 집에서 정성껏 차를 끓여 대접하고 나니, 시인은 다짜고짜 옻나무 밭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전에 내가 쓴 옻나무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옻나무를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원주는 도시 주변의 야산 자락에 옻나무 재배를 많이 하고, 옻을 재료로 하는 칠기공예도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시인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옻나무 밭으로 향했.. 2015. 7. 19.
애굽의 어머니들, 그들도 어머니였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7) 애굽의 어머니들, 그들도 어머니였다(2) 1. “아무도 우리가 당한 아픔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애굽 온 땅에 전무후무한 큰 부르짖음. 그 울부짖음의 주체는? 자식 잃은 애굽의 어머니들. 하지만 그들을 떠올리는 성경독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그런 일을 당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바로의 완악함이 결국 그들을 울부짖게 한다. 성경기자는 출애굽기 11장 9절과 10절에서 바로가 얼마나 완악한지를 다시 언급하면서 11장을 마무리한다. 그만큼 바로의 완악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의 완악함으로 인해 열째 재앙을 피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2. “그날 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우.. 2015. 7. 17.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4)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라 - 어느 크리스마스이브에 관한 이야기 생명 있는 모든 존재를 위한 안식일 계명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사람이 창조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거기서는 신들의 세계에도 지위가 높은 신과 낮은 신의 계층구분이 있었는데 지위 낮은 신들은 3D 업종에 속하는 고된 일들을 맡아 했다는 거다. 하루는 이들이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못 살겠다고 높은 신들에게 불평을 터뜨린다. 높은 신들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어서 ‘사람’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사람은 낮은 신들이 하기 싫어하는 3D 업종 고된 일을 대신 하게 하려고 높은 신들이 창조했다는 얘기다. 안식일에 관한 계명은 이런 배경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 고대 중동 어디서도 유례를 볼 수 없는 독특한 계명이다. .. 2015. 7. 16.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5)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너희는 예루살렘 거리로 빨리 왕래(往來)하며 그 넓은 거리에서 찾아보고 알라 너희가 만일(萬一) 공의(公義)를 행(行)하며 진리(眞理)를 구(求)하는 자(者)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城)을 사(赦)하리라”(예레미야 5:1). 좋아하는 노래 중에 ‘내가 찾는 아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가사도 곡도 모두 예뻐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맑아지는데,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내가 찾는 아이 흔히 볼 수 없지 넓은 세상 볼 줄 알고 작은 풀잎 사랑하는 워~ 흔히 없지 예~ 볼 수 없지 내가 찾는 아이 흔히 볼 수 없지 내일 일은 잘 모르고 오늘만을 사랑하는 워~ 흔히 없지 예~ 볼 수 없지 내가 찾는 아이 흔히 볼 수 없지 내 마음이 .. 2015. 7. 16.
이카로스를 그리며 김기석의 톺아보기(8) 이카로스를 그리며 석양에 비낀 해가 유난히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올해도 역시 엄벙덤벙 설미지근하게 살아왔다는 자책 때문일 것이다. 누군들 알차게 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시간 여행자인 우리는 마치 버릇인양 현재를 누리지 못한다. 세상은 요란한데, 마음은 고적하기만 하다. 16세기의 벨기에 화가인 브뤼겔의 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화가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프 삼아서 삶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이해를 화폭에 담고 있다. 미노스 왕의 미궁을 탈출하기 위해 밀랍으로 이어붙인 날개를 달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던 이카로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충고를 무시하고 태양에 다가갔다가 밀랍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그만 바다로 추락하고 만 인물이다. 어쩌면 신화는 신의 세계를 넘보.. 2015. 7. 16.
해킹, 도청하며 “벽에 소변 보는 자”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20) 해킹, 도청하며 “벽에 소변 보는 자” 좀 지저분한 말이 되어 주저스럽지만, 서서 오줌 누는 이들 때문에 벽들이 애꿎은 수난을 당한다. 벽에다 대고 함부로 소변을 보는 것은 남자하고 개뿐이다. 아직도 서울의 으슥한 골목길 벽은 남자들의 공중 화장실이 되기 십상이다. 소변금지를 알리는 구호도 갖가지다. 어떤 곳에는 가위를 그려놓고 위협을 주기도 하고, 어떤 곳에는 “개 이외는 여기에 소변을 보지 마시오”라고 써서 주정뱅이 오줌싸개들을 개로 깎아 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노상방뇨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또 이런 것은 동서와 고금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히브리어에서 사내를 경멸하여 일컬을 때 “벽에다 대고 오줌 누는 놈”이라고 한다. 즉 “서서 오줌 누는 놈”이.. 2015. 7. 16.
산사(山寺)의 풍경소리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2) 산사(山寺)의 풍경소리 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는 산사(山寺)에 맡겨진 한 동자승의 성장기와 자연의 흐름이 서로 겹쳐 있는 묘미를 보여줍니다. 아직 그 어린 아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커가게 될 지모를 인생의 계절에서부터 시작해서, 많은 상처와 고달픔을 끌어안고 돌아온 사나이의 현실을 통해 영화는 인간이 살아가는 희로애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이 작품이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영화의 흥미로운 전개도 전개려니와 연못 한 가운데 서 있는 아름다운 정자 같은 사찰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환경의 아름다움 도 크게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풍경과 함께 인간사의 온갖 우여곡절을 담아내려 한 감독의 기량은 그래서 세계적인 주목도 아울러 받았습니다. “.. 2015.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