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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9)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너를 사랑하던 자(者)가 다 너를 잊고 찾지 아니하니 이는 네 허물이 크고 네 죄(罪)가 수다(數多)함을 인(因)하여 내가 대적(對敵)의 상(傷)하게 하는 그것으로 너를 상(傷)하게 하며 잔학(殘虐)한 자(者)의 징계(懲戒)하는 그것으로 너를 징계(懲戒) 함이어늘”(예레미야 30:14). 청령포를 찾아가네 가느다란 실핏줄이 동맥처럼 변한 길 다시 찾아가네 손바닥 만한 배 잠깐 사이 몸 비틀면 이내 딴 세상 솔숲엔 바람도 그늘도 달지만 너무 일찍 마음이 쇤 한 소년의 탄식과 눈물 가만 듣고 본 관음송이 말해주듯 어디나 송진 같은 응어리 손과 발 굳이 묶지 않아도 꽁꽁 갇힌 지상에서의 유폐 저 멀리 기차가 지나가고 강물 여전히 푸르게 흘러.. 2016. 3. 18.
‘거룩’으로 포장한 ‘종교 장사’ ‘거룩’으로 포장한 ‘종교 장사’- 종교는 없고 ‘이름’만 있다 - 편집자 주/이 대담은 ‘스님 목사 신부의 대화 다섯 마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잡설》책에 실린 내용으로 ‘종교’를 테마로 다섯 분(김기석/청파교회 목사, 김민웅/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인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오강남/종교학자)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신 없는 사회 오강남 미국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의 《신 없는 사회》는 그가 스웨덴과 덴마크에 1년 간 거주하며 조사한 결과를 담은 책이에요. 그 나라들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닫힌 종교가 없어요. 결혼식이나 장례식만 해 주는 문화적인 종교만 있어요. 그런데 행복지수라든가 교육이라든가 범죄율이라든가 남녀평등이라든가 사회 복지 등 모든 면에서 종교.. 2016. 3. 17.
우리는 지지 않는다 김기석의 톺아보기(25) 우리는 지지 않는다 차이를 내포한 반복 손석춘 선생님, 하염없이 내리는 장맛비를 바라보면서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규원 선생의 시구가 떠올랐습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부분) 혼자 비감해져서 “비가 온다, 비가 와도/젖은 者는 다시 젖지 않는다.”는 마지막 연만 되뇌고 있습니다. 뭔가를 적어야 한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켜놓고 앉아 있지만 모든 언어가 물살에 떠내려갔는지 아니면 물기를 머금어 무거워진 것인지 도무지 떠오르질 않습니다. 뜬금없이 ‘슬픔’이라는 단어만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나이가 들면 젊은 날 나를 온통 .. 2016. 3. 16.
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간다 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간다 삶은 공식이 아니라 신비다. 나이 먹으면서 우리는 그것을 배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평생 생의 학교에 다니는 코흘리개 학생들이다. 열심히 하는데도 일이 안 될 때가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는데도 오히려 일이 꼬일 때가 있다. 그런가 하면 별로 애쓰지 않았다 싶은데도 일이 뜻대로 잘 될 때가 있다. 누가 돕기라도 하듯 술술 풀릴 때가 있다. 일이 술술 잘 되는 것을 두고 ‘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간다’고 했다. ‘체’란 가루를 곱게 치거나 액체를 밭거나 거르는데 쓰는 도구였다. 그물이 드물었던 어린 시절에는 체를 들고 나가 개울에서 고기를 잡기도 했다. 동그란 체를 대고 고기를 몰면 미꾸라지 새우 등이 걸려들었다. 대개의 경우 고기를 잡다보면 체에는 구멍이 났고 그러.. 2016. 3. 14.
이재철 목사, 죄인 중에 괴수인가 율법의 선생인가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23) 이재철 목사, 죄인 중에 괴수인가 율법의 선생인가 -자기 도덕의 우상과 기독교 신앙의 착종- (디모데전서 1:1-16) ‘성경’ 본문을 들여다보면 라는 주제로 연속해 말씀을 나누고 있다. 우리는 ‘성경’ 말씀(메시지)을 ‘영혼의 양식’이라 부른다. 양식이란 먹어서 살고 힘이 생기는 음식이자 치유하는 약(藥)이다. 목사로서 내 설교가 과연 주리고 목마르고 아픈 세상의 음식이자 음료이자 양약이 되는 건지 늘 반성을 하게 된다. 제 처음 계획은 따뜻하고 온정 넘치는 기독교적 화해와 용서의 소박한 식탁을 준비하고 싶었다. 가뜩이나 각박한 생활에 시달린 성도들에게 하루나마 관대한 위로의 말씀으로 쉼과 힘과 용기를 격려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그런 게 없었던 건 아니다. .. 2016. 3. 13.
깊이 뿌리를 내려라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8) 깊이 뿌리를 내려라 만군(萬軍)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 내가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가게 한 모든 포로(捕虜)에게 이같이 이르노라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 거(居)하며 전원(田園)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 아내를 취(娶)하여 자녀(子女)를 생산(生産)하며 너희 아들로 아내를 취(娶)하며 너희 딸로 남편(男便)을 맞아 그들로 자녀(子女)를 생산(生産)케 하여 너희로 거기서 번성(蕃盛)하고 쇠잔(衰殘)하지 않게 하라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城邑)의 평안(平安)하기를 힘쓰고 위(爲)하여 여호와께 기도(祈禱)하라 이는 그 성(城)이 평안(平安)함으로 너희도 평안(平安)할 것임이니라 만군(萬軍)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같이 말하노라 너.. 2016. 3. 12.
이런 종교라면 망하는 게 낫다! 이런 종교라면 망하는 게 낫다! 편집자 주/이 대담은 ‘스님 목사 신부의 대화 다섯 마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잡설》책에 실린 내용으로 ‘종교’를 테마로 다섯 분(김기석/청파교회 목사, 김민웅/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인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오강남/종교학자)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김민웅 종교의 언어문제인데요. 저는 교회 안에서 통용되는 교회 용어가 대단히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 용어에 사람을 가두기 때문이에요. 종교 용어와 일상용어가 관련이 없다보니까 교회 밖에서는 전혀 다르게 사는 거죠. 예수는 철저히 일상의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씨 뿌리는 얘기, 고기 잡는 얘기 등등은 전혀 종교성을 발견할 수도, 종교적 언어라고도 할 수 없어요. 예수의 언어는 일.. 2016. 3. 11.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다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다 40여 일 동안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고 온 지인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꼭 필요하다 싶어 챙긴 짐들 중에서 중간에 버린 물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걷는 것이 워낙 힘들다보니 버릴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버리게 되더라는 것이다.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단다. 눈썹도 짐이 된다니, 눈썹에 무슨 무게가 있다는 것일까 싶다. 눈썹이 없는 사람도 없지만 눈썹의 무게를 느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눈썹이라는 말과 무게라는 말은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는 말이다. 그러나 ‘백 리만 걸으면 눈썹조차 무겁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눈썹도 먼 길을 걸으면 느낌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천리 길에는 눈썹도 짐이 된다는 것은, 먼 길을 나설 때는 눈썹조차도 빼놓고 가라는 뜻이다. ‘눈썹조차도’라.. 2016. 3. 10.
종교, “너나 잘 하세요!”(1) 종교, “너나 잘 하세요!”(1) 편집자 주/이 대담은 ‘스님 목사 신부의 대화 다섯 마당’이라는 부제가 붙은 《잡설》책에 실린 내용으로 ‘종교’를 테마로 다섯 분(김기석/청파교회 목사, 김민웅/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인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오강남/종교학자)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김민웅 오늘은 종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종교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진단을 하고, 어디가 돌파 지점인가를 고민하는 그런 자립니다. 각자가 종교를 대표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 이야기든 타종교 이야기든 다양하게 풀어보면 좋겠습니다. 김인국 한국의 종교 현실에 대해서는 ‘친절한 금자 씨’가 이미 결론을 내렸어요. “너나 잘 하세요!”라고. 누.. 2016.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