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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지키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7) 생명을 지키면 두 주 전부터 예배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는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노란색 꽃을 피운 화분이었는데, 저만치 떨어져 볼 때 그 꽃이 생화인지 조화인지 모를 만큼 꽃을 가득 피워 올린 상태였다. 일부러 다가가서 보니 분재였다. 구불구불 비틀어진 몸이 저가 견뎌낸 세월이 얼마쯤일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꽃을 보니 영춘화였다. 정릉교회 담장을 따라 여인의 긴 머리카락처럼 늘어져 있는 영춘화가 화분에 활짝 피어 있었다. 예배드리러 오는 교우들에게 어서 오라며 환한 웃음을 건네는 것 같이 빙긋 웃음이 났다. 꽃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마침 지나가던 홍 권사님이 내게로 다가왔다. 조경 일을 하면서 정릉교회 조경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권사님이다. 분재는 권사님이 가.. 2020. 2. 11.
코로나 바이러스와 기생충 신동숙의 글밭(77) 코로나 바이러스와 기생충 2020년 2월 10일, 하루 동안 한국 영화 '기생충'이 미국의 영화제인 오스카에서 4관왕을 받은 일로 온종일 포스팅이 된 날이다. 내 페친으로는 기독교 목사님, 찬양사역자, 불교 승려, 천주교 신부님과 수녀님, 학자, 언론인, 작가, 시인, 농업인, 기업인, 자영업자, 주부 등 거의 각계 각층에 걸쳐서 다양하게 계신다. 페북 연령 제한으로 미성년자 외에는 연령과 계층을 불문해서 초월해 있다. 간혹, 나쁜 포스팅을 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거주 지역도 전 지구에 걸쳐져 있어서 드물게 댓글로 소통하시는 페친 중에는 미국, 하와이, 사우디까지 확장되어 있다. 이렇게 페이스북과 온라인 매체의 전파력과 소통력은 이미 우리들 일상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다. 페친을 맺.. 2020. 2. 11.
한우충동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6) 한우충동 책을 읽다가 ‘한우충동’(汗牛充棟)이라는 말을 만났다. 낯설어서 찾아보니 ‘棟’이 ‘용마루 동’이었다. ‘소가 땀을 흘리고 대들보까지 가득 찬다.’는 뜻으로, 책을 수레에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리고 집에 쌓으면 대들보까지 닿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만큼 지니고 있는 책이 많은 것을 비유하는 말이었다. (글을 쓰며 피식 웃음이 났던 것은 ‘한우충동’이 ‘한우를 먹고 싶은 충동’은 아니었군, 생뚱맞은 생각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어디 한우충동을 부러워할 일이겠는가? 한두 권이라도, 한두 줄이라도 내 것으로 삼아 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터, 아무리 집안 가득 책을 쌓아두어도 그것이 내 삶과 상관이 없다면 책은 무용지물, 다만 나를 꾸며줄 액세서리일 뿐이다. 성경책.. 2020. 2. 10.
제가 사랑하는 건 신동숙의 글밭(76) 제가 사랑하는 건 제가 사랑하는 건 당신의 고독입니다 당신이 홀로 고독 속으로 침잠한 그 깊이 만큼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건 당신의 침묵입니다 당신이 홀로 침묵 속으로 침잠한 그 깊이 만큼 저는 당신을 깊이 사랑합니다 투명한 하늘만 바라보는 꽃과 나무의 가녀린 숨결로 고독과 침묵의 그 좁은 길이 아니고선 제 안에 계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저는 도대체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020. 2. 10.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와 촛불 하나 신동숙의 글밭(75)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와 촛불 하나 2월, 개학과 졸업을 앞두고부터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알림장이 먼저 날아옵니다. 중국 여행을 다녀오신 적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졸업식은 교실에서, 가족과 친지의 초대 없이 진행됩니다. 영세 식당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해외 여행 비행기표는 줄줄이 취소가 됩니다. 예정되었던 행사와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소식에 예민해진 귀는 언론의 입 하나에도 들썩입니다. 예전에도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를 우리는 그렇게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그전보다는 조금 더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원활하던 사회 흐름이 어딘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어느 비 오는 날처럼.. 2020. 2. 9.
함께 사는 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5) 함께 사는 한 생생했다. 꿈을 꾸는 내내 꿈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있었다. 그가 살고 있는 미국이었다. 무슨 급한 일이었는지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채 나는 미국에 있었고, 덕분에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을 일이 많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친구는 자연스럽고도 넉넉하게 모든 것들을 도와주었다.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든든했고 고마웠고 즐거웠다. 그러다가 깼다. 무엇 그리 급한지 훌쩍 곁을 떠난 친구, 하지만 꿈으로 찾아와선 여전한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었다. 죽음이란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라 했던 모리 교수의 말을 떠올린다. 함께 사는 한,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죽은 것이 아니다. 2020. 2. 9.
내 안에 텅 빈 하늘을 신동숙의 글밭(74) 내 안에 텅 빈 하늘을 내 안에 텅 빈 하늘을 진리의 말로 채울 수 있다면 진리의 숨으로 촘촘한 말의 그물망에 매여 내 영혼 진리의 숨 안에서만 온전히 자유하도록 그러고도 빈 하늘이 있다면 이 또한 사랑의 빛으로 채워지기를 내 영혼의 목마름은 한 순간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기에 울컥 샘물이 넘쳐 흐르면 그 눈물 한 방울씩의 좁은 물길을 따라서 말과 숨으로 있는, 진리의 사랑으로 흐르기를 여기저기서 토하듯 쏟아내는 정보와 책의 홍수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참된 길을 잃지 않고, 제 마음의 중심을 잡고서 일상을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걷는 구도와 순례의 여정에 좋은 스승과 좋은 벗과 좋은 책이 있다면, 자연 속에서 함께 걷는 그 순례길은 .. 2020. 2. 8.
스미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4) 스미다 식물을 가꾸는 이들에게는 자연스럽기도 하고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새롭게 보였다. 목양실 안에 있는 몇 몇 화분 중에는 난도 있는데, 어느 날 보니 난 화분이 물을 담은 양동이 안에 들어가 있었다. 사무실의 장집사님이 한 일이다 싶은데, 난 화분에 물을 주는 대신 화분을 물에 담금으로 물이 스미도록 한 것이지 싶었다. 난 화분에 물을 부어주는 것과 물이 스미도록 하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나는 모른다. 하지만 단번에 쏟아 붓는 것보다는 조금씩 스미도록 하는 것이 난에 필요해서 그리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난 뿐일까? 믿음도, 은혜도, 함께 나누는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단번에 넘쳐나도록 쏟아 붓는 것보다는 시간을 잊고 알게 모르게 스미는 .. 2020. 2. 8.
아침에 과일 신동숙의 글밭(73) 아침에 과일 과일 깎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빨간 사과, 묵직한 배, 주황색 귤이 아침해를 닮았습니다. 가끔 냉장고에 두부나 계란이 떨어지면 어쩌나 싶은데, 돌아보면 저희 집엔 사철 내내 과일이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과일은 바쁜 아침 부족한 끼니를 채워 주기도 하고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배를 채워 주기도 하지요. 혼자 점심을 깜빡 잊기도 하는 날엔 아침에 먹다 남긴 과일 몇 조각이 반갑습니다. 여섯 살 아들 입에서 넋두리인 듯 새어 나오던 말이 있습니다. 울 엄마는 돈 있으면, 은행 가고, 과일 사고. 가끔은 이런 상상도 한답니다. 사람의 몸이 과실과 채소만 먹고도 든든히 살아갈 수 있다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첫 번째 음식이 과일이었다면 하고요. 꽃이 우리의 마음을 .. 2020.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