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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9

죄와 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6) 죄와 벌 며칠 전 ‘석고대죄’와 ‘후안무치’에 관한 글을 썼다. 웹진 를 꾸려가는 한종호 목사님이 어디서 찾아냈는지, 석고대죄에 관련된 사진 하나를 함께 실었다. 누군가 공책 위에 한문공부를 하듯 席藁待罪라 쓰고는 그 뜻을 손 글씨로 적은 걸 찍은 사진이었다. 席藁待罪라는 네 글자 위에 뜻을 푸는 순서를 숫자로 정해놓았는데, 2-1-4-3 순이었다. 藁 - 席 - 罪 - 待 순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점선을 따라 이어 놓은 뜻풀이가 재미있었다. ‘짚으로 짠 거적을 - 깔고 앉아 - 죄 주기를 – 기다리다.’ 사진 속 내용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던 것은 첫 목회지였던 단강마을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단강 사람들의 말버릇 중의 하나가 ‘벌 받는다.. 2019. 3. 16.
혀가 창이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5) 혀가 창이다 사순절을 앞두고 묵상집 원고를 썼다.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주관하고 한국YWCA연합회, 한국 YMCA전국연맹, 기독교방송이 연합하여 만드는 묵상집이다.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발간하는 고난주간 묵상집 원고는 이번에 세 번째로 쓰는 원고였다. 처음엔 공동 저자로 참여했고, 다음번엔 혼자서, 이번에도 혼자서 쓰게 되었다. 같은 기관에서 만드는 묵상집에 같은 주제로 거듭 참여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의 한계가 있고, 표현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원고 청탁을 다시 받으며 같은 주제에 대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생각이 많았다. 그러던 중 딸 소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림 이야기를 했다. 글에 그림을 접목하면 어떨까 싶었던 것.. 2019. 3. 15.
석고대죄와 후안무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4) 석고대죄와 후안무치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말은 너무도 자주 잘못 사용된다. 본래의 뜻에서 벗어나 엉뚱한 의미로 사용이 되곤 한다. 잘못을 한 당사자가 당당하게 그 말을 인용하면서 “나를 돌로 칠 자격이 있는 놈이 있다면 어디 한 번 나를 쳐 봐라.” 하는 식으로 말을 한다. 잘못을 그렇게 가리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그러기 위하여 성경 본래의 뜻을 왜곡하여 인용을 하니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은 간음하다 붙잡혀 온 여인이 한 말이 아니었다. 여인을 향하여 금방이라도 돌을 던지려는 이들을 향하여 예수가 한 말이다. 여인은 한 마디 말이 없었다. 예수의 말을 듣고 어른들로부터 시작해서 젊은이.. 2019. 3. 12.
무효사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3) 무효사회 한국이 독일보다 6배 많은 것이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농도나 교통사고 빈도수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중증 이상의 울분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서 지난해에 공개한 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성인남녀 14.7%가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일으킬 정도의 중증도 이상의 울분을 느끼며 사는 것으로 조사가 됐다. 독일은 2.5%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노력이 ‘무효 취급’을 받는데 따른 울분도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무효 취급’을 받으면서 억울한 감정이 생기고 거기에서 울분이 커진다는 것인데, 연구팀은 이를 ‘무효 사회’라고 개념화했다. ‘무효 사회’라는 말이 무겁고 아프게 다가온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가치를.. 2019. 3. 12.
일기(日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2) 일기(日記) 에서 소로우는 일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나의 일기는 추수가 끝난 들판의 이삭줍기다. 일기를 쓰지 않았더라면 들에 남아서 썩고 말았을 것이다. (1841.2.8.) -나의 일기가 나의 사랑의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나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세계,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만 일기에 적고 싶다. (1850.11.16.) -내 생각을 담기에 일기만큼 좋은 그릇은 없는 것 같다. 수정은 동굴 속에서 가장 밝게 빛난다. (1852.1.28.) 어림짐작으로도 170여 년 전에 쓴 일기다. 그가 일기를 쓸 때 사용한 종이는 누렇게 색이 바랬고 잉크는 흐려졌을지 몰라도, 그의 일기는 남아 있다. 마치 동굴 속에서 빛나는 수정처럼 말이다. 오래.. 2019. 3. 12.
소로우의 일기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1) 소로우의 일기 에서 밑줄 친 부분을 다시 읽어본다. -가장 엄중한 법률은 불문율이다. -인간은 아주 얇은 줄로도 믿음의 활을 쏠 수 있다. -재능이란 깊은 인격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사람은 누구나 선두에 서서 길을 간다. -진리에 흠뻑 젖어보지 못한 자는 진리를 전할 방도가 없다. -사람들은 지진이 났을 때보다 독창적인 사고를 접할 때 더욱더 당황한다. -젊은이에겐 열정인 것이 성숙한 이에게는 기질이 된다. -진정한 여가를 즐기는 이는 영혼의 밭을 갈 시간을 갖는다. -사랑의 병을 고치려 한다면 더욱 사랑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좋은 치유책이 없다. -혼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영혼은 신의 성가대에 놓인 침묵하는 하프라고 할 수 있.. 2019. 3. 11.
이명과 코골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0) 이명과 코골이 자기만 알고 남들이 모르는 것이 있고, 자기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명(耳鳴)과 코골이다. 머리가 아프도록 소음이 내 안을 가득 채운다 하여 어찌 다른 이들이 알겠으며, 집안이 울리도록 코를 고는 것을 내가 모른다 하여 어찌 다른 이들이 모르겠는가. 이명과 코골이 이야기가 단순하고 자명하고 재미있다. 허나 어디 이명과 코골이 뿐이랴. 나만 알고 남이 모르는 것들과, 나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것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명과 코골이 이야기를 가볍게 웃음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게 무엇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나만 모르고 남은 다 아는 것으로 모두의 웃음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한희철 목사 2019. 3. 11.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69) 밥 정릉교회에서 길 아래쪽으로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집, 도자기를 굽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가게 앞을 지날 때였다. 비둘기 두 마리가 뭔가를 열심히 쪼아대고 있다. 실외기 아래에 놓인 두 개의 그릇, 사료와 물이었다. 길고양이를 위한 배려라 여겨지는데 그걸 비둘기가 먹고 있는 것이었다. 사료와 물을 놓아둔 누군가가 고양이밥이라 따로 써놓지 않았으니 누가 먹으면 어떨까. 고양이가 나타나기 전까지가 먹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비둘기는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감나무 위에 남긴 까치밥을 까치만 먹진 않는다. 참새도 먹고, 박새도 먹고, 직박구리도 먹는다. 자연은 나누어 먹는다. 고루고루 나누어 먹는 것이 평화다. ‘和’는 벼(禾)와 입(口)이 합해진 말, 먹을 .. 2019. 3. 10.
진심이 담기는 설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68) 진심이 담기는 설교 얼마 전 아는 권사님을 만났다. 다니던 교회에서 상처를 입어 얼마간 유랑생활을 하던 권사님이다. 권사님은 의외의 곳에서 좋은 교회를 만났다며 표정이 밝았다. 이 교회 저 교회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정착할 만한 교회를 만났다니 나도 반가웠다. 권사님의 이야기 중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신앙생활을 할 교회를 찾으며 예배당의 크기나 교인수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씀이 말씀으로 들리는 교회를 찾았는데, 그런 교회가 선뜻 눈에 띄지를 않더라는 것이었다. 정작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그 다음 말이었다. “저는 마음이 담긴 설교를 듣고 싶었어요.” 유창하거나 뻔한 의도가 담긴 설교가 아니라 설교자의 진심이 담기는 설교를 듣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 2019.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