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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5

생각의 폭풍에서 벗어나라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40) 생각의 폭풍에서 벗어나라 영혼에게 엄청난 불안을 안겨주는 생각의 폭풍에서 벗어나라. 안식보다 더 값진 것이 없으니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구하지 말라. 우리의 마음이 들뜨는 것은 우리 속에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생각의 격랑에 휩쓸려 살다가 호흡을 가다듬고 내 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나를 휩쓸고 지나갔는지 헤아리기조차 끔찍하다. 그런 생각의 격랑 속에 하루를 지내고 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되고 우리 영혼은 쉴 곳을 찾지 못하고 만다. 누군가 ‘인간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된다’고 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온종일 나쁜 생각만 해서 그런 건 아니다. 우리를 찾아온 생각들 가운데는 우리가 정중히 대접해야 할 손님도 있.. 2015. 12. 30.
누가 당신에게 누구냐고 물으면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8) 누가 당신에게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돌파 속에서 나의 뜻과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모든 활동과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됩니다. 돌파 속에서 나는 모든 피조물을 능가합니다. 돌파 속에서 나는 피조물도 하나님도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있던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 앞으로 영원히 있을 나입니다. 어느 젊은 여자가 수도원의 대문을 두드리며 엑카르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문지기가 물었다.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당신이 어째서 그걸 모른단 말이오?” “저는 소녀도 아니요, 아줌마도 아니요, 남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인도 아니고, 미망인도 아니고, 처녀도 아니며, 또 신사도 아니고, 하녀도 아니고, .. 2015. 12. 8.
하나님을 자기 종처럼 부려먹으려는 사람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7) 하나님을 자기 종처럼 부려먹으려는 사람들 내가 하나님을 아는 방법이 아무리 투명하고 치밀하다 해도, 그것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우리는 하나님을 방법 없는 방법, 존재 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어떠한 방법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아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은 많다. 종교적 교리도 있고, 철학적 논증도 있고, 명상이나 기도, 금식, 참회, 고행 같은 수행의 방법들도 있다. 물론 이런 방법들이 하나님을 아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을 통해 하나님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하나님을 온전히 알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나님은 어떤 하나의 공경 방법이나 이 방법, 저.. 2015. 11. 26.
하나님은 왜 아담의 갈빗대를 취하여 이브를 지으셨을까?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6) 하나님은 왜 아담의 갈빗대를 취하여 이브를 지으셨을까? 남편과 아내는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 안에서 평등합니다. 하나님이 남자의 옆구리에서 갈빗대를 취하여 여자를 만드신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남자의 머리나 발로 여자를 만드시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하나님은 왜 아담의 갈빗대를 취하여 이브를 지으셨는지 미주알고주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한편으론 고맙기도 합니다. 엉뚱하게 상상해볼 수 있는 널찍한 행간을 남겨두었으니까 말이지요. 유태계 소설가인 엘리 비젤은 소설가답게 ‘미드라쉬’를 자료로 삼아 왜 하나님이 남자의 갈빗대를 취하여 여자를 창조했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줍니다. 하나님은 이브.. 2015. 11. 19.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4)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시되 피조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으로 여겨 사랑하십니다. 몇 해 전이던가. 산과 들에 녹음이 우거질 무렵, 교우 가정에 초상이 났다. 나는 장례식 주례를 부탁받고 꽤 먼 거리였지만 교우 가정의 선산까지 따라갔다. 하관식을 마치고 작은 산등성이로 허위허위 올라가 둥근 봉분 만드는 걸 내려다보며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귀밑머리가 하얀 교우가 다가와 이파리가 딱 두 잎 달린 어린 단풍나무 한 그루를 쑥 내밀었다. 하관식을 하는 동안 산을 돌아다니다가 캤는데,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심어서 키워보라고! 그러면서 교우는, 이미 작고한 자기 모친에게 들었다며 어린 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놓았다... 2015. 10. 13.
‘영혼’의 갈망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3) ‘영혼’의 갈망 * 거장은 목재나 돌로 조상(彫像)을 만들 때 나무에다 상을 새겨 넣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상을 덮고 있는 껍질을 깎아 냅니다. 그는 목재에 아무 것도 보태지 않습니다. 다만 목재의 껍질을 벗겨내고, 옹두리를 떼어낼 뿐입니다. 그러면 그 속에 감추어진 것이 환히 빛납니다. 가을은 거추장스런 것들을 훌훌 벗겨내고 ‘알몸’이 드러나도록 하는 계절입니다. 하나님이 위대한 예술의 거장처럼 우리를 새롭게 빚으신다면, 아마도 먼저 우리의 ‘알몸’이 드러나도록 하실 겁니다. 하나님은 피조물을 사랑하시지만, 그것은 단지 피조물의 사랑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피조물 속에 깃든 신성의 사랑스러움 때문이지요.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시지만, 그것은.. 2015. 9. 22.
불후의 명작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2) 불후의 명작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졌습니다. 사람은 하나님과 한 핏줄이자 한 씨입니다. 나는 고(高) 씨지만, 고 씨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하나님과 한 핏줄이자 한 씨라는 것에서 진정한 자부심을 갖는다. 나는 한국인이고 황색인이고 지구인이지만, 내가 한국인이고 황색인이고 지구인이라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하나님과 한 핏줄이고 한 씨라는 것에서 진정한 자부심을 갖는다. 나는 기독교인지만,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다. 나는 하나님과 한 핏줄이자 한 씨라는 것이 진정 자랑스러울 뿐이다. 가계, 혈통, 피부색, 국적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기가 하나님과 한 핏줄이자 한 씨라는 것을 아는 사람.. 2015. 9. 9.
저 어스름 때야말로 나의 명함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0) 저 어스름 때야말로 나의 명함 나는 돌파 속에서 나의 뜻과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모든 활동과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됩니다. 돌파 속에서 나는 모든 피조물을 능가합니다. 돌파 속에서 나는 피조물도 하나님도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있던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 앞으로 영원히 있을 나입니다. 어느 젊은 여자가 수도원의 대문을 두드리며 엑카르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문지기가 물었다.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당신이 어째서 그걸 모른단 말이오?” “저는 소녀도 아니요, 아줌마도 아니요, 남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인도 아니고, 미망인도 아니고, 처녀도 아니며, 또 신사도 아니고, 하녀도 아니고, .. 2015. 8. 5.
인간이 꿀벌처럼만 산다면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9) 인간이 꿀벌처럼만 산다면 피조물 안에 있는 선(善), 피조물의 꿀 같은 달콤함은 모두 하나님 안에서 모아집니다. 친구시인 가운데 양봉을 하는 이가 있다. 그는 꿀벌의 생리를 잘 알 뿐만 아니라 꿀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꽃 피는 식물에 대해서도 잘 안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사람이 꿀벌처럼만 산다면 세상이 오늘날처럼 망가지지는 않을 겁니다.”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말이오?” “제가 늘 산 가까이 살면서 보는데, 도시 아줌마들이 봄에 산나물을 캐러 오면 아예 산나물 종자까지 작살을 내고 갑니다. 꿀벌을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꿀벌은 꽃에 앉아 꿀을 따면서도 꽃을 해치지 않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취하면서도 상대에게 유익을 끼치는.. 2015.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