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구한다고?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1)


기적을 구한다고?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길에서 벗어나

바깥일에 지나치게 매달리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바깥에는 빛과 진리가 없건만,

수많은 사람이 빛과 진리를 찾으면서도

끊임없이 바깥에서만 찾고 있다.


“제게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 초심자가 성자에게 애처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죽은 아이를 보면 ‘일어나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병든 이들을 보면 ‘당장 나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꼬부랑 할머니를 만나면 ‘똑바로 서세요!’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그런데, 슬픕니다, 저는 낙원에 있는 막대기 같은 존재입니다. 스승님, 저에게 초자연적인 권능을 주지 않으시렵니까?”


성자는 화를 내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네가 나와 그토록 오랜 세월을 지냈건만 아직도 철이 덜 들었느냐? 네가 나를 안 지가 이렇게 오래 되었건만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잘 듣거라, 나는 이 땅에서 80평생을 살았지만, 한 번도 죽은 아이를 살린 적이 없고, 한 번도 병든 자를 낫게 한 적이 없으며, 한 번도 노인의 등뼈를 바로 편 적이 없다. 냉엄한 운명 아래 아이들은 죽고, 사람은 병들며, 늙은이는 스러지게 마련이지.”



                           일러스트/고은비


성자는 잠시 숨을 멈췄다가 노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기적을 구한다고? 내 말을 잘 듣거라. 가서 물을 긷고, 장작을 패고, 돌을 쪼아라. 그게 기적이 아니더냐? 이 땅에서 5년, 50년, 80년을 살되 그 누구도 속이지 않고 저주하지 않으며 살인하지 않은 자가 참으로 복된 자로다!”


작자 미상의 이 이야기는 종교인들이 지녀야 할 바른 마음가짐을 일러준다. 바깥일에 우리가 마음을 빼앗기면, 우리는 어떤 성취를 위해 골몰하기 쉽다. 하나님을 위한 일이거나 선한 일을 한다는 아무리 그럴 듯한 대의명분이라도, 그런 명분에 사로잡히면, 우리는 자기의 참된 본성에서 멀어지기 쉽다. 그래서 엑카르트는 자기 ‘영혼의 터’에 대한 관심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당부하는 것이다.


“빛을 찾고, 모든 진리를 알아보는 통찰력을 얻고자 하거든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의 터 안에서 일어나는 이 탄생에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그러면 영혼의 모든 기능과 속사람도 환히 빛날 것입니다.”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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