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6)

 

기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그런즉 너는 이 백성(百姓)을 위(爲)하여 기도(祈禱)하지 말라 그들을 위(爲)하여 부르짖어 구(求)하지 말라 내게 간구(懇求)하지 말라 내가 너를 듣지 아니하리라 너는 그들이 유다 성읍(城邑)들과 예루살렘 거리에서 행(行)하는 일을 보지 못하느냐 자식(子息)들은 나무를 줍고 아비들은 불을 피우며 부녀(婦女)들은 가루를 반죽하여 하늘 황후(皇后)를 위(爲)하여 과자(菓子)를 만들며 그들이 또 다른 신(神)들에게 전제(奠祭)를 부음으로 나의 노(怒)를 격동(激動)하느니라”(예레미야 7:16-18).

 

흔한 말처럼 되었지만 ‘기도’(祈禱)는 ‘기도’(企圖)이며 ‘기도’(氣道)이기도 하다.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마음의 소원을 아뢰는 조용한 행위만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행동(企圖)을 말하며, 척추동물이 숨을 쉴 때 공기가 허파로 들어가는 통로 즉 숨구멍(氣道)처럼 주님을 향하여 숨구멍을 여는 것을 의미한다. 들숨과 날숨을 주님의 숨으로 호흡하는 것이다.

 

성경은 끊임없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듯 우리에게 기도하라 한다.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시편 50:15),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레미야 33:3)라는 말씀은 많은 교인들이 좋아하여 암송을 하기도 하고 액자에 담아 벽에 걸어두기도 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마가복음 14:38) 하셨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데살로니가전서 5:17)는 그 결정판일지 모른다.

 

기도는 영혼의 호흡이어서 사람이 숨을 쉬지 못하면 죽는 것 같이(하긴, 사람이 죽은 것을 두고 우리는 ‘숨졌다’고 한다), 기도를 멈추면 그 영혼이 죽은 것과 진배없다는 말은 교회 안에 속담처럼 자리를 잡았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명하신다. 이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지 말라. 그들을 위하여 부르짖어 구하지 말라.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고 백성을 위하여 부르짖어 구하는 일은 모든 예언자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였다. 그런데 기도하지 말라 하신다.

 

“그러므로 너 예레미야는 이 백성을 보살펴 달라고 기도하지 말아라. 너는 그들을 도와달라고 나에게 호소하거나 간구하지도 말고, 나에게 조르지도 말아라. 나는 이제 너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새번역>

 

“너는 이런 백성을 너그럽게 보아달라고 빌지 마라. 용서해 달라고 울며불며 기도하지도 말고, 떼를 쓰지도 마라. 나는 너의 소리를 들어주지 않으리라.”<공동번역 개정판>

 

“그러니 너는 이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지 마라. 그들을 위하여 탄원도 기도도 올리지 말고 나에게 조르지도 마라. 나는 너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성경>

 

“너 예레미야야, 이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느라 네 시간을 낭비할 것 없다. 그들을 위해 간청하지 마라. 그들 일로 나에게 조르지 마라. 나는 듣지 않을 것이다.”<메시지>

 

호소하지도 말고 조르지도 말고 울며불며 떼를 쓰지도 말라신다. 하나님의 입장이 얼마나 단호한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왜 하나님은 마음을 굳게 닫으셨을까? 백성을 위한 기도를 두고 어찌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 단언을 하실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백성들의 모습이다. 자식들은 땔감을 줍고, 아버지들은 불을 피우고, 어머니들은 가루로 반죽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의 일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 모든 일들은 하늘 황후에게 줄 과자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하늘 황후(여신)란 옛 중동 지역에서 섬기던 여신 아스다롯을 가리키는 말로, 사람들은 그가 풍요를 준다고 믿었다.

 

하늘 황후에게 바칠 과자를 만들기 위해 자식들과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나선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마땅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지만 하나님께는 그들을 위한 기도조차 받으실 수가 없는 역겨운 일이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풍요를 바라면서 하나님 대신 하늘 황후를 섬기고 있으니, 그들을 위한 기도를 도무지 받으실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도하라 하신다. 기도하면 들으시겠다고 하신다. 하지만 모든 기도를 들으시는 것은 아니다. 듣지 않으시는 기도가 있다. 도무지 들으실 수가 없는 기도가 있다. 마음이 딴 데 있는 기도는 어느 누가 울며불며 드린다 하여도 그것은 시간만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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